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지난해 초 중국 사업 완전 철수철수 이어져도 진출 러시 여전
  • ▲ 비비고 미국 현지 매장 모습. 비비고는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다 5년만에 철수했다. 현재는 미국과 중국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CJ푸드빌
    ▲ 비비고 미국 현지 매장 모습. 비비고는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다 5년만에 철수했다. 현재는 미국과 중국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CJ푸드빌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가 꾸준히 해외 진출을 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수익성이 악화돼 철수를 결정하는 프랜차이즈 역시 속출하고 있어 업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30일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외식업체들의 해외 진출국은 총 50개국이며, 전년(188개) 대비 2.7% 증가한 193개 국내 외식기업 브랜드가 해외에 진출해 총 6001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매장 수는 5476개 대비 9.6% 증가한 수준으로, 국내 외식기업의 10.3%가 해외진출에 나선 셈이다. 

    최근에는 치킨 프랜차이즈 bhc치킨이 홍콩에 첫 매장을 내며 해외 진출 첫 발을 뗐다. 교촌치킨, BBQ, 굽네치킨, 네네치킨 등이 먼저 진출한 이후 bhc가 해외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bhc의 '형' 격이었던 BBQ는 해외 매장 수가 137개에 달한다.

    국내 치킨 업계 1위인 교촌치킨은 향후 2020년까지 말레이시아에서 매장 100개를 오픈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지만 현실화는 불투명하다. 2005년부터 일찌감치 해외 시장에 뛰어들었던 교촌치킨은 미국과 일본 등에서 고배를 마셨다. 중국 역시 상황이 좋지 않아 해외 사업 철수 가능성까지 제기됐지만 말레이시아 시장에 뛰어들었다.

    설빙 역시 캄보디아에 첫 매장을 오픈, 7개국에 진출한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가 됐다. 태국, 일본 등에 먼저 진출했던 설빙은 한국식 디저트 카페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어 해외 진출에 더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상표권 분쟁, 태국에서는 현지 협력사와의 갈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수익이 악화되며 목표 매장수 달성에 실패하기도 했다.

    다만 설빙 가맹본부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2억7742만원) 대비 크게 뛰어올라 10억1340만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이익 역시 전년(3억4687만원) 대비 소폭 오른 4억2559만원이어서 재무 구조가 점차 개선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설빙은 말레이시아에서 연내 40개 매장 확장을 꾀하고 있다.

  • ▲ 설빙 캄보디아 1호점. ⓒ설빙
    ▲ 설빙 캄보디아 1호점. ⓒ설빙
    쥬씨는 지난달 캄보디아 현지 도매 유통 회사와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하며 해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을 알렸다.

    이 외에도 국내 프랜차이즈들의 해외 진출 러시는 최근 수년간 이어졌다. 국내 베이커리 '양대산맥'인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각각 293개, 281개의 해외 매장을 운영 중이다. 롯데리아 역시 257개의 해외 매장을 갖고 있고 미스터피자도 138개의 해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국내 프랜차이즈의 해외진출을 두고 내수 시장 포화로 인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놨다. 국내 외식 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자, 외식업체들이 신사업의 일환으로 해외 진출을 고려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해외에 진출한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들의 대부분이 수익성 악화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다. 2012년 중국에 진출한 이랜드는 지난해 초 중국 사업을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처음으로 한식 뷔페 브랜드 '자연별곡' 매장을 낸 당시 기대감은 매우 컸다.

    개점 100일 만에 매출 1062만 위안(약 20억665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일평균 방문객 1000여명에 달하자 한식 프랜차이즈 진출 성공 사례로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성공은 오래가지 않았다. 결국 현지인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이랜드는 사업 효율성을 위해 중국에서 완전히 철수하게 됐다. 이랜드 관계자는 "지난해 초 사업 재정비 차원에서 3개 매장을 철수했다"며 "외식 사업 대신 앞으로 중국 온라인 시장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랜드 뿐만 아니라 해외에 진출한 프랜차이즈 대부분이 고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외식기업의 해외 점포 연평균 매출액은 약 5억9000만원으로 전년도 37억원 대비 84.1% 급감했다. 1년 새 매출액이 6분의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비비고 역시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했지만 5년여만에 철수했다. 다만 미국과 중국 쪽으로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한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이랜드처럼 완전히 철수하지 않더라도 수익이 악화돼 적자를 면치 못하는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가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며 "해외 현지의 수익 상황을 공개하지 않으려는 업체들이 많은데, 적자가 나더라도 글로벌 업체라는 이름표를 잃기 싫어서 사업을 포기하지 않는 곳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해외 진출 프랜차이즈들이 오픈 당시 큰 기대를 업고 사업을 시작하지만, 지속적인 매출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철수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 이유로는 정치·사회적인 문제가 개입할 경우 매출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점, 현지화 과정에서 브랜드 정체성을 잃을 수 있다는 점, 본사가 직접 진출하지 않고 마스터 프랜차이즈 형태로 진행할 경우 경영 상의 문제점 등이 거론된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국내 외식업체가 가장 많이 진출하는 아시아권의 경우 정치적인 영향을 너무 많이 받는다"며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매출이 들쑥날쑥하다 보니 업체 입장에서는 예측 불가능한 손해를 너무 많이 떠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 ▲ ⓒ카페베네
    ▲ ⓒ카페베네
    일각에서는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들이 내수 시장 포화를 핑계로 해외 진출을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음식의 특성상 그 나라의 소비자들의 생활습관과 밀접하기 때문에 외식 프랜차이즈의 해외 진출은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500여개 수준의 해외 매장을 운영 중인 카페베네는 무리한 해외 투자로 빚더미에 오르기도 했다. 회생절차에 착수한 카페베네는 최근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과거의 화려했던 성공 신화는 사라지고 부채만 남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류 열풍과 한식의 해외 진출은 완전히 다른 일"이라며 "진출 초기에는 현지 소비자들이 관심을 보일 수 있지만 매출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기 힘든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무분별한 해외 진출이 위험하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며 "국내 외식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해외진출 전략이 정답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