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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기 기장을 필두로 새롭게 바뀐 대한항공 조종사노조가 2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사측과의 임금협상을 매듭 지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전 집행부는 강성이었지만,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새로 선출된 위원장과 집행부에 거는 기대감이 큰 상황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제1 노조는 지난 7일부터 17일까지 제10기 집행부 선거를 통해 김성기 기장을 신임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총 조합원수 1051명 가운데 807명이 참여해 최종 투표율은 76.8%를 기록했고, 후보로 나온 김성기 기장이 기존 이규남 위원장을 제치고 52.8%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내년 1월1일부로 활동을 시작하는 김성기 신임 위원장은 22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선 소감 및 향후 계획 등을 밝혔다.
김성기 위원장은 "교착 상태에 빠진 어려운 상황에서 교체된 것이라 부담이 크다"며 "특별히 어떻게 하겠다는 것보다 지금까지 강경 노조로 2년여 동안 오는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이제는 다른 방법을 찾아달라는 것으로 판단된다. 내가 이야기 한 것도 그런 것이다. 외부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동력원이 되는 조합원들의 정서가 최우선이다"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를 보이겠다는 입장이다.
김성기 신임 위원장은 "피상적으로 보면 기존의 강경 노조가 변화의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가 태생 이래 지금까지 강경 노조가 아니었던 적은 없다"며 "기본적인 구조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단, 무작정 강경 태도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 대화로 풀어가려는 노력은 할 것이다. 회사에서도 과거처럼 버티기만 한다면 원래 갖고 있던 속성이 있는데 어디 가겠나"라고 강조했다.
즉, 사측이 기존처럼 임금협상안에 대해 타협점을 찾지 못한다면 강경한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김성기 신임 위원장은 분리된 조종사 노조의 통합도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 신임 위원장은 "후보로 나왔을 때 내건 공략이 1~2 노조의 통합이다. 구체적으로 말을 하기에는 민감한 부분이 있지만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된 이후 단체 행동권에 제한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조합이 처음에 하나로 있다가 갈라진 상황이라 이를 하나로 결합하는 것에 대한 열망이 크다. 구체적인 복안은 공개하기 힘들지만 조합원 정서상 하나로 통합하자는 의견이 대다수다. 조합원 내에서도 공론화 얘기를 꺼내면 부분적 이익 때문에 서로 다른 얘기를 하는 사람이 나온다. 이 문제는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면 거론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김성기 신임 위원장은 조만간 조원태 사장 등과의 면담이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신임 위원장은 "당선된 이후 아직까지는 사측과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며 "하지만 회사에서도 사장님이 면담을 고민하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 조만간 연락이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측과의 대화는 시도하겠지만 기존에 요구한 임금협상안은 쉽사리 내려놓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성기 신임 위원장은 기존 임금협상안에 변화가 있을 수 있냐는 질문에 "상대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밑도 끝도 없이 2년 동안 힘들게 진행해 왔다고 해서 내려놓을 수는 없다"며 "조율할 수 있는 부분은 다른 출구를 통해 찾을 생각이다. 회사에서도 그런 부분이 준비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신임 위원장은 내부 안정화를 바탕으로 사측과의 협상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큰 욕심은 없고 일단 내부적으로 민주노조 의사결정 시스템이 자리를 잡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 할 것"이라며 "이 것이 안정화되면 대외적인 것이든 회사와의 대화든 여러 방면에서 실질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도 새로운 노조위원장과 집행부와 함께 원만한 해결을 기대하고 있다.
한편 대한항공 노사는 2015~2016년 단체 임금협상을 여전히 종결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 측은 2015년 임금 4% 인상, 2016년 임금 7% 인상 및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사측은 2015년 임금 1.9% 인상, 2016년 임금 3.2% 인상 및 보안수당 인상 등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