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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아마존이요? 그게 뭐가 됐던 무조건 싫습니다." (하남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 A씨.)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아마존을 뛰어 넘는 온라인 센터 건립 계획을 밝혔지만 하남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히면서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정용진 부회장은 1조원을 들여 하남에 아파트 30층 높이의 핵심 온라인 센터를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하남 주민들이 '조건 없는 무조건 철수'를 외치면서 현재 모든 진행 상황이 올스톱됐다.
신세계그룹은 오는 2020년까지 6개의 온라인 물류센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경기 용인과 김포에 온라인 물류센터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으며 하남이 3번째 물류센터 기지가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하남시 주민들이 무조건 반대를 외치는 이유는 '물류 센터'가 갖는 이미지 때문이다. 하남 주민들은 심각한 교통난과 물류 수송차량의 위험성, 공기오염 우려 등의 이유를 들며 강경한 반대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그러나 신세계 측은 하남에 건립을 준비하고 있는 온라인 센터는 단순 물류 센터가 아닌 신세계의 온라인 사업의 심장부이자 곧 분사하게 되는 SSG닷컴(쓱닷컴) 본사로 활용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분당 네이버 본사 사옥보다 더 멋진 빌딩을 건립해 아마존을 뛰어넘는 랜드마크로 키운다는게 정용진 부회장의 계획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 3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하남에 1조원을 들여 아마존과 같은 최첨단 온라인 센터를 만들 예정"이라며 "단순 물류 센터가 아니라 30층 아파트 높이로 온라인 사업의 심장부이자 핵심 시설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세계 용인·김포 물류센터는 건립 비용이 각 2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비해 하남에 계획중인 온라인 센터에는 5배가 넘는 자본이 투입된다.
신세계 관계자는 "물류센터라는 표현 때문에 많은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하남에 계획하고 있는 온라인센터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물류센터가 아니라 신세계의 온라인 사업부 핵심 기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신세계의 야심에도 불구하고 하남시 주민들은 협상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하남에 앞서 서울과 구리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던 온라인센터를 왜 하남에 지으려 하냐는 것이다.
미사강변도시의 한 아파트 입주민 A씨는 "입주민들이 공동으로 회의도 열고 시위도 하면서 의견을 모으고 있는데 대부분 무조건 반대를 외치고 있다"며 "신세계가 어떤 제안을 하던 절대 안된다는 것이 입주민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세계는 주민 설명회 등 대화의 시간을 갖고 오해를 풀고 싶어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더 큰 분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남은 신세계의 첫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 1호점이 들어서 소위 대박을 친 동네"라며 "하남 주민들에게 긍정적 이미지와 신뢰를 얻은 만큼 신세계 측에서도 이 정도의 강경한 반대까지는 예상을 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달 지방선거를 앞두고 하남시장 주요 후보들까지 주요 공약으로 하남에 물류센터가 절대 들어오지 못하게 하겠다는 약속을 내걸고 있다"며 "정용진 부회장이 공들여 추진하고 있는 올해 가장 큰 규모의 투자 계획이 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라 그룹 차원에서 고민이 깊을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한편 신세계그룹은 토지 매매 계약을 비롯해 하남 온라인센터 구축과 관련된 모든 프로젝트가 올스톱 된 상황이다. 신세계는 오는 6월 13일 지방선거가 끝날 때까지 상황을 지켜본 뒤 본격적인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