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서 돈 빌려 투자나선 서민 대부분거래소, 고객보호‧서버관리 허술 태반
-
-
-
-
▲ ⓒ연합뉴스
“비트코인으로 학자금을 갚았어요”, “자본금 500만원으로 수백억원을 벌었습니다”
이처럼 가상화폐에 투자해 큰돈을 벌었단 글을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하루에도 등락폭이 1000만원을 오르내리니 저점에서 투자한다면 큰 수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 돈을 벌 수 있는 ‘게임의 법칙’이 존재할 수 있을까. 본지에서는 가상화폐와 관련된 현재 상황에 대해 진단해봤다.
◆정부 규제에도 비트코인 ‘지붕 뚫고 하이킥’
정부는 올해 시작과 함께 비트코인과 관련된 규제안을 발표했다. 주요 골자는 ▲미성년자, 외국인 비거주자의 계좌개설 및 거래 전면 금지 ▲가상화폐, 가상통화에 대한 과세 여부 검토 ▲은행 가상계좌 신규 개설 금지 등이다.
즉, 자금 유입을 막으면 지금과 같은 광풍은 사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1월 1일 약 1850만원 선에서 7일 현재 2550만원으로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기존 투자자들이 신규 진입하는 투자자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 보다 많은 가상화폐 매집에 나서며 가격 상승을 부추긴 것이다.
정부 역시 향후 실명확인시스템이 마련되면 신규 진입을 허용해 주겠단 의도를 내비치면서 규제가 풀리면 가상화폐에 투자하겠단 이들만 넘쳐나고 있다.
실제 가상화폐에 대한 신규 계좌 개설이 금지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비트코인 관련 거래소 후발주자들은 온라인 배너, 버스광고를 넘어 TV까지 온 매체를 통해 광고 중이다.
곧 은행에서 시스템만 구축되면 쌈짓돈을 들고 찾아올 고객들이 줄을 섰다는 판단에서다.
은행 창구에서도 가상화폐 계좌를 어떻게 개설하냐고 문의가 끊이질 않고 있다.
◆4만원짜리 거래소가 고객 돈 수천억 관리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는 약 3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지금도 우후죽순 가상화폐 거래소는 개설되고 있어 정확한 수치는 확인하기 어렵다.
올 상반기에만 지닉스, 넥스코인, 한국가상화폐거래소 등 10여 곳이 정식 오픈을 준비 중이다.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앞 다퉈 문을 여는 이유는 가상화폐 수수료 수익을 챙기기 위해서다.
거래소마다 수수료 차이는 보통 0.05~0.15% 정도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가상화폐의 일평균 거래량을 감안할 때 하루에만 수십억원의 수수료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계산이다.
거래소를 개설하는 데도 큰 어려움은 없다. 지자체에 4만원을 내고 통신판매업자로 신고하면 끝이다.
이 때문에 일부 거래소의 자본금은 100만원에서 5000만원에 불과한 곳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사실을 모르는 서민들은 돈을 거래하는 곳이기 때문에 금융기관과 동일한 보호와 전산보안을 갖췄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관련 규제가 없기 때문에 지속적인 금융당국의 점검을 받지도 예금자에 대한 보호도 받을 수 없다.
지난해 파산한 코인거래소 유빗의 경우 2차례 해킹 피해로 결국 문을 닫았다.
투자자들은 돈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지만 유빗은 거래 중단, 입출금 정지조치를 진행했다. 금융당국 역시 이번 사태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피해를 더 키웠다.
◆가상화폐 금융사고 이제 시작…불안요소 곳곳
거래소가 문을 닫고 돈을 찾지 못하는 사례는 앞으로 뒤에 다가올 더 큰 재앙의 전초전이다.
가상화폐에 투자한 사람들 대부분은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아 투자한 이들이 적지 않다. 대출이자보다 투자 수익금이 더 클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앞선 사례처럼 돈을 잃은 이들이 더욱 많이 생겨날수록 은행에서 빌린 돈도 갚지 못하는 사태가 연이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횡령과 같은 범죄 발생도 우려된다. 이미 몇몇 은행원이 가상화폐에 투자하기 위해 고객 돈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 겪고 있는 가상화폐 열풍은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며 “하루라도 빨리 금융당국은 시장 상황을 파악하고 관련 규제를 도입해 서민들의 피해가 없도록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