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이 덮친 과학, 1년 내내 시끌원전 가동률 50%대… 에너지공기업 빚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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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1호기의 가동 영구정지는 탈핵국가로 가는 출발입니다.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대전환입니다."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을 선언한지 19일로 꼬박 1년을 맞았다. 이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숨가쁘게 진행돼왔다. 전체 건설 진행률이 30%에 달하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시도했고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월성 1호기 영구정지를, 신규원전 4기의 건설을 취소했다.표면적으로 국내 원전을 담당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이사회의 결정이지만 한수원의 자체적인 결단으로 보기는 어렵다. 공공기관의 의사결정에 정부의 영향력이 막대한 만큼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라는 평가가 많다.정부가 탈원전을 몰아붙이는 동안 원전 가동률은 급격하게 떨어졌고 전기요금 인상안도 꿈틀거리고 있다. 동시에 원전 사업은 고사 위기를 맞았다. 정부가 에너지 효율성과 경제성을 두루 갖춘 균형있는 에너지정책을 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급격한 탈원전… 전기요금 오른다정부의 탈원전 가속화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올 1분기 원전 가동률이 50%대까지 추락하면서 값싼 원전 발전량이 눈에 띠게 줄어들었다. 원전 24기 중 8기가 가동이 중단된 탓이다.원전의 평균 판매단가는 66.63원/kWh이다. 반면 신재생발전의 평균판매단가(163.24원/kWh)의 40% 수준이다. 특히 정부는 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대폭 늘렸다. 미세먼지를 잡기 위해 석탄발전까지 줄였으나 미세먼지탓에 태양광 발전량은 예상치를 밑도는 것으로 전해졌다.정부의 탈원전 강행으로 발전 공기업의 실적은 갈수록 고꾸라지고 있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4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총 1200억원대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원전에서 사들일 수 있는 전력량이 줄면서 값비싼 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한 탓이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전기요금 인상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많다.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요금인상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지키기 어려워보인다.일본의 경우 후쿠시마 원전 이후 원전 가동을 중단하자 전기요금이 급등한 사례도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해 가정용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한 만큼 이번엔 전체 전기사용량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손볼 것이란 관측이 많다.산업용 전기요금 할인 폭을 재편 및 축소할 경우, 기업들의 부담액은 최소 1조~5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한전의 분석이다.◇ 원전 경쟁력 고사… 수출길 막막국내 신규 원전 건설이 전면 중단되면서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하는 국내 원전의 경쟁력 추락이 예견되고 있다. 정부는 국내는 탈원전을, 해외서 원전 수주에 적극 나선다는 '투트랙'을 계획하고 있으나 뚜렷한 성과는 보이지 않고 있다.오히려 값싸고 질좋은 에너지 자원이 탈원전으로 사라져 국내 산업 경쟁력이 악화된다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한수원 정재훈 사장은 지난 7일 기자들과 만나 "과거에는 한수원이 원전만 운영하는 회사였으나 앞으로 원전 수출은 한전이 아닌 한수원이 주도한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국내 원전산업의 역량 후퇴에 관련해서는 "충분히 보완이 가능하다"면서 "해외의 큰 시장, 중간시장, 틈새시장을 살펴보며 한수원이 어떻게 원전 수출 깃발을 꽂을 지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하지만 국내 건설을 약속한 신규 원전까지 하루 아침에 취소한 마당에 우리나라에 원전 건설을 맡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국내서 원전 산업을 외면하는데 외국 발주처에서 우리 원전 기술을 신뢰할 수 있겠느냐는 의미다.더군다나 사우디 원전 수주가 지연되면서 당장 수주가 가능한 원전도 보이지 않는다. 올해 한수원 본사까지 다녀간 체코의 경우도 내년에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원전업계 관계자는 "원전은 공사규모가 크고 기간까지 길어서 국가 간 신뢰관계가 중요하다"면서 "사우디 원전 수주에 기대를 걸어볼만 했는데 이마저 지연돼 당장 수출길이 막힌 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