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단 "도주 우려 없다"… 형사소송법 취지 존중해 신 회장 보석 수용돼야
  •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2월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도착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뉴데일리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2월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도착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뉴데일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법원에 보석을 신청한 사유를 밝혔다. 오는 29일 열리는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20일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강승준)는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수감된 신동빈 회장에 대한 항소심 4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은 신동빈 회장의 보석 신청과 관련한 검찰과 변호인단의 의견진술 등으로 진행됐다.

    신동빈 회장은 보석 신청에 대해 “정기주총에 저를 이사에서 해임하는 안건이 제출돼 있다”며 “본인에 대한 안건이 산정되면 당사자에게 해명기회를 준다. 주총에 참석해 직접 나의 입장을 구두로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일본으로 출국이 어렵다면 국내에서 전화를 하는 방식 등 다른 방법을 통해서라도 제 입장을 꼭 전하고 싶다”며 “주총 등 해결해야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재판부가 부디 수습할 기회를 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정기주총에 신동빈 회장이 참석하지 못할 경우 대리인이 대신 해명에 나설 수 있는지 물었다. 이에 신 회장은 변호인 등을 대리인으로 세울 수 없다고 답했다. 주총에는 주주 본인만 참석할 수 있다는 것.

    단 본인이 작성한 편지 등을 통해 주총에 의견을 개진할 수는 있지만, 일본 주주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주총장에 모습을 나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원심 재판부가 ‘도주 우려’로 신동빈 회장을 법정구속한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은 지난해 신동빈 회장을 기소할 당시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 도주 및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어서다. 그러나 원심 재판부는 ‘집행유예’가 가능한 2년6개월을 선고하며 법정구속을 명령했다.

    신 회장 측 이혜광 변호사는 “검찰은 신동빈 회장이 도주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어 보석 신청 수용을 반대하고 있다”며 “신동빈 회장은 누구 보다 재판장에서 진실이 밝혀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재판 중 도주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변호인단은 국내 형사소송법상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으면 법원이 대부분 보석을 허용하기 때문에, 신 회장의 요청 역시 수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총에 참석하지 못할 경우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재판부는 신동빈 회장의 이사 해임안건이 얼마나 중요한 현안인지 헤아려야 한다”며 “신동빈 회장이 주총장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을 경우 지금까지 지지해왔던 주주들이 어떠한 판단을 내릴지 예측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어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에서 해임될 경우 한국 롯데그룹에도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재판부가 사안의 중요성과 형사소송법 취지를 존중해 신동빈 회장의 보석 신청을 허용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신동빈 회장이 밝힌 이유가 보석 사유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포함해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피고인 중 한명도 보석 신청이나 인용된 사례가 없어서다.

    검찰 측은 “신동빈 회장은 우리나라 최상층에 속하는 사람으로 사회적 영향력이 매우 크다. 다른 사람 보다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며 “하지만 신 회장은 보석을 신청하는 등 본인의 잘못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날 신동빈 회장의 보석 신청에 관한 의견을 밝히지는 않았다. 신 회장 측과 검찰이 제출한 의견서 등을 종합해 다음 공판에서 신 회장의 보석 허용여부를 확정할 계획이다.

    한편, 오는 25일 열릴 항소심 5차공판에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안 전 수석은 지난 2016년 3월 12일 신동빈 회장과 만나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 일정을 정하는 등 이들의 연결고리 역할을 담당한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