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조한 취업률·낮은 처우에 청년층 기피 지속현장 고령화·외인 유입에 시공품질 저하 우려"국가 차원에서 건설업 청년 일자리 확보 힘써야"
  • ▲ 자료사진. 아파트 건설공사 현장. ⓒ성재용 기자
    ▲ 자료사진. 아파트 건설공사 현장. ⓒ성재용 기자


    "현재 심각한 취업난에도 불구하고 청년층 인력의 건설현장 기피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기능인력의 고령화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고, 현장에서 외국인력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는 원인으로도 작용하고 있죠. 이러다 정말 대가 끊기는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건설단체총연합회 관계자)

    건설 근로자 고령화와 외국인 대체 근로자 증가로 국내 건설기능인력 대가 끊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적정임금제' 법제화와 '기능등급제' 도입 등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6일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건설업의 청년층(15~29세) 취업자 비중은 2012년 6.5%에서 2017년 5월 5.1%까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산업에서 청년층 취업자 비중이 최근 5년간 평균 12%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건산연은 향후 건설산업의 노령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건설업을 첫 일자리로 하는 청년층 비중도 2012년 5월 4.1%에서 2017년 5월 3.2%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일반제조업을 첫 일자리로 하는 청년층 비중은 17.6%에서 18.2%로 늘어났다. 일반제조업과 달리 청년층의 건설업 유입이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노령화가 그만큼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셈이다.

    이처럼 청년층의 건설업 취업비중이 갈수록 줄고 있는 것은 건설경기 위축으로 건설사들의 경영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공공공사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중견건설사들의 경우 평균 영업이익률이 2005년 이후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 매년 적자를 기록했다.

    건설원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공공발주자들이 가격위주로 낙찰제도를 운영하면서 건설사들은 수주를 해도 적자를 보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원가 압력이 커지다보니 건설사들 입장에서는 신규인력 채용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건설근로자공제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맞춤형 도제식 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남양주공고의 이규욱 수석교사는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공고에서 건설계열을 졸업하고 건설현장이나 설계사무소 등으로 취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최근 들어서는 학생들에게 건설시공기술을 가르쳐서 배출해도 이들을 받아줄 건설사가 거의 없다. 대부분 건설사가 기능 인력을 하도급 형태인 '일용직'으로 채용하고 있어 학생들이 현장실습을 나갈 수 있는 조건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업계 집계 결과 올해 토목·건축 등 건설계열 특성화고 학생 수는 8784명으로, 10년 전인 2007년 1만2805명에 비해 약 31.4% 줄어들었다. 학급 수도 2007년 364개에서 342개로 감소했다.

    특성화고 학생들의 졸업 후 건설업계 취업률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건설업계로 직행한 졸업생은 1891명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건설 근로자의 고령화는 심화되고 있다.

    건설근로자공제회 조사를 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전체 취업자 중 40세 이상은 63.9%인 반면, 건설산업의 경우 76.4%가 40대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건설기능인력 가운데 50대 이상 비율은 2013년 41.6%에서 2016년 46.1%로, 3년새 4.5%p 증가했다. 건설기능인력 10명 중 8명이 40대 이상이고, 절반은 50대 이상이라는 얘기다. 같은 기간 전체 산업 증가율 2.4%p의 두 배 수준으로, 다른 산업에 비해 고령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 기간 건설기능인력 30대 이하 근로자 비율은 2013년 24.9%에서 2016년 23.2%로 1.7%p 감소했다.

    고령화가 심각한 일선 현장에서는 외국인 근로자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공제회에 따르면 퇴직공제 가입자 중 외국인 비율은 2011년 5.8%에서 2015년 8.0%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직종별로는 용접공과 기타 공종을 뺀 △형틀목공 △철근공 △콘크리트공 △석공 △방수공 등 공종에서 외국인 근로자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른바 힘들고 임금이 낮은 '3D 공종'과 산간 오지 토목·SOC 현장에서 내국인의 공백을 메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이 적지 않다.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숙련도가 떨어지다 보니 노동생산성이 하락해 공사비가 늘어나고 산업재해 증가, 공기 지연에 시공품질 저하까지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있다.

    최은정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정부의 SOC예산 삭감과 잇단 부동산 규제책으로 건설산업의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향후 청년층의 건설업 기피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앞으로 심각한 인력난을 야기해 건설산업의 품질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선배 숙련인력이 은퇴 또는 이직 등으로 사라져 기능전수가 단절되고, 특성화고 등 10대에 건설기능교육을 받고 현장으로 진출하는 청년 기능인들의 '양적 감소'가 이어진다면 질 경우 자칫 건설기능인력의 대가 끊길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 경우 건설생산기반까지 흔들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업계에서는 건설산업이 고용유발 효과가 큰 대표적인 산업인 만큼 국가 차원에서 건설제도의 근본적 개편 등 건설산업에 대한 중장기적 계획을 수립해 청년층의 건설업 진입을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건설투자 10억원당 20명 정도의 고용을 창출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는 만큼 건설투자는 중요하다"며 "국가 차원에서 건설공사 적자구조 문제, 수익성 악화 등을 해결하는데 힘써 건설기업이 청년 일자리를 늘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특성화고 연계 도제식 훈련 사업 외에도 △특성화고 남학생의 건설기능직에 대한 병역특례 적용 확대 △적정임금 법제화 △숙련 기술 인력에 대한 기술등급제와 같은 기능의 '기능등급제' 도입 등의 해법을 제시했다.

    건단련 관계자는 "건설현장으로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 이들을 양성하는 정책적 지원은 궁극적으로 국내 건설산업의 품질경쟁력을 향상하고 건설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