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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대 한국마사회 회장으로 김낙순 전 의원이 지난 19일 공식 취임했다. 하지만 마사회 내부의 분위기가 좋지만은 않다. 조직 수장으로서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게 이유다.
차관급인 마사회장은 그동안 재선 이상 의원들이 앉는 것이 관례처럼 여겨져 왔다. 마사회 직원들도 "이왕 정치인 낙하산 인사가 올거면 거물급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다닐 정도다.
하지만 김 신임 회장은 말 산업이나 축산 분야와 연관성이 없는 비전문가인데다 초선 의원 출신이다. 1957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난 김 회장은 천안농고를 거쳐 서경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문화예술학 박사를 취득했다. 국회의원 보좌관을 거쳐 제4·5대 서울시 의원을 지냈으며,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 후보로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열린우리당 수석사무부총장, 정동영 대통령후보 조직위원장,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조직본부장, 제19대 총선 민주통합당 조직위원장 등을 역임했다.지난 5월 대통령 선거 과정에선 박원순 서울시장과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했다.
그러다 보니 '전문성이 부족한 낙하산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때문에 노조를 중심으로 취임 전부터 반발 조짐이 있었다.
실제 마사회 노조는 김 회장의 내정설이 불거진 지난해 말부터 '전문성 없는 낙하산 CEO는 무조건 반대'라는 입장을 표명해 왔다. 전병준 마사회 노조위원장은 당시 "최소한 전문성이나 업무 연관성 등은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화상경마장(장외발매소) 폐쇄 등으로 실적에 빨간불이 켜진 점도 김 회장의 험난한 앞날을 예고하고 있다. 장외발매소는 마사회의 총 마권매출액(2016년 기준 7조7460억원) 중 70%(약 5조3505억원) 가량을 담당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그런데 지난해말 용산화상경마장 주변 학교에 다니는 학생과 학부모, 시민단체의 요구에 용산화상경마장은 결국 폐쇄되면서 올해 마사회의 매출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대전 서구 월평동의 화상경마장도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이전이 불가피한 상황인데 마사회가 오는 2021년까지 대체부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자연 폐쇄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김낙순 마사회장은 지난 19일 렛츠런파크 서울 본관 문화공감홀에서 가진 취임식에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공기업으로서 설립 목적에 충실한 기관으로 되돌아가 국민마사회로의 재탄생'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공공성·공익성 우선 △신뢰·격려의 조직문화 △투명한 업무 처리 등을 3대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김 회장은 "승마를 포함한 말산업의 동반성장을 통해 진정한 말산업 육성의 완성을 기하겠다"며 "조직원 간 신뢰와 배려의 문화구축, 공정한 인사로 조직의 신뢰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