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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차량 화재에 이어 벤츠마저 시동 꺼짐 결함이 발생하며, 국내 소비자들의 수입차에 대한 불신이 날로 커지고 있다.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큰 위기를 겪지 않았던 수입차 업계는 최근 연이은 결함이 전반적인 판매 위축으로 확산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수입차 선두주자인 벤츠와 BMW는 지난 7월 판매 실적에서 모두 전월대비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벤츠는 7월 총 4715대를 판매하며, 지난달과 비교해 24.5% 줄었다. BMW 판매 또한 전월대비 5.6% 감소한 3959대를 기록했다.
특히 BMW 대표세단 520d 판매는 6월 963대에서 7월 523대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2위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판매 순위도 5위까지 추락했다.
BMW 520d 판매 부진은 최근 잇따르고 있는 화재 사고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520d를 비롯한 일부 모델에서 화재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자, BMW코리아는 지난달 26일 42개 차총 총 10만6317대를 리콜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초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BMW 차량 화재 사고는 최근 '1일 1불(火)'이라는 조롱을 받을 정도로 끊이질 않고 있다. 지금껏 국내서 발생한 BMW차량 화재사고는 32건에 달한다.
문제는 아직까지 BMW측이 이번 화재 원인에 대해 정확히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BMW코리아는 지난 6일 열린 긴급기자간담회에서 "이번 화재의 근본 원인은 EGR쿨러"라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원인 규명부터 해결책 제시까지 빠른 시일내 이번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면, BMW 판매 감소는 불가피하다는게 업계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어느 누가 언제 불타오를지 모를 차량을 사려고 하겠느냐"며 "BMW는 최대한 빨리 정확한 결함 원인을 알아내고, 추후 해결책을 제시해야만 예전 명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일침했다.
수입차 업계 1위인 벤츠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아직 BMW 화재만큼 이슈가 되고 있진 않지만, 여러 사례를 통해 시동 꺼짐 결함이 발견되고 있다. 벤츠 역시 BMW가 초반에 그랬던 것처럼, 차량 결함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업계는 수입차 업체들의 이런 수수방관적인 태도가 지속될 시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는 더 이상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차량 가격이 저렴해진 까닭에 국내 다수 고객들이 수입차를 선호하고 있지만, 가장 기본인 품질이 확보되지 않으면 향후 생존은 장담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국내 완성차 제조사들의 제품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도 수입차 업체들 위기감을 가중하고 있다. 이제껏 어떤 위기도 헤쳐나갔던 수입차가 최근 일련의 사태들로 국내 시장에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벤츠, BMW 등 수입차 업체들이 그간 인기를 등에 업고, 국내 소비자들의 작은 목소리를 외면한 결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결함 등 고객들의 지적에 낮은 자세로 대처하지 않으면 언제 추락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