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만 입찰… 유효경쟁 성립 실패대치쌍용2차·문정동136도 분위기 급변"시장 점검 지속 전망에 건설사들 부담"
  • ▲ 반포주공1단지 전경. ⓒ연합뉴스
    ▲ 반포주공1단지 전경. ⓒ연합뉴스


    올 연말 치열했던 재건축 수주전의 마침표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사업이 유효경쟁 입찰성립 실패로 유찰됐다. 역대 최대 수주전으로 관심을 모았던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와 같은 생활권이고, 8000억원대 적지 않은 규모 사업이라는 메리트를 고려하면 의외의 결과라는 평이다.

    업계에서는 재건축·재개발 시장 최대 화두였던 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하는데다 정부의 감시가 본격화됨에 따라 분위기가 한풀 꺾인 것으로 보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마감된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시공사 입찰에는 현대산업개발만 응찰하면서 유효경쟁입찰 조건이 갖춰지지 않아 유찰됐다. 조합 측이 경쟁입찰 방식을 입찰조건으로 내건 만큼 최소 2곳 이상의 건설사가 참여해야 입찰이 성사되기 때문이다.

    총 예정공사비 8087억원 규모 반포주공1단지 3주구사업은 전용 72㎡·1490가구를 지하 3층~지상 35층·17개동 아파트 2091가구와 상가 등 부대복리시설로 재건축하는 프로젝트다.

    이 단지는 연내 남아 있는 강남권 재건축단지 중 규모가 가장 큰 데다 반포 '노른자위' 입지로 업계 관심이 컸다. 실제로 지난달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대우건설·대림산업·GS건설·현대산업개발·롯데건설·두산건설·한양 8개 건설사가 참여한 바 있다.

    하지만 과열수주경쟁에 대한 정부의 단속과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부분 건설사들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예전처럼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홍보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수주 가능성이 높은 다른 사업장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지난 9월부터 시공사선정 위법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합동점검을 하고 있다. 점검 대상 조합은 강남권 재건축을 중심으로 최근 시공사를 선정했거나, 앞으로 선정할 단지들이다. 회계처리 등 조합운영 전반에 관한 사항은 물론 계약내용도 점검 중이며, 시공사선정을 앞둔 조합을 대상으로 한 불법 홍보행위도 단속하고 있다.

    조합 측은 곧바로 시공사 입찰 재공고 일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하지만 새로 입찰을 진행하려면 물리적인 시간이 걸리는 만큼 연내 시공사선정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초과이익환수제 역시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이상기류'가 포착되는 곳은 반포주공1단지 3주구뿐만이 아니다.

    다음달 29일 시공사선정 입찰마감 예정인 대치쌍용2차 역시 비슷하다. 지난 14일 현장설명회 당시만 하더라도 현대건설·대우건설·GS건설·롯데건설 등 11개 기업이 참여했다. 대치쌍용2차 수주시 인접한 우성1차와 대치쌍용1차 수주에도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만큼 현대건설을 포함한 다수의 건설사가 물밑작업을 해왔다.

    하지만 지난 23일 현대건설이 재건축 조합원들에게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현대건설 측은 "대단위 사업인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를 수주하기도 했고, 재건축·재개발 관련 정부 정책 등을 고려할 때 대치쌍용2차를 포기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대건설은 메시지 발송과 함께 홍보부스도 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파구 문정동 136구역도 비슷하다. 다음달 16일 선정을 앞둔 이 단지 조합은 21일 대의원 투표를 통해 현대엔지니어링을 시공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 단지 역시 앞서 국내 내로라하는 11개 건설사들이 현장설명회에 참석했지만 점차 시공사들의 참여가 미비해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조합이 수의계약으로 전환하고 4개 건설사만 입찰현장에 참여하면서 결국 현대ENG가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취했다.

    문정동 B공인 대표는 "앞서 또 다른 잠실 수주전인 미성·크로바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한 분위기는 맞다"며 "정부의 제재가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닌데, 이 분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강남권 재건축 수주전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고 보고 있다.

    재건축 최대 화두였던 초과이익환수제 회피가 어려워지고 분양가상한제 등 추가규제까지 예고되면서 정비사업 조합들의 사업의지가 예전만 못한데다 재건축시장을 바라보는 정부시각이 부정적인 만큼 재건축 시공권 수주 흥행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재건축시장에서 경쟁이 격해지는 일은 종종 있었지만, 본사가 압수수색을 당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라며 "정부와 수사당국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확보하기 전까지는 시장 점검을 계속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건설사들 역시 극도로 몸을 사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비사업시장 한 관계자는 "정부가 서울 강남권 정비사업지를 예의주시하고 있어 건설사들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시범 케이스로 걸리면 이미 수주해둔 사업지에까지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몸을 사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