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금융경제협력 제기 기대감에 연구조직·TF 등 구성 착착북미 회담 취소 '당혹'…한국은행 통화금융대책반 긴급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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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듯 금융권도 전면 중단됐던 북한 관련 사업 준비에 활력을 불어넣는 모습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권은 향후 남북 금융경제협력이 제기될 가능성에 대비해 관련 연구조직이나 테스크포스(TF)를 속속 꾸리고 있다.
앞서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기존에 합의된 남북경협사업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이에 은행권은 향후 발생 가능성이 있는 다양한 금융 관련 사업의 계획 단계부터 연구, 발굴, 협업, 네트워크 구축, 직간접 투자까지 구체적인 전략 토대를 마련함과 동시에 이미 진출 전력이 있는 영업점 재입점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간접자본(SOC) 인프라 사업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도로, 항만, 교통 등 인프라 구축 사업에 금융자문과 주선은 필수이기 때문인데, 그동안 은행권에서 다양한 SOC 사업에 관심을 보여온 만큼 경제협력 시작 시 신규 인프라 투자수요가 많이 늘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중 과거 북한 영업에 첫발을 내디딘 곳은 KEB하나은행이다. 지난 1997년 외환은행 시절 대북 경수로 사업 지원을 위해 금호출장소를 냈었다.
KEB하나은행은 현재 대북사업 준비를 전담할 TF 신설을 준비 중이다. 초기 준비단장은 은행 임원이 맡되, 추후 상황을 감안해 외부전문가에게 준비단을 맡길 계획이다.
현재 개성공단지점 임시영업소를 본점에서 운영 중인 우리은행의 경우 남북 금융협력 TF를 구성해 7월 말까지 가동키로 했다. 임시영업소는 지난 2016년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결정으로 철수한 바 있다.
농협은행도 과거 금강산 관광 활성화에 따라 영업점을 오픈한 전례가 있는 만큼 환전 영업소 부활을 꿈꾸고 있다. 금강산 영업점은 지난 2009년부터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신한금융지주는 그룹을 중심으로 은행, 카드 등 계열사가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을 계획 중이다. 그룹 차원에서 큰 그림을 그리고 계열사 각자의 사업 영역에서 구체적인 체계를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국책은행도 북한 관련 연구센터를 가동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기업은행은 기존 통일금융준비위원회를 전무이사 직속으로 격상해 IBK남북경협지원위원회로 확대 개편했다. 또한 IBK경제연구소 산하에 북한경제연구센터도 신설했다.
특히 기업은행은 남북 경협 최대 수혜주로 꼽히고 있다. 개성공단에 진출했던 중소기업 60% 이상이 기업은행 고객으로 이들을 위한 금융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 2004년 개성공단지점 개설 경쟁에서 우리은행에 밀린 만큼 다시 한번 영업점 개설을 위해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남북협력기금 수탁을 운영하는 수출입은행과 한국은행은 북한연구 인력 확충에 나섰다. 수출입은행은 최근 채용공고를 내 북한동북아연구센터 소속 박사 2명을 모집 중이며, 한국은행은 경제연구원에 북한경제 분야 인력을 채용한다.산업은행은 남북경협에 대비해 KDB미래전략연구소 통일사업부를 중심으로 북한 경제에 대한 연구를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윤석 선임연구위원은 "남북 경협 사업들은 대부분 인프라 관련 프로젝트로, 금융회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라며 "금융부문은 기존 인프라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선제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일금융을 추진하는 데 있어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기존 일정대로라면 내달 12일에 회담이 열려야 하지만 무기한 연기된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남북정상회담과 한미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까지 무사히 추진되길 바라고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의 완전 비핵화와 대북제재가 풀려야 계획했던 대북 금융사업이 원안대로 이뤄질 수 있어서다.
이날 한국은행은 갑작스러운 한미정상회담 개최 취소에 대응하기 위해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긴급 개최한다. 윤면식 부총재 주재로 북미 회담 무산이 국내외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 계획을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