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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가 2009년 이후 8년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통상임금 패소와 미국, 중국 등 주력시장에서의 판매가 부진했던 탓이다. 올해도 대외 경영환경이 불투명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신차 효과를 극대화하고 신흥시장 공략을 강화해 287만대의 글로벌 판매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기아차는 25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2017년 경영실적 발표회를 열고, 지난해 영업이익이 6622억원으로 전년 대비 73.1% 급감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53조5357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9680억원으로 전년 대비 64.9% 감소했다.
기아차의 지난해 글로벌 시장 판매량은 276만20대로 전년 대비 8.6% 줄었다. 내수 판매는 경쟁 심화에 따른 승용 차종의 부진으로 전년 대비 2.7% 감소한 51만8474대에 그쳤다.
지난 4분기 역시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환율 하락 외에도 노조 파업 등의 영향으로 판매 차질이 불가피해진 탓이다.
한천수 기아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지난 4분기 영업이익은 통상임금 관련 비용을 제외하고 3분기 대비 1300억원 감소한 302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3%였다"며 "지속적인 RV 신차 출시를 했음에도 원화 강세와 수익성 관리 등에 따라 북미 법인을 중심으로 전분기 대비 3만6000대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있었던 국내 공장 파업으로 스토닉 등 판매에 차질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요 신차의 수출 본격화와 인센티브 하락 등으로 환율 감소에 따른 영향을 일부 축소시켰다고 밝혔다.
한 부사장은 "쏘렌토 상품성 개선 모델 판매 확대와 스토닉과 스팅어 등의 수출 본격화로 전체 판매 믹스가 개선됐다"며 "판촉비는 판매 물량 완화로 인센티브가 300달러 하락하는 등 환율 감소 차질을 일부 흡수했다"고 말했다.
기아차는 올해도 국내외 자동차 시장과 대외 경영환경의 변화가 극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가운데 신차 효과 극대화와 신흥 시장 공략 강화, RV 판매 비중 지속 확대로 287만9000대 판매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판매 감소가 예상되는 미국, 중국 시장은 다양한 신차 출시와 딜러 지원 강화로 회복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올해에도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영여건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기아차는 경쟁력 있는 신차와 RV 판매 비중 확대를 통해 수익성 개선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친환경차·스마트카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을 보다 강화해 미래 자동차 산업의 변화를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올해 美·中서 판매 감소 전망… '재고관리·신차투입'으로 대처
기아차는 미국, 중국 등 주력 시장에서 올해 판매가 전년대비 소폭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천수 부사장은 "올해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는 1.7% 감소가 예상되고, 중국 시장에서는 1.4%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 내 판매 감소에 대해서는 "미국 시장은 1% 경제 성장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중고차 가격 하락 등으로 대체 구매 시 소비자 부담이 커져 기아차 판매는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판매 회복을 위한 대응책으로는 적정 재고 관리와 신차 투입을 제시했다. 한천수 부사장은 "미국 공장 가동률을 조정하고 멕시코 순회 공장 물량을 조정해 적정 수준으로 재고를 관리할 것"이라며 "신차 투입을 통한 모멘텀 확대로 수익성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니로를 제외하면 신차가 없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스팅어를 선두로 쏘렌토, K5 개조차, 신형 K3 등 신차 라인업을 보강할 예정"이라며 "스팅어는 2월 초 슈퍼볼 광고 등으로 판매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이같은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향상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아차는 중국 판매 회복을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천수 부사장은 "올해 반한 감정이 희석되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신차를 출시해 45만대를 판매하려고 한다"며 "엔트리급 SUV인 쿠이와 K5 PHEV 및 전기차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인센티브를 효율적으로 집행해 수익성 제고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라며 "부진한 딜러를 교체함과 동시에 딜러 지원 강화로 질적 성장에 집중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 올 1분기 K3 후속 등 출시… 글로벌 판매 모멘텀 확대
기아차는 올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성장세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1분기 K3 후속 모델과 하반기 니로EV 등을 출시해 경쟁력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한천수 부사장은 "올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1%대 성장에 그칠 것"이라며 "지역별 차별화도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미국, 중국, 유럽 등 빅3 시장에서는 수요가 감소하고, 성장 둔화도 두드러질 것"이라며 "중국을 제외한 신흥시장에서는 본격적인 수요 회복이 예상되지만 원화 강세 기조와 미국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대외 환경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수익성 관리와 판매 모멘텀 확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천수 부사장은 "판매와 생산 등을 권역에서 관리하도록 하는 권역별 책임경영 체제를 구축해 수익성 관리 강화에 나설 것"이라며 "상품성 측면에서는 1분기 차세대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K3 후속 모델과 연비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판매 모멘텀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 예정된 최대 항속거리 380km의 니로 EV 출시와 기본형의 경쟁력 있는 트림 운용 등으로 경쟁력을 높여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전망이 부정적임에도 기아차는 올해 판매 목표를 전년 대비 상향 조정했다.
한천수 부사장은 "기아차의 올해 판매 목표는 전년 대비 약 5% 증가한 287만5000대(도매 기준)"이라며 "철저한 재고 관리와 무리한 인센트비 지급은 지양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 친환경차, 2025년까지 16개 차종으로 라인업 확대
기아차는 오는 2025년까지 16종의 친환경차 라인업을 구축한다.
한천수 부사장은 "2018 CES에서 자율주행, 커넥티드, 친환경, 모빌리티 서비스 등 미래 혁신 기술 4대 영역에 최적화된 모빌리티 솔루선 비전을 공개한 바 있다"며 "오는 2019년에는 실제 도로에서 대규모 자율주행 시범 운영을 실시하는 등 기술 신뢰성을 확보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아차는 오는 2021년까지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차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천수 부사장은 "오는 2021년 스마트시티 내에서 운전자 개입 없이 차량 스스로 주행이 가능한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차 개발을 기대하고 있다"며 "일부 차에 적용된 전방충돌보조시스템은 오는 2020년까지 전 차종에 적용 적용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기아차는 친환경차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기존 라인업을 대폭 확대할 계획도 갖고 있다.
한 부사장은 "오는 2025년까지 현재 6개 차종에서 16개 차종으로 친환경차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을 발표했다"며 "CES에서 공개한 니로EV 콘셉트카는 아마존과 기술 협업을 통해 능동형 보행자 경고 시스템 등 최첨단 기술을 탑재했으며, 현장에 전시했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지난해 론칭한 위블을 운영 중이다. 하반기에는 유럽 주요 도시로 확대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