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인상 계획 없다"… 10년째 가격 동결, 이미지·전략 버릴 수 없는 오뚜기?
  • ▲ 오뚜기 진라면 2종. ⓒ오뚜기
    ▲ 오뚜기 진라면 2종. ⓒ오뚜기
    먹거리 물가가 치솟는 가운데, 10년째 가격이 그대로인 라면이 있다. 바로 '착한기업 갓뚜기'라는 별명을 얻은 오뚜기의 진라면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진라면만 가격 인상 요인을 피해갈 수 없다며 가격 인상을 해야 하지만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10일 "올해 진라면의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최근 최저임금이 단기간에 큰 폭으로 오르는 등 각종 가격 인상 요인이 겹치며 라면업체들은 가격 인상을 단행해왔다. 인건비는 물론, 원재료나 포장재, 물류 비용 증가 등의 다양한 이유로 라면 업체들은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진라면은 지난 2008년 이후 단 한 번도 가격 인상을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라면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지만 오뚜기의 라면 시장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오뚜기 라면의 시장 점유율은 26.4%를 기록했다. 지난 2016년 23.7%, 지난해 25.0% 등 꾸준히 상승하는 모양새다.

    가격 인상 없이도 오뚜기의 면제품류 매출은 상승했다. 오뚜기의 면제품류 매출은 올해 1분기 1739억2972만6000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1583억9747만5000원) 대비 9.8% 증가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오뚜기가 라면 시장 경쟁에서 내세운 전략인 '가격 경쟁력'이 통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착한 기업' 이미지가 소비자들에게 인식된 것이 시너지를 냈다. 오뚜기는 지난해 청와대 초청을 받은 후 비정규직이 거의 없는 회사라는 사실이 전해지며 '갓뚜기'라는 별명도 얻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오뚜기 직원 수는 총 3062명이다. 이 중 비정규직은 전체 직원 수의 1.2%에 불과한 37명이다.

    정규직 비율이 현저하게 높은 만큼 인건비 타격이 클 것이라는 업계 안팎의 시선도 있다. 이 때문에 진라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착한 기업' 이미지와 '가격경쟁력' 전략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격을 동결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강산이 변한다는 10년동안 엄청난 가격 인상 요인들이 있었을텐데, 가격을 동결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가격인상을 해야 하지만 이미지나 전략 등을 고려하려다 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 아닐까 싶다"고 전했다.

    하지만 오뚜기는 향후 진라면 가격 인상이 정해진 바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오뚜기 관계자는 "오뚜기는 좋은 제품을 좋은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며 "주52시간 근무제나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아직까지 큰 타격이 있지는 않고, 좋은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원가절감 등의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순한맛과 매운맛 2종으로 1988년 출시된 오뚜기 진라면은 2011년 품질 업그레이드를 거쳤다. 출시 25주년인 2013년에는 국내 누적 판매량 약 30억개를 돌파하기도 했다.

    2015년에는 국내 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출시 30주년인 올해 국내 누적 판매량 약 50억개를 돌파했다. 현재 진라면은 세계 45개국 이상으로 수출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