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20일 이상 지속, 전기요금 폭탄 속출정부, 재난 수준 폭염 특별배려 검토
  • ▲ 서울의 1일 낮 기온이 38.8도까지 치솟았다. ⓒ 뉴데일리
    ▲ 서울의 1일 낮 기온이 38.8도까지 치솟았다. ⓒ 뉴데일리
    서울의 1일 낮 기온이 38.8도까지 치솟았다. 1907년 기상관측 이래 역대 최고 기록이다. 지금껏 서울서 기상관측 이래 가장 높았던 기온은 1994년 7월24일에 기록한 38.4도였다. 

    폭염이 20일 이상 지속되면서 가정용 전기요금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참에 가정용 전기요금에 적용하는 누진제를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잇따르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누진제에 관한 600여개의 글이 올라왔다.  

    정부는 이번 폭염을 재난 수준으로 보고 누진제의 한시적 완화를 포함해 다각적으로 살핀다는 입장이다. 

    다만 누진제 폐지나 요금제 개편이 당장 이뤄지기는 어려워보인다. 이미 2년 전 가정용 요금제의 누진제 개편이 이뤄진데다 한국전력의 실적까지 맞물려 변수가 곳곳에 자리잡은 탓이다.


    ◇ 이낙연 총리 "폭염, 재난 수준…특별배려 검토" 지시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3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전기요금에 대한 특별배려 검토를 지시했다. 

    이 총리는 "폭염이 오래가면 에어컨을 오래켜야 하고 전기요금에 대한 걱정도 커진다"면서 "이번 폭염은 특별 재난에 준한다"고 했다. 

    앞으로 이상기후에 의한 폭염이 상시화될 수 있는 만큼 체계적인 대비책을 요구한 셈이다. 

    이 총리의 지시에 따라 산업부는 전기요금 인하 방안 검토에 들어갔다. 다만 누진제가 개편된 지 2년 밖에 되지 않아 누진제를 큰 폭으로 손질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산업부 내에서는 계절·시간대에 따라 요금제를 달리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계절은 봄·가을, 여름, 겨울로 구분하고 시간대는 최대부하, 중간부하, 경부하로 나눠 전기요금을 차등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스마트계량기를 통한 시범작업 등이 필요해 올해 적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재로서는 한시적 요금 인하가 유력하다. 

    정부는 지난 2015년과 2016년에 한시적으로 전기요금을 인하한 적이 있다. 2015년의 경우, 7~9월까지 누진제 4구간에 3구간 요금을 적용했다. 

    2016년에는 누진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7월부터 9월까지 주택용 누진제의 각 상한 구간을 한단계씩 높이는 식으로 평균 요금 20%를 낮췄다. 당시에도 정부의 결정이 8월 중순에 이뤄져 7월 전기료를 이미 납부한 소비자들에게는 소급 적용했다. 


    ◇ 왜 가정용만 누진제… 반발 빗발쳐 

    국민들의 누진제 폐지 여론이 들끓는데는 상업·가정·산업용 전기 중 유일하게 가정용만 누진제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전기 사용량 비중을 살펴보면 가정용은 13%에 불과하다. 산업용이 56%, 상업용이 20%이다.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정부는 지난 1973년 오일쇼크 이후 누진제를 처음 도입했다. 첫 도입 단계에서는 3단계로 최저-최고 요금 차이가 1.6배에 그쳤으나 1979년 2차 오일쇼크가 발생한 뒤 누진제를 12단계로 확대하고 요금차이도 20배로 늘렸다.

    현재 누진제는 2016년에 3단계 누진구간, 최대 3배 누진율로 개편됐다. 3단계 누진세는 ①1kWh~200kWh 구간은 1kWh당 93.3원 ②201~400kWh 187.9원 ③400kWh부터는 280.6원이 각각 적용된다. 

    기본요금은 사용량 기준, 200kWh 이하 910원, 201~400kWh 1600원, 400kWh 초과 7300원이 추가된다.
     
    한국전력은 누진제 폐지때는 1구간의 적용을 받는 저소득층의 손해가 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 한시적 완화?… 한전, 재원마련 숙제

    누진제를 둘러싼 논란은 개편 전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올해 한시적으로 제도를 완화 하더라도 현재 제도를 유지한다면 내년에도 똑같은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전은 요금제 개편에 경제적인 무게감도 느끼고 있다. 

    한전은 이미 2016년 누진제 개편으로 연간 1조2천억원의 요금 인하 몫을 전액 부담하기로 했다. 당시만 해도 한전의 실적은 좋았다. 2016년 한전의 영업이익은 12조원에 달했다. 

    문제는 한전의 실적이 고꾸라진 상태에서 감면된 전기요금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다. 한전은 지난해 4분기 1292억원을, 올해 1분기에는 1276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산업부가 이 총리의 발언이 나오기 전까지 누진제 완화에 적극 나서지 못한 연유도 여기에 있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25일 누진제에 관해 "한전의 경영상태를 살펴본 뒤 고민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탈원전으로 전력량을 과소예측해 전력난이 심화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도 운신의 폭을 좁히는 대목이다. 

    한편, 이날 자유한국당 조경태 의원은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폐지를 담은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조 의원은 "시대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전기요금 누진제로 많은 국민이 에어컨을 마음 편히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누진제는 과거 전력수급이 불안정하던 시절주택용 전력에 책정된 불합리한 제도"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