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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지난 4분기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업계의 기대와 달리, 광고대행사 1·2위 업체인 제일기획과 이노션의 성적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은 늘었으나 지상파 방송사 파업 등 일시적 악재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대폭 하락한 것이다.
31일 광고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이노션에 이어 지난 30일 제일기획이 4분기 잠정 실적을 공시했다.
제일기획은 지난 4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458억7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99% 급감했다. 인건비 투자 증가로 판매관리비가 24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나 늘었기 때문이다. 제일기획이 인건비 투자를 늘린 것은 그만큼 일감이 증가했다는 청신호로 해석된다.
물론 평창동계올림픽 특수는 지난 4분기부터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9989억2700만원, 매출총이익은 29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2%, 6% 증가했다. 모회사인 삼성전자가 평창동계올림픽 스폰서 중 가장 높은 등급인 월드와이드 올림픽파트너로서, 적극적인 광고·마케팅에 나서고 있어 광고 물량이 상당히 증가했을 것이라는 후문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일기획의 삼성전자 광고 물량이 늘어날 것"이라며 "2월부터 평창에서 하는 광고·마케팅 활동이 실행되면서 본격적으로 매출로 잡히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노션도 4분기 매출액이 3103억원으로 0.7% 증가했지만, 매출총이익과 영업이익이 각각 1063억원, 242억원 전년 동기 대비 2.4%, 22.9% 감소했다.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성화봉송 등을 대행하는 타 대행사들보다 효과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노션은 평창동계올림픽보다 현대·기아차가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스폰서로 활동하는 러시아 월드컵에서 더 특수를 누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이슈와 KBS·MBC 지상파 방송사의 파업으로 인한 타격도 컸다.
이노션 관계자는 "아무래도 (방송) 프로그램들이 안 나오니까 광고 물량이 줄어드는 이슈가 있었다"며 "광고주 입장에선 (광고를) 덜 풀려고 해서 주 수익원인 미디어 대행 수수료가 줄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노션의 지난 4분기 실적이 제일기획보다 더 부진했던 것은 모회사인 현대차그룹의 판매 부진과 신차가 별로 없었던 것도 큰 영향을 끼쳤다.
현대차는 지난 4분기 매출액 24조5008억원, 영업이익 7752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0.2%, 24.1% 줄었다. 신차 모멘텀 부족, 가동률 하락에 따른 고정비 증가, 비우호적인 환율 시장 등이 실적 부진의 원인이다. 같은 기간 기아차도 노조 파업 영향까지 겹쳐 영업이익 30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2% 급감했다.전문가들은 올 1분기부터 이노션의 실적이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판매 부진으로 인한 영향은 올 하반기부터 다소 풀릴 것으로 보인다.
안 연구원은 "5년마다 오는 현대차의 신차 빅 사이클이 2019년에 돌아온다"며 "이노션은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좀 더 좋아지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