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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는 물론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 중인 폐암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폐암치료제는 전체 암 치료제 시장의 약 2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으며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개발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는 점에서 현재 개발 중인 약물들이 얼마나 높은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열린 세계 최대 암 관련 행사인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가장 주목받은 분야는 폐암이다.
특히 PD-L1(암세포 표면의 단백질 한 종류) 저해제를 개발하고 있는 글로벌 제약사인 머크, BMS, 로슈 3사가 모두 폐암치료제에 관한 대규모 임상결과를 발표했다.
폐암은 암으로 인한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체 발병 환자의 80% 이상이 걸리는 비소세포폐암은 글로벌 제약사는 물론 국내 제약사들도 개발에 한창인 분야다. 폐암은 암세포 크기에 따라 소세포암(小細胞癌)과 비소세포암으로 나뉜다.
국내서는 한미약품과 유한양행이 현재 개발 중인 비소세포폐암 치료제가 글로벌 신약 후보로 꼽힌다.
한미약품이 미국 제약기업 스펙트럼과 라이선스 계약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포지오티닙'은 비소세포폐암중 엑손20 유전자 변이가 나타난 환자를 타깃으로 한다.
엑손은 유전자의 염기 배열 중 단백질 합성 정보를 가진 부분으로,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0% 가량에서 20번째 엑손 유전자가 변이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까지 이를 표적해 치료하는 의약품은 없다.
임상 2상 중간결과, 첫 환자 11명에서 확인한 포지오티닙의 ORR(객관적반응율)은 64%로 나타났으며 이는 당초 예상했던 20~30%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또 이후 6.5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PFS(무진행생존기간) 중간값이 도출되지 않을 정도로 약효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은 포지오티닙 이전에 개발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올리타'의 실패로 쓴 맛을 경험한 적이 있다.
한미약품은 먼저 출시된 경쟁사의 치료제가 이미 글로벌 시장을 장악했고 중국 파트너사도 공동 개발을 포기하면서 예정됐던 임상 3상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사실상 신약으로서의 가치를 잃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한미약품이 한번의 좌절을 극복하고 비소세포폐암 분야에서 글로벌 신약을 탄생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한양행도 첫 글로벌 신약으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유한양행이 개발중인 'YH25448'는 내년 임상 3상을 계획중이며, 기술수출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사를 찾고 있다.
YH25448는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나타나는 EGFR 변이 및 T790M 저항성 변이를 타깃으로 하며 특히 뇌전이가 발생한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3세대 치료제 가운데 혁신신약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임상결과 용량을 늘려도 독성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뛰어난 내약성을 보인 점도 의미가 크다.
이처럼 국내외 제약사들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가운데 임상결과 발표를 통해 가치도 다르게 평가받을 전망이다.
이태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ASCO에서 발표한 머크, BMS, 로슈 3회사 모두 대조군 대비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했지만 로슈는 3제 병용이고 BMS는 특정 환자군에서만 반응이 나왔다는 점에서 한계를 노출했다"고 평가했다.
현재 개발 중인 치료제들의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는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다.
타그리소는 돌연변이가 발생해 기존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폐암 환자를 치료하는 3세대 폐암 신약으로 전세계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이 올리타의 개발을 중단했던 것도 타그리소의 영향이 컸던 만큼 타그리소를 뛰어 넘는 임상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하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시장의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