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GDP 대비 민간최종소비지출 48.1% 역대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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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시장 부진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GDP 대비 민간최종소비지출은 전년대비 0.6%포인트 하락한 48.1%로,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70년 이후 최저 기록이다
민간소비 비중은 1970년대 초 70%대에 달했지만 점차 줄어들어 2000년에는 53.8%까지 떨어졌다.
2002년에는 55.5%까지 상승했으나 이후 민간소비 비중은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2015년 49.3%로 1988년(49.8%) 이후 처음으로 50% 미만으로 떨어졌으며 2016년 48.7%에 이어 지난해까지 3년 연속으로 하락하는 등 결국 최저치를 새로 썼다.
한국의 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은 주요국과 견줘도 작은 편이다. 2015년 기준 미국은 68.1%, 영국 64.9%, 일본은 56.6%, 독일은 53.9%였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은 2000년대 들어 주요국에 비해 가파르게 하락하는 추세다"고 분석했다.
과거 민간소비 비중이 하락한 것은 경제 성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측면이 있었다. 투자와 교역이 늘어나며 민간소비 비중이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최근 민간소비 비중 하락은 고용 시장 부진, 고령화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해주는 일자리가 적고 미래는 불투명하다 보니 민간소비의 주요 주체인 가계가 돈을 벌어도 쓰지 않고 모아두는 성향이 짙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체감 실업률을 나타내는 고용보조지표 3은 11.1%, 15∼29세 청년 실업률은 역대 최고인 9.9%, 청년층 고용보조지표 3은 22.7%를 기록했다.
가계의 실질소득은 2015년 4분기부터 작년 3분기까지 매 분기 마이너스 성장했다가 지난해 4분기 겨우 플러스 성장(1.6%)으로 돌아서는 등 소득 증가는 지지부진했다.
가계의 평균 소비성향은 2012년부터 2016년부터 매년 최저치를 갈아치우며 71.1%까지 떨어졌다는 점에 지난해 역시 하락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씀씀이가 적은 고령 인구 비중이 늘어나는 점, 노후를 맞아야 하는 중장년들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려야 하는 점도 민간소비를 제약할 수 있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민간소비 비중 하락은 근본적으로 일자리, 소득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을 추구하고 있지만, 아직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모습이다"고 분석했다.
이어 "민간소비 비중 축소는 세계 경제가 위기에 처할 때 한국 경제의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