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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지알에스가 운영하는 크리스피크림이 매장 밖으로 나오고 있다. 한국 도입 초기만 해도 도넛 브랜드의 시장 판도를 바꿀만큼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최근 도넛 시장의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불황 타개를 위한 각종 전략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5일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2015년 123개였던 크리스피크림 매장 수는 2016년 142개, 지난해 140개로 집계됐다. 특히 신규 개점 수는 2015년 34개, 2016년 20개였지만 지난해에는 9개의 점포만이 신규로 문을 열었다.
이에 대해 크리스피크림 관계자는 "처음부터 매장 수를 무분별하게 확장하지 않는 전략을 취했고, 매장 수를 늘리는 것보다는 상권 분석을 통해 점포를 이전하는 등의 방법으로 트렌드 변화에 임하고 있다"며 "3~4년 전부터는 오피스 상권이 더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 오피스 상권을 중심으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크리스피크림은 롯데지알에스의 전 브랜드를 통틀어 가장 안정적인 사업"이라며 "(도넛 시장의 축소에도) 비교적 운영이 잘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롯데지알에스는 지난해 영업이익 31억62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192억6600만원) 대비 83%나 감소한 수치다. 매출은 지난해 9070억6600만원으로, 2016년 9488억8200만원에 비해 조금 줄어들었고, 당기순손실 역시 같은 기간 113억2800만원에서 311억9000만원으로 175% 늘었다.
롯데지알에스가 외식프랜차이즈의 경쟁 심화로 실적 하락을 겪었지만 크리스피크림은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도넛 시장 자체의 성장성이 낙관적이지 않아 이를 극복할 전략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도넛 시장에서 롯데지알에스와 양강 구도를 펼치고 있는 비알코리아의 던킨도너츠는 지난해 매장 수가 695개로, 2015년 774개와 비교하면 100개 가까이 줄어들었다. 비알코리아의 영업이익 역시 최근 수년째 하락세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 들어왔던 일본 프랜차이즈 미스터도넛은 부진을 면치 못하다 결국 한국에서 철수했다.
외식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도넛 시장은 국내 식품업계의 무첨가, 건강 트렌드로 경쟁력을 잃고 있는 상황"이라며 "초창기 도넛 브랜드가 국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시장 상황이나 전망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크리스피크림은 2012년부터 매장 외부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이동형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크리스피크림이 운영하는 이동형매장은 전국에 43개 정도다.
일부 축제 장소에 마련되는 매장을 제외하고, 비교적 장기적으로 운영되는 이동형 매장은 대형마트나 백화점, 복합쇼핑몰 등에 위치해 더즌(12개입) 구입 시 하프더즌(6개입) 증정, 하프더즌 1+1 등 각종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미니 오리지널글레이즈드 등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도넛을 매장에 들어가지 않고도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크리스피크림이 초창기 엄청난 인기를 몰고 왔지만, 경쟁이 치열해지고 '건강' 트렌드가 식품업계 전반을 이끄는 만큼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 외식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크리스피크림이 초기 한국에 들어왔을 당시 줄을 서서 사먹을만큼 그 인기가 어마어마했었다"라며 "음식을 건강하게 먹고, 다이어트 트렌드가 꺼지지 않는 국내 식품업계에서 도넛의 롱런은 힘든 일"이라고 전했다.
국내 식품 트렌드가 '무첨가', '건강'을 핵심으로 하는 제품들로 재편돼온 만큼 고열량의 도넛이 살아남기 힘든 시장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디저트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희망은 남아있다. 크리스피크림은 각종 신제품을 통해 디저트 개념의 도넛을 내놓는 등 적극적인 사업 전략을 펼치고 있다. 또한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제품 외형에 집중하고, 제철에 맞는 원재료를 사용한 시즌 제품을 내놓는 등 디저트 시장 경쟁에 뛰어들겠다는 포부다.
크리스피크림 관계자는 "도넛 시장의 성장성에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도넛 케이크 등 도넛에 한계를 두지 않고 디저트라는 개념으로 다가갈 수 있는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
글로벌 크리스피 크림 도넛은 분기별로 신제품을 출시하는 반면, 국내 크리스피 크림 도넛은 30일에서 45일 주기로 계절성과 트렌드를 반영한 시즌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이에 한국에서만 즐길 수 있는 신제품으로 2014년 프리미엄 디저트 ‘도넛 케익’과 지난해에는 ‘매운 오리지널’, '딸기 글레이즈드', ‘망고 글레이즈드’를 선보인바 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SNS가 발달하고 소확행 등의 트렌드로 디저트 시장은 확장 가능성이 남아 있다"며 "도넛이 트렌드의 변화에 발맞춘다면 작은 디저트를 통해 일상의 행복을 느끼고 싶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