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이사회 의장직 외부인사에 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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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의 주주총회가 집중되는 '슈퍼 주총데이'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삼성, 롯데, KT, 대한항공, 효성 등 주요 기업들은 오는 23일 주주총회를 열고 사내·외 이사 선임과 2017년 재무제표 승인 안건 등을 처리한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 주총시즌에 앞서 기업들의 지배구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외부 목소리가 커지면서 투명경영 강화를 위한 노력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민간 의결권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롯데쇼핑 주총에 상정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를 권고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도 "업무 관련 불법행위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았다"며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에 대해서도 효성·효성ITX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를 권고했다. 

최근 반기업 정서가 만연해진데다가 정부 차원에서도 재벌 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자, 민간연구기관에서 기업 지배구조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제기에 나서고 있다. 이에 기업들도 스스로 시대 변화에 발맞춰 변화하는 모습이다. 

23일 주총을 앞둔 효성그룹은 조현준 회장이 맡고 있던 이사회 의장직을 외부 인사에게 넘기고 투명 경영을 실천했다. 효성 관계자는 "이사회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해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라며 지난해부터 투명한 지배구조와 합리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효성은 지난해 7월 이사회 산하에 투명경영위원회를 신설하고 사외이사후보 추천위원회의 대표위원을 사외이사가 맡도록 규정을 변경했다. 오는 6월에는 지주회사 및 4개 사업회사로 인적 분할해 지주사 체제 전환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조 회장에게 의장직을 넘겨 받은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국제학과 명예교수는 2015년부터 효성 사외이사를 맡아왔으며,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역임한 국제관계 전문가다. 

롯데그룹도 롯데지주를 비롯해 롯데쇼핑, 롯데푸드, 롯데제과, 롯데손해보험 등 주요 상장사의 주총을 오는 23일 개최한다. 이미 롯데는 지난달 27일 임시주총에서 롯데지주 계열사 합병·분할합병을 마무리한 상태로 지주사 전환 마지막 단계에 돌입했다. 

롯데지주 이사회 의장직은 임시 주총에 이어 황각규 부회장이 다시 맡는다. 총수 부재라는 위기 상황에서 임시주총을 통해 리더십을 보여준 황 부회장이 이번 주총에서도 주주들과 잘 소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롯데쇼핑과 롯데제과는 신동빈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마찬가지로 23일 주총을 진행하는 KT도 지배구조 개편안을 마련해 안건으로 올렸다. KT는 회장 최종후보의 선정 주체를 종전의 CEO추천위원회에서 이사회로 바꾸고 심사 기준에 후보의 기업 경영 경험을 명시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마련했다.

삼성전자도 23일 주총에서 창립 이래 처음으로 최고경영자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기로 했다. 이사회 중심의 책임 경영 강화 및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삼성전기는 올해 주총에서도 사외이사에 의장직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시대가 변하면서 외부 요구가 많아지고 기업들 내부에도 새로운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일부 기업들은 투명 경영을 위해 자정 기능을 강화하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