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으로 개인사업장 개념으로 운영… 업무도 대리점 지시 없이 독립 진행'특고직' 대리기사는 노조 설립 반려… 대리점聯, 노조 허가 불합리 행정소송단가 낮아 직영 어려운 사업구조… IMF 거치며 소자본 개인사업으로 주목노조 대표성도 논란… 대다수 비노조원, 파업 등 쟁의에 이견
  • ▲ 지역 터미널에 분류되지 않은 채로 방치돼 있는 대형 택배상자들 ⓒ CJ 대리점연합회
    ▲ 지역 터미널에 분류되지 않은 채로 방치돼 있는 대형 택배상자들 ⓒ CJ 대리점연합회

    국내 점유율 1위 CJ대한통운의 택배지연 사태가 봉합되는 분위기다. 다만 미봉책이라는 게 문제다. 이번 사태의 핵심인 택배 분류수수료에 대해 택배노조와 대리점 간 이견은 여전하다. 택배노조가 합법적인 노조인가를 두고도 논란이 있다. 급한 불은 껐지만, 불씨는 여전한 셈이다. 잊을 만하면 터져 애꿎은 소비자만 피해를 보는 택배파업에 대해 들여다봤다. <편집자 註>


    일단락되는 듯 했던 영남권 택배 배송 지연 사태에 이번엔 대리점 측이 반격에 나섰다.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는 지난 21일 택배노조와 연합회가 정상배송에 합의한 이후에도 울산, 경주 등 일부 지역에서 분류거부가 계속되고 있다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25일 대리점연합회 관계자는 "노조원들이 현장에 복귀한 이후에도 지역별로 정상적인 배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파업 철회 후 신의에 따라 협의를 이어가겠다던 모습은 없고, 부피가 크거나 배송이 힘든 제품엔 임의로 분류와 배송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연합회는 택배노조의 정당성을 판단하기 위한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당초 연합회 측은 “개인사업자 신분인 택배기사의 노조 설립과 가입은 타당치 않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연합회는 행정소송을 통해 갈등의 근본부터 되짚겠다는 입장이다.

    연합회 관계자는 “현 상황엔 택배기사가 근로자인지를 따지는 것에 대한 근본적 오류가 있다”면서 “각 기사는 대리점과의 계약에서 인정된 배송지역을 개인 사업장 개념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일상 업무도 대리점 지시 없이 본인 판단 하에 독립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금 체계도 근로자로서 고정 임금을 받는 게 아니라 지역 환경에 따라 수수료를 합의하고 있다”면서 “일부 기사들은 본인 업무에 제3자를 고용해 업무 효율화를 꾀하기도 하며, CJ 외 타사 물량을 병행하거나 부업을 하는 경우도 있어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고용노동부는 택배노조 설립 신고와 관련해 내놓은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택배기사 중 제3자를 고용해 업무를 맡기는 경우엔 노조 가입을 허용하지 않으며, 노조법상 근로자로 볼 수 있는 자만 인정한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고용부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 기사를 노조법상 근로자로 보호해야 할 근거도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 ▲ 지난해 11월 고용노동부 보도참고자료 중 일부
    ▲ 지난해 11월 고용노동부 보도참고자료 중 일부

    현재 택배기사들은 세금계산서를 발급받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 택배 사업자는 근로소득세가 아닌 종합소득세를 내고 있다. 이 같은 특성에 따라 법원도 택배기사를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않는 개인사업자로 보고 있다.

    택배기사는 독자적인 방식으로 배송업무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된다. 학습지·화장품 방문판매원과 대리운전기사 등도 이에 속한다. 대리운전기사의 경우는 앞서 노조설립을 신청했다가 반려됐다.

    택배기사가 개인사업자 형태로 굳어진 것은 국내 택배 시장 구조에 따른다. 1990년 초반 사업 시작 후 물량이 늘어나자 각 업체는 지역에 택배 거점을 두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업체는 지역 대리점에 해당 지역 물량을 위탁하는 식의 사업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후 배송 물량이 늘면서 각 대리점에서도 계약을 통해 택배 배송기사를 충원하기 시작했다.

  • ▲ 택배회사, 택배대리점, 택배기사의 일반적 계약 구조
    ▲ 택배회사, 택배대리점, 택배기사의 일반적 계약 구조

    현재 전체 대리점과 기사 규모, 2000원대의 택배 단가를 고려하면 업체 차원의 직영제 도입은 사실상 어렵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현재 택배 평균 단가인 2300원을 기준으로 하면, 기사에게 돌아가는 수수료는 800~900원쯤이다. 나머지 1400~1500원은 터미널, 대리점, 상하차 협력업체 비용으로 나간다. 택배 1건당 택배업체 본사로 돌아가는 수수료는 70원쯤이다.

    택배가 계약기반의 개인사업이라는 점은 기사를 시장에 끌어들이는 메리트로 작용하기도 했다. 특히 1997년 IMF 외환위기 때는 트럭 1대라는 소자본으로 자기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사들이 대거 유입되기도 했다.

  • ▲ 파업 보도 관련 네티즌 댓글
    ▲ 파업 보도 관련 네티즌 댓글

    택배기사들 사이에선 파업 등 노조활동을 바라보는 시각 차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비노조 택배기사들은 이번 파업으로 자신들도 피해를 입었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분위기다. 700여명 규모의 노조 의견이 5만여명에 달하는 전체 택배기사의 지배적인 의견을 대변하는 지에 대해서도 논쟁이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장 기사들 간에 이번 파업 등 노조의 쟁의행위를 바라보는 견해 차가 분분하다"며 "기사 근로환경 개선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선 동의하지만, 극단적인 쟁의로 인해 비노조 동료 기사들이 겪는 어려움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