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朴 전 대통령, 롯데 신동빈 회장 독대 이후 면세점 관련 지시 없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신동빈 롯데 회장이 청와대에 면세점 관련 청탁을 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신 회장과 독대한 이후 면세점 현안을 챙겨보라는 지시가 전혀 없었다는 주장이다.

2일 서울고등법원 형사8부(부장판사 강승준)는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수감된 신동빈 회장에 대한 항소심 6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은 신동빈 회장 측 변호인단이 신청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증인신문으로 이뤄졌다.

변호인단은 당초 안 전 수석을 ‘적대적 증인’으로 신청했다. 신동빈 회장의 진술과 안종범 전 수석의 주장이 대치돼, 그의 증언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안 전 수석의 이날 진술은 도리어 신동빈 회장의 무고함을 입증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신 회장이 면세점 청탁을 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신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면세점 특허 재취득과 관련한 ‘부정청탁’을 했다고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안종범 전 수석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3월 14일 신동빈 회장과 만난 이후 면세점 특허 재취득을 챙겨보라는 지시를 하지 않았다”며 “박 전 대통령은 면담 후 롯데가 하남체육시설 건립을 위한 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라 이 부분을 진행하라고 해서 업무수첩에 기재했다”고 진술했다.

안 전 수석의 이 증언은 신동빈 회장 측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검찰은 신 회장이 박 전 대통령을 만나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재취득을 ‘청탁’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롯데 측은 신 회장이 면세점 청탁이 아닌 경영권 분쟁으로 나타난 물의를 사과하고 국가경제에 이바지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고 반박하고 있다.

안 전 수석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신동빈 회장의 면담 3일 전인 2016년 3월 11일 신 회장과 만났을 때도 면세점 특허에 관해 논의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신 회장이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롯데그룹 내부갈등과 면세점 탈락으로 인한 임직원 고용승계 문제에 관해 대화했다고 진술했다.

안종범 전 수석은 “면세점 특허 재취득에 관한 절차는 관세청이 철저하고 엄정하게 관리하도록 돼 있다”이라며 “청와대는 관세청이 면세점 문제를 독자적으로 진행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 어느 누구도 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안 전 수석은 정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신동빈 회장의 면담 이전부터 면세점 관련법안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박 전 대통령이 면세점 선정 때마다 대규모 실직 등의 문제가 발생해 ‘심사제’가 아닌 일본처럼 ‘등록제’로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는 것.

안종범 전 수석은 “면세점 특허권은 과거에는 자동연장됐지만 법안이 바뀌며 2015년 11월 14일 롯데와 SK가 심사 탈락의 첫 사례가 됐다”며 “근로자들의 생계 등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자 정부는 TF팀을 만들어 심사제 변경을 검토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안 전 수석의 증언은 신동빈 회장 측의 주장과 일치한다. 변호인단은 롯데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면세점 법령 개정을 위한 청탁을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해왔다.

신동빈 회장의 변론을 맡고 있는 이혜광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의 면담 즈음 작성된 안종범 수첩에는 면세점 관련 기재가 전혀 없다”며 “안종범 전 수석의 증언과 수첩은 신동빈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 면세점 청탁을 하지 않았다는 매우 중요한 증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오는 9일 열리는 항소심 7차 공판에는 신동빈 회장의 피고인 신문이 진행된다. 재판부는 이날 공판을 마지막으로 신동빈 회장의 뇌물공여 사건 심리를 마친다. 11일 8차 공판부터는 롯데 경영비리 혐의 심리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