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연계 ICT 플랫폼 구축… 보건의료사업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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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지역을 지나는 크루즈(유람선) 상품도 개발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의 혁신원천기술과 우리의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국내 중소·벤처기업을 세계화하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는 혁신 플랫폼 구축사업이 추진된다.
초국경 경제협력을 위해 북·중·러 접경지역에 나선-훈춘·하산 경제특구 등을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는 18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송영길 위원장과 민간위원, 정부위원, 관계기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제2차 회의를 열었다.
북방경제위는 문재인 정부의 신북방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다. △조선 △항만 △북극항로 △가스 △철도 △전력 △일자리 △농업 △수산 등 9개 분야에 걸쳐 경협 사업과 전략을 마련한다.
이날 회의에선 △신북방정책의 전략과 부처별 중점과제 △한·러 혁신플랫폼 구축계획과 운영방안 등 2개 안건이 상정됐다.
북방경제위 관계자는 "북한의 비핵화 진전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완화되면 물류·에너지·특구 개발 등 남북한과 러시아·중국 등 주변국이 참여하는 초국경 협력사업이 가능해져 북방경제협력이 더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안건은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분야별 기획단(TF)을 꾸리고 토론과 세미나를 거쳐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태호 북방경제위 지원단장은 오전 사전 브리핑 모두 발언에서 "이번 회의는 기본 방향을 설정하고 구체적인 협력과제를 제시하는 큰 그림으로 이해해달라"며 "평화와 번영의 북방경제공동체 형성을 비전으로 14개 중점과제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북방경제위는 먼저 북·중·러 접경지역에서 협력사업을 활성화해 남북 경협의 안정적 여건과 동북아 평화기반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북한 비핵화 진전과 대북제재 완화 등 여건이 무르익는다는 전제 조건이 따른다.
우선 북·중·러 접경지역에 경제특구를 개발해 동북아 초국경 경협 모델사업을 만든다. 신의주-단둥, 나선지역과 훈춘·하산을 잇는 경제특구 개발, 나전-하산 프로젝트 사업 등이 검토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비핵화 진전 땐 북한 지역을 들르는 크루즈 상품 개발과 두만강 국제관광특구(훈춘-하산-나선특구) 개발 등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물류·에너지 등의 통합 네트워크 구축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시베리아 횡단 철도(TSR)와 중국 횡단 철도(TCR)를 잇는 대륙철도망을 연계해 철도·해운 복합운송을 활성화한다. 이를 통해 기업의 다양한 물류 수요를 맞춘다. 부산에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물류 운송은 해상을 이용하면 43~50일이 걸리지만, 철도를 연계하면 25~35일이 걸린다는 게 북방경제위 설명이다. 러시아와는 TSR 요금 인하와 화차 부족 문제, 중국과는 TCR의 한국기업 전용 블록 열차 운영 등을 협력해 나갈 구상이다. 아울러 대륙철도 연결에 대비해 동해북부선의 끊긴 강릉~제진(104.6㎞) 구간 연결도 조기에 착수한다.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도 추진한다. 한-중-일 전력망 연계는 정부 간 협의채널을 마련해 공감대를 형성해 나간다. 남-북-러 구간은 경제·기술적 타당성 검토를 위해 한·러 전력기관 간 공동연구를 추진한다.
한-러 천연가스는 액화천연가스(LNG)의 경우 러시아와 관련 프로젝트의 정보를 공유한다. 이 지원단장은 "지금도 사할린 프로젝트의 하나로 연간 200만t쯤을 들여온다"며 "러시아는 북극 쪽 가스도 개발하고 있어 우리나라가 더 많이 사가길 희망한다"고 부연했다. 파이프라인가스(PNG)는 북한 지역 통과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한다. 북한이 함께 참여하는 형태로 들여다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북방경제위는 남-북-러 PNG 연결은 경제·기술적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 공동연구를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북극항로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상업적 항로로 활성화되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전망이다. 우선 중앙아시아·시베리아 자원 개발 기회를 적극 발굴해 내륙수로와 연계하는 물류 루트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LNG 쇄빙선 수주를 지원하고 북극항만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극지로봇 등 4차 산업기술을 적용해 시범사업을 벌여나갈 생각이다.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산업협력을 고도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날 두 번째 안건으로 상정된 한·러 혁신 플랫폼 구축이 대표적이다. 러시아의 원천기술을 도입한 뒤 우리의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신사업을 창출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6년 국내 중소기업 L사가 러시아 전문가를 활용해 원천기술을 확보하고서 피부질환 레이저 치료기를 개발해 세계적인 암 치료기관인 미국 MD앤더슨암센터에 수출한 사례가 있다. 2008년엔 러시아 통신기기·레이더 잡음 제거기술을 활용해 통화 잡음 제거기술, 1995년엔 전차 냉각 시스템을 활용해 반도체형 냉각 시스템을 각각 개발하기도 했다. 한·러 혁신플랫폼은 양국이 공동으로 기관을 지정하되, 국내에선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 한·러 혁신센터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모스크바에는 기존 과학기술협력센터를 확대·개편해 지원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보건의료·건강관리 산업협력도 확대한다. 러시아를 거점으로 한국형 보건의료시스템을 중앙아시아로 확산한다는 전략이다. 디지털 의료기술과 제약 등 유망 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한다. 이 지원단장은 "지금도 러시아 환자가 우리나라에 많이 오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며 "우리가 직접 러시아에 진출하면 우리는 해외 진출을, 러시아는 선진 의료기술을 접할 수 있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산업협력도 강화한다. 러시아와 지능형 인프라(인공지능·데이터) 구축을 협력하고, 중앙아시아와는 정보화 컨설팅을 통해 기업 진출을 지원한다. 상품교역 외 투자·서비스를 포괄하는 한-유라시아경제연합(EAEU) 자유무역협정(FTA)도 추진한다.
인프라·환경분야 협력도 확대한다. 플랜트 중심에서 스마트시트·공간정보 등 ICT 기술을 활용한 인프라 건설, 폐기물 처리·대기 질 개선 같은 환경시설로 협력분야를 다각화한다. 민간투자방식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농수산분야는 동아시아지역의 농업생산 기반 확대를 지원하고, 중앙아시아에 비닐하우스 시설원예 진출을 타진한다. 월동형 양파 등 종자 보급도 활성화한다. 연해주 수산물가공 복합단지 조성사업도 러시아와 협의해 조기 추진한다.
금융 불안요인 해결에도 힘쓴다. 사업파트너 국가의 투명성이 부족한 현지 결재시스템을 극복할 수 있게 극동 금융플랫폼(20억 달러)을 활성화하고, 글로벌인프라펀드도 확대한다.
인적·문화교류도 활성화한다. 2020년 한·러 수교 30주년을 맞아 문화교류의 해를 지정하고 맞춤형 한류 확산 콘텐츠를 마련한다.
북방지역 유학생 유치 확대, 한·러 학위 상호인정을 위한 공동연구, 유라시아 아카데미 개설 등 대학·청년·학술단체 교류도 활성화해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북방경제위 관계자는 "이번에 제시한 중점과제를 구체화해 나가고 반기별로 추진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정상회담 등을 통해 의제로 반영해 나갈 예정"이라며 "북방경제권 국가와 열리는 정부 간 고위급협의체는 부처 자율로 운영하되, 북방경제위는 컨트롤타워로서 범정부적인 협력을 통해 지속적인 정책 추진기반을 마련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