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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회계 논란이 불거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감리가 개시된 가운데 합작사인 미국 바이오젠이 돌연 콜옵션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향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18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지난 17일 바이오젠이 콜옵션(공동 경영권)을 내달 29일까지 행사하겠다는 서신을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에 보내 왔다.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콜옵션을 위한 주식 매매거래 준비에 착수하자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12년 바이오젠과 함께 각각 1400억원, 247억원을 투자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다. 바이오젠은 올 6월까지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50%-1주까지 늘릴 수 있는 콜옵션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로직스와 바이오젠의 ‘공동 경영체계’로 변경된다. 이렇게 되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로직스의 관계사로 변경한 조치에 대해서 정당성이 실리게 되는 것이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94.6%, 바이오젠은 5.39%의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갖고 있다.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여부가 관건이 되는 이유는 당초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관계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과대 평가하고 자회사로 편입한 건에 대해 분식회계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설립 후 매년 적자를 이어가다 2015년 돌연 1조90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변경된 회계기준 때문이었다. 종속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변경하면서 기업 가치를 최초 투자금액이 아닌 시장가로 바꿨다.
당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는 전년도 기준 4621억원에서 2015년 4조8000억원대로 늘어났으며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순이익도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엔브렐’과 ‘레미케이드’가 판매승인을 받으면서 판매사인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감사인인 회계법인들이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4조8000억원으로 평가했다고 반박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바이오젠이 콜옵션 권리를 행사하면 자사의 지분율이 50%+1주가 돼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지배’한다고 보기 어려워진다는 설명이다.
양측의 논쟁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금융위 첫 감리위원회는 지난 17일 오후 2시부터 익일 새벽 약 3시경까지 총 12시간동안 ‘마라톤’ 질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감리에는 김학수 증권선물위원(감리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8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금감원의 조치안,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의 의견 진술 및 질의응답에 이어 감사인인 회계법인의 의견을 차례로 들었다.
금융위는 위원 및 검토 내용은 비밀엄수 규칙에 따라 외부 공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감리위는 오는 25일 오전 9시부터 2차 회의를 재개할 예정이다. 대심제(검사 부서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동시 출석해 재판 형태로 진행)로 열리는 2차 회의를 앞두고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가 결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