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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당원의 댓글 조작 사건인 일명 '드루킹' 사건으로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뉴스 댓글 시스템을 개편한 가운데, 바른ICT연구소가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바른ICT연구소는 연세대학교가 SK텔레콤의 후원을 받아 지난 2015년 설립한 연구소다. 지난해부터 가짜뉴스와 댓글 문제, 악플, 사이버범죄 등을 중장기 연구과제로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바른ICT연구소는 3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소재 연세대 그랜드볼룸에서 개소 3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범수 바른ICT연구소 소장은 최근 논란이 된 인터넷 댓글 문제에 대해 "조직적으로 만들어진, 즉 조작된 베스트 댓글은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몰려서 작성된다"며 "하나의 아이디로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아이디를 사용해 조작하기 때문에 한 사람의 하루 댓글 수, 간격 등을 제한하는 네이버의 방안은 실효성에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앞서 네이버는 '드루킹' 사건으로 책임 논란이 커지자 지난달 25일 1개 기사에 달 수 있는 댓글 수를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뉴스 댓글 시스템 개편안을 내놨다. 먼저, 24시간 동안 하나의 계정으로 뉴스에 달린 댓글을 클릭할 수 있는 '공감·비공감' 수를 50개로 제한했다. 그동안은 하나의 계정으로 제한이 없었다.
또 하나의 계정으로 동일한 기사에 3개까지만 댓글을 작성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하루 댓글 작성 한도가 최대 20개까지였다. 댓글 작성 간격도 10초에서 60초로 늘리고 연속 공감 또는 비공감 누르기도 10초 후에 가능토록 바꿨다.
김범수 소장은 "공감 횟수와 작성 시간, 댓글 작성의 시간적 간격 등을 고려해 댓글 조작 가능성을 점수로 표기할 필요가 있다"며 "형태소와 콘텍스트(문맥) 분석 등을 통해 신뢰, 편향성 점수를 지수(Index)화하고 포털의 뉴스에 표기함으로써 이용하는 사람들이 댓글 조작의 가능성과 문제점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방안과 기준은 제시하지 못했다. 김 소장은 "공감 횟수와 작성 시간, 댓글 작성의 시간적 간격 등을 점수로 표기하기가 쉽지는 않은 작업"이라면서도 "앞으로 나아갈 방향인 건 맞다.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김 소장은 또 "현재 댓글의 인링크·아웃링크 공방에서 소비자의 안전과 편의성에 대한 고려는 없고, 관련 기업·기관의 이익과 영향력만을 고려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바른ICT연구소는 오는 9월 인터넷 댓글과 관련한 연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