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변호인이 재판부를 속이고 있어 납득 어려워"신동빈 측 "듣기 거북해, 검찰 자료 보고 대응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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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총수일가의 경영비리 사건 재판이 2라운드에 돌입했다. 항소심 첫날부터 신동빈 회장 측과 검찰은 1심 판결에 대해 엇갈린 주장을 내세우며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서울고법 형사8부(강승준 부장판사)는 21일 오전 10시 30분 신동빈 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등 9인에 대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에 대한 항소심 1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는 각 피고인별 변호인단과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어 총수일가 전체가 불출석이 점쳐졌지만, 신 이사장만이 모습을 드러냈다.
재판부의 1심 판결에 항소한 신 회장 측과 검찰은 첫 만남부터 유무죄 판단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특히, 검찰은 1심 판결서 무죄가 선고된 롯데기공 끼워넣기와 롯데피에스넷 지분인수 관련 혐의에 대한 유죄 입증 의지를 드러냈다.검찰은 롯데피에스넷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구입 과정에 롯데기공을 끼워넣은 혐의에 대해 "대법원 확정판결에서도 유죄로 인정했는데 원심에서 무죄로 판단했다"며 "많은 증거가 있었지만 변호인 측에게 유리한 것만 판단해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롯데피에스넷 지분인수와 유상증자 배임 관련 "정부 방침은 대기업인 롯데는 인터넷 전문 은행으로 진출할 수 없다는 것인데, 마치 롯데피에스넷이 인터넷 전문 은행이 될 수 있다며 재판부를 속이고 있어 납득하기 어렵다"며 "롯데피에스넷도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했는데, 실제 수익이 얼마나 나왔는지 사실을 조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신 회장의 공소사실 가운데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과 관련한 업무상 배임 혐의와 서미경씨의 딸과 신 이사장에게 '공짜 급여'를 준 횡령 일부분만 유죄로 인정하고, 다른 혐의들은 무죄로 판단했다. 롯데피에스넷의 현금자동입출금기 구매과정에 롯데기공을 끼워넣어 39억여원의 이익을 몰아줬다는 의혹과 롯데피에스넷 관련 471억원대 배임 혐의 관련해서도 '경영상 판단'이라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은 신동주 전 부회장의 급여 부분 관련에 대해 "롯데는 일본과 한국에서 분리 경영됐고, 신동주 전 부회장은 한국에서 아무 일도 한 게 없다"면서 항소 이유를 밝혔다. 롯데시네마 매점 임대 부분에 대해서도 "롯데시네마가 50억원 이상 넘는 피해를 입은건 이 자리에 있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동빈 회장 측은 검찰 발언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신 회장 측 변호인은 "재판부를 속였다는 말에 대해서는 저희가 듣기 거북하다"며 "검찰 측에서 증인 신청이나 기타 자료를 제출한다고 하니까 살펴보고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롯데 시네마 배임 부분은 국세청의 판단이 적법하다고 한 마당에 위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겠냐"면서 "신유미 씨 급여 관련해서도 전적으로 신격호 총괄회장이 결정하고, 신동빈 회장은 결정 및 집행 과정에서 전부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롯데면세점 입점 대가 등으로 수십여억원의 뒷돈을 챙긴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원심 파기 결정을 받은 신 이사장은 "개인 비리로 유죄가 된 부분은 대체로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총수일가 경영비리 재판에 대해서는 "사실 관계가 다른 부분이 있다"며 "신동빈 회장이나 채정병 전 롯데카드 사장에 대해서도 증인신문을 했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항소심 재판의 다음 준비기일은 다음 달 18일 오전 10시 30분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