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 10억원 먹튀·자회사 대표 성희롱·고객정보 유출 등 대형 악재 잇따라"책임 회피하려는 듯한 태도 도마 위… 리스크 관리 소홀이 원인"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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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업계 1위인 하나투어가 소홀한 리스크 관리로 위기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내 관광산업은 최근 중국의 금한령 해제로 기대감에 부풀어있지만 하나투어는 연달아 터진 악재들에서 좀처럼 헤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금한령을 대부분 해제하면서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위축됐던 국내 관광산업이 정상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중국 국가여유국이 지난 28일 회의를 열고 베이징(北京)과 산둥(山東) 지역에 한해 일반 여행사들의 한국행 단체 관광을 허용하기로 결정하면서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다시 한국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국내 여행업체들은 중국인 관광객을 맞을 채비에 나서고 있지만 하나투어는 그 어느때보다 우울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향후 시장 전망은 하나투어에 유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금한령 해제로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부진했던 면세점과 호텔사업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고 원화 강세로 
해외여행 수요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하나투어 실적 반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한 후폭풍으로 큰 폭의 영업손실을 낸 하나투어의 에스엠면세점(SM면세점)에 대한 시장 전망은 엇갈리는 상황. 

SM면세점은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 23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9.63% 적자폭이 확대됐다. 큰 폭의 적자를 반등시키기에는 SM면세점 브랜드 파워가 약한데다 대형 면세점들에 비해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하나투어는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2월 지하 1층~지하 6층 규모로 개장한 인사동 에스엠면세점을 지난 4월 지상 1층~지하 4층 규모로 줄였다. 
업계에서는 한때 하나투어가 면세점 사업에서 아예 손을 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하나투어는 비용 절감 차원에서 면세점 사업을 축소해 운영하고 있지만 
내년 1월 개항 예정인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입점해 면세점 사업 규모를 키워 나간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나투어에서는 올해 대형 악재가 연달아 터졌다. 이번달에는 하나투어
 대리점주가 고객들의 여행경비 10억여원을 들고 잠적한 '먹튀'사건이 공분을 샀으며 하나투어 자회사인 CJ월디스의 A 전 대표가 회사 여직원을 성희롱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지난달에는 하나투어 홈페이지가 
해킹을 당해 고객 개인정보 100만 건이 유출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신뢰마저 무너졌다.

언뜻 보면 전혀 관계없는 3개의 사건이 시기적으로 맞물려 터진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투어가 리스크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순히 운이 안좋아 악재가 연달아 터졌다고만 보기에는 업계 1위라는 하나투어의 타이틀이 무색하다"며 "대리점주 관리와 홈페이지 보안 관리, 경영진의 책임 의식 등을 회사 차원에서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모든 일들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리점 먹튀 사건 당시 
하나투어 측은 "대리점 사건은 하나투어 직원이 아니라 판매 대리점 또는 별도의 여행사 문제"라는 입장을 밝혀 책임을 회피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먹튀 대리점의 경우 해당 점주가 과거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고객들의 돈을 가로챈 전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본사가 이를 전혀 관리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성추행 사건의 경우도 개인의 책임으로만 묻기에는 한 회사를 대표하는 경영진이라는 점에서 비난을 피해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달 9일 하나투어 간부 직원 A씨가 회식자리에서 여직원에게 "뽀뽀해봐라", (몸을)"긁어봐" 등의 성희롱 발언을 했다. 피해 직원이 사건 다음 날 사내 여성위원회에 성희롱 관련 사실을 신고했고 하나투어는 13일 가해자 조사를 마친 뒤 성희롱 사실을 확인, 현재 해당 직원 징계위원회 회부 등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나투어의 소홀한 관리 체계도 아쉽지만 
이러한 대형 사건들이 발생한 뒤 하나투어가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태도가 더 문제"라며 "본사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한 태도가 브랜드 이미지와 신뢰도를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나투어는 지난해에도 
패키지 상품으로 인도네시아 여행을 하던 소비자가 사망했음에도 본사가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당시 하나투어 측은 사고 직후 피해자들의 병원 예치금 납부를 거절해 입원이 늦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5월 법원은 피해자의 손을 들어주면서 하나투어가 유가족에게 1억여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한편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금한령 해제가 하나투어의 실적 반등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악재는 언제든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실적 반등도 좋지만 무너진 소비자 신뢰와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는 노력이 우선시 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