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1심에서 신동빈 회장에 징역 1년8개월 집행유예 2년 선고신격호 총괄회장, 징역 4년에 벌금 35억…고령 감안 법정구속 면해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및 황각규·소진세·강현구 사장 무죄
  •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비리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공준표 기자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비리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공준표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비리 관련 혐의 1심 선고공판에서 실형을 면했다. 검찰이 10년을 구형했던 것에 비하면 크게 경감된 것이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은 총수 공백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법정구속 시 흔들릴 수 있었던 경영권도 안정적으로 방어할 수 있게 됐다. 반쪽만 진행됐던 지주사 전환도 마무리 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규모 해외 투자를 비롯한 호텔롯데 상장도 차질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시기를 예측할 수 없던 임원인사도 이르면 연내에, 늦어도 내년 초에는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울러 이번 1심 선고에서 그룹의 2인자인 황각규 롯데지주 사장을 비롯한 핵심 측근들도 대부분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롯데그룹이 빠르게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김상동)는 22일 오후 2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기소된 신동빈 회장 등 롯데 오너일가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고, 신 회장에게 징역 1년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에 대해서는 징역 4년에 벌금 35억원, 서미경 씨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게는 징역 2년,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게는 무죄를 각각 선고했다. 


    롯데 오너 일가와 함께 기소된 전문경영인 중에서는 채정병 전 롯데그룹 정책본부 지원실장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황각규 롯데지주 사장과 소진세 롯데사회공헌위원장,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사장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이날 재판부는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과 관련한 업무상 배임, 신격호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의 딸에게 '공짜 급여'를 준 횡령 일부분만 유죄로 인정했다.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과 관련해서는 검찰은 매점 임대에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했지만, 법원은 이득액이 입증되거나 구체적으로 산정되지 않아 업무상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범행을 직접 지시한 신 총괄회장을 비롯해 신 회장, 서씨,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을 공동전범으로 판결하면서 "신 회장도 구체적 임대료를 산정하는 데 관여하지 않았다고 행위가 미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롯데피에스넷과 관련한 471억원대 특경법상 배임 혐의는 '경영상 판단'이라는 이유로 무죄 판단을 받았다. 재판부는 "금융 관련 사업의 피에스넷은 부채과다, 완전자본잠식 등 악화된 재무구조 지속 시 사업기반 자체가 위태했다"며 자금조달 필요성을 인정했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게 '공짜 급여'를 준 부분도 법원은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서씨와 서씨의 딸 신유미씨에게 급여를 지급한 부분은 신 총괄회장은 유죄, 신 회장은 일부 유죄로 판결했다. 신 회장이 급여 지급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배임 일부와 횡령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4년과 벌금 35억원이 선고됐다. 다만 95세 고령인 그의 건강 이유 등으로 법정 구속은 피하게 됐다. 거액 탈세는 무죄로 인정됐다.


    두 사람의 유무죄에 따라 횡령 공범으로 기소된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무죄를, 배임 공범으로 기소된 신 이사장은 징역 2년을, 서씨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신동빈 회장은 한국롯데와 정책본부를 총괄했던 사람으로서,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시가 그릇됐음을 알았음에도 범행에 가담했다"면서 "향후 공식적으로 그룹 대표가 된 상황에서 부정행위를 중단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지위 권한에 따라 책임이 무거워야 한다"고 판결했다. 


    다만 "신 회장이 범법행위로 인해 얻은 경제적 이익이 없다"면서 "최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지배회사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점, 경영일선에서 빼는 것보다 경영에 계속 참여하며 투명성과 합리성을 제고하는 게 더욱 좋다고 생각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 ▲ 왼쪽부터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비리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공준표 기자
    ▲ 왼쪽부터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비리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공준표 기자


    ◇ 롯데 “재판부 판단 존중, 경제발전에 기여할 것”

     

    이번 판결에 대해 롯데그룹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롯데그룹은 재판 직후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롯데그룹은 더욱 합심해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신동빈 회장도 법원을 빠져나가며 "국민께 죄송하다"는 말을 남겼다. 항소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아무 답변도 하지 않았다. 


    반면, 검찰은 항소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롯데 비리 사건에서 유죄가 상당 부분 선고됐지만, 일부 범죄사실은 무죄가 선고됐다"며 "무죄 부분은 법리 등을 집중 분석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 경영권 방어 및 지주사 전환에도 속도 붙을 듯


    신 회장이 실형을 면하면서 롯데는 경영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우선 안정적인 경영권 방어가 가능해졌다. 신 회장이 법정 구속됐을 경우 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경영권을 다시 위협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때문에 신 회장은 재판을 앞두고 여러차례 일본에 건너가 주주들과 금융권 투자자들을 만나 설득했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주주들을 안심시켜려 했던 것이다.


    이번 1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되면서 결국 경영권 방어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신동주 전 부회장이 무죄를 선고 받으면서 행보가 자유로워졌다는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일본 롯데를 더욱 흔들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됐기에 신 회장이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고 대비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또 그동안 추진하고 있던 지주사 전환에도 다시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지주를 출범했지만, 아직 반쪽짜리에 불과해 추가 작업이 필요했던 상황이다. 다른 계열사들을 순차적으로 지주사에 편입시키는 작업이 차질없이 이뤄질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호텔롯데 상장이 지주사 전환에 있어 중요한 퍼즐이기에 호텔롯데 상장도 다시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대규모 투자 등 뉴 롯데의 행보도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드 보복으로 부진했던 중국을 대신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남방정책을 강화하려던 글로벌 전략도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 국정농단 1심 선고 등 향후 산적한 과제는?


    자존심을 구긴 검찰이 항소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롯데는 2심을 준비해야 한다. 검찰은 신동빈 회장에 대해 징역 10년을 구형했지만, 70% 이상 감형된 탓이다. 더욱 거칠게 나올 수 밖에 없는 검찰 주장을 롯데가 어떻게 논리적으로 막아낼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또 신동빈 회장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재판도 받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면세점 현안을 청탁하는 대가로 '비선실세'인 최순실씨 측이 세운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공여한 혐의다. 이로 인해 검찰은 신 회장에게 징역 4년에 추징금 70억원을 구형했다. 해당 재판의 선고는 내년 1월 26일 열린다. 역시 법정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신 회장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위축된 사업들도 정상화해야 한다.


    특히 최근 진행된 제주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롯데면세점은 호텔신라에 밀렸다. 사드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입국하지 못하면서 면세사업에 큰 타격을 입었던터라 면세사업 정상화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실추된 그룹 이미지와 신뢰 회복에도 더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형제간 다툼과 총수일가가 얽힌 각종 경영비리는 롯데그룹이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를 크게 훼손시켰기 때문이다.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작업도 소홀히 할 수 없어 보인다.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을 안심시키고 지지를 철회하지 말도록 설득하는 작업도 꾸준히 병행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