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7개월만에 美 금리 한국 추월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우려감 증폭
  • 한국의 금리보다 미국의 정책금리보다 낮아지는 '금리역전' 현상이 10년 7개월만에 다시 나타나며 향후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11일 관계당국 등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오는 20~21일(현지시간)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0.25%p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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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1.50~1.75%로 상승하게 된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1.50%다.

    이러한 한미 금리역전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외국인의 자금유출 가능성이 대두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는 한편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오고 있다.

    먼저 대규모 자금 유출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외국인 투자에 금리가 유일한 결정 요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 불안이 발생하면 언제든 자금 유출 가속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미 금리역전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미국의 금리가 한국을 추월해도 자금 유출이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대표적인 이유는 금리가 투자의 유일한 결정 요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통상 금리(수익률)는 위험성이 높은 투자처에서 높고 안정적인 곳에선 낮은데 경제 규모로 볼 때 미국은 위험성이 낮은 투자처로, 한국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높다. 이에 투자자들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미국보다 금리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이 같은 공식이 깨지게 된다.

    물론 금리만으로 투자 결정 성향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투자자들은 금리 외에도 기업 실적이나 경제 성장률 등도 중요 요인으로 고려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 경제 성장률은 연 3.1%로 4년 만에 3%대 성장 궤도로 돌아왔으며 올해에도 주요 기관이 3%대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선 작다고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한국 경제는 세계 10위권이기도 하다. 탄탄한 외환 건전성이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도 자금 유출 우려를 더는 요소다.

    과거 한미 금리역전 사례 때도 급격한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은 없었다.

    한미 금리가 역전된 1999년 7월∼2001년 3월 외국인 자금은 147억 달러, 2005년 8월∼2007년 9월엔 75억 달러가 각각 순유입됐다.

    한미 금리역전이 임박한 올해 1월엔 외국인 투자자금은 작년 8월 이후 최대인 52억2000만 달러 유입됐다. 지난달에는 12억8000만 달러가 유출됐지만 중순 이후엔 다시 유입세로 전환하는 흐름을 보였다.

    특히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을 보는 채권자금은 지난달에도 23억5000만 달러가 들어오는 등 올해 들어 45억2000만 달러 순유입됐다. 지난해(80억5000만 달러)의 절반이 넘는다. 원화절상 기대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급격한 자금 유출을 우려하지 않는 전문가들도 금리 역전 현상의 장기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한미 금리역전 상황이 한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와 한국은행은 한미 금리역전을 당장 우려하지는 않으나 예의주시한다는 입장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앞서 "미국의 금리 인상과 연계해 한은 금리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통화정책 방향은 미국의 금리 인상을 포함해 경기, 물가 상황에 따라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것"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