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30원" 동결 VS "1만1500원"업종별 최저임금 구분적용 불발최저임금 못받는 업종 부지기수생계 쫓겨 불법 노동시장 내몰려
-
- ▲ 1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5차 전원회의에 참석한 류기정 사용자위원과 류기섭 근로자위원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뉴시스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업종별 구분 없이 전 직종에 단일하게 적용되는 것으로 가닥 잡히면서 경영계는 물론 소상공인들의 부담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고금리·고물가에 인건비 부담까지 겹치는 경우 영세 사업장의 줄도산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경영 현실을 반영해 내년도 임금 수준을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22일 업계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9일 제6차 전원회의에서 내년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달리 적용할지 표결을 벌였으나 찬성 11표, 반대 15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이에 내년 최저임금의 사업 종류별 구분적용이 불가능해졌다.그간 경영계는 택시 운송업, 체인화 편의점, 음식·숙박업 등을 비롯한 취약 업종에 대해 최저임금을 낮게 설정해 임금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한국경제가 통계 작성 이래 처음 4분기 연속 0.1% 아래로 저 성장한 만큼 최저임금 안정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호소해왔다. 반면 노동계는 최저임금 구분적용은 최저임금제도 취지와 목적에 반하는 차별 적용이라며 반대하는 입장을 펼쳐왔다.경영계는 최저임금 업종구분이 무산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협회(경총)은 “사용자 위원들은 공익위원과 근로자위원들의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심 끝에 노동 생산성, 폐업 현황 등을 고려해 음식점업을 최저임금 구분(차등) 적용 업종으로 제시했으나 결국 부결된 데 깊은 아쉬움을 표한다”고 전했다.이어 “이번 결정으로 내년에는 사업 종류별 구분적용이 불가능해진 만큼, 내년 최저임금이 현 최저임금 수준을 감당하지 못하는 가장 어려운 업종의 경영 현실을 반영해 결정돼야 한다”면서 “법률에 명시된 ‘사업 종류별 구분적용’이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정부와 최저임금위가 이를 뒷받침할 통계적 인프라 기반을 마련해 줄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밝혔다.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들도 즉각 반발에 나선 상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입장문을 통해 “지속된 내수 침체와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인해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심각한 경영 위기에 직면해 있는 만큼 내년 최저임금 수준은 기업 생존과 일자리 안정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동결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소상공인연합회도 구분적용안 무산과 관련해 “소상공인 위기를 외면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최저임금 구분 적용은 차별이 아니라 소상공인 생존과 직결된 문제일 뿐만 아니라 일자리를 지켜나가자는 절박한 호소였다”며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수준을 감당하지 못하고 예비 범법자로 내몰릴 운명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
- ▲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 생선가게에 폐업 안내가 적힌 스티로폼이 놓인 모습.ⓒ연합뉴스
노동계와 경영계는 오는 26일 7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경영계는 올해와 동일한 시간당 1만30원으로 동결하자는 입장이지만, 노동계는 올해보다 14.7% 인상된 1만1500원을 요구하고 있어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경영계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뒤틀린 고용시장을 더욱 왜곡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도 이미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이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하는 불법적인 노동시장이 형성된 상태다. 근로자는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저임금 노동을 선택하고, 기업은 법의 테두리 밖에서 인건비를 줄이려는 식이다.실제 한국경영자총협회의 ‘2024년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최저임금액을 받지 못한 근로자수는 276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최저임금 미만율은 12.5%로 집계됐다. 최저임금 미만율은 전체 임금 근로자 가운데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 비율이다. 8명 중 1명 꼴로 최저임금 미만 급여를 받고 일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는 2001년 4.3%와 비교하면 3배나 증가한 수치다. 법정 주휴수당까지 반영해 계산할 경우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는 467만명, 미만율은 21.1%로 불어난다.특히 사업 규모가 작은 업체일수록 최저임금 미만율은 높았다. 지난해 5인 미만 사업장의 최저임금 미만률은 29.7%였다.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이 영세 사업장에 몰려 있다는 뜻이다.최저임금 수준이 급격히 높아졌지만 노동시장이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실제 2001년 대비 지난해 소비자물가 지수와 명목 임금 인상률은 각각 73.7%, 166.6%였지만 같은 기간 최저임금은 428.7% 올랐다.또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지는 경우 기업이 고용을 줄이거나 신규 채용을 꺼릴 수 있다. 고물가, 경기 침체 등으로 힘든 영세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에 더욱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떨어뜨려 기업들이 필요에 따라 인력을 쉽게 조정하기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이는 결국 한국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경영계는 최저임금법에 명시된 ‘사업 종류별 구분 적용’이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정부와 최저임금위원회가 이를 뒷받침할 통계적 인프라를 마련해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현행 최저임금법 4조는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적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 업종별 구분 적용이 이루어진 것은 1988년 최저임금 제도 시행 첫 해가 유일하다.또한 현실 경영상황을 반영해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동결하거나 최소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업계 관계자는 “내수 침체와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심각한 경영 위기에 직면해 있다”면서 “지금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은 형편인데 내년도 인건비가 더 오르면 사업을 접어야 할 판”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