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적 악재로 SK루브리컨츠 ‘상장철회’·SK건설 ‘연기’SK실트론·E&S·바이오팜… 비상장회사 대기 상태
  • ▲ 서울 종로구 서린동에 위치한 SK그룹 본사. ⓒ뉴데일리
    ▲ 서울 종로구 서린동에 위치한 SK그룹 본사. ⓒ뉴데일리
    SK그룹이 올해 준비했던 기업공개(IPO) 실타래가 모두 꼬여버렸다. 대내외적 악재로 계획했던 시나리오가 사실상 중단됐다.

    6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올해 상반기 SK루브리컨츠를, 하반기에는 SK건설의 IPO를 준비했지만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루브리컨츠는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투자자금 마련을, SK건설은 공정거래법에 따라 지배구조를 개편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올해 첫 타자로 나선 SK루브리컨츠는 수요예측 실패로 상장을 철회했다. 지난 4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했는데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은 것.

    회사는 당시 희망 공모가 밴드로 10만1000~12만2000원을 제시했다. 반면 기관투자자들은 루브리컨츠의 윤활기유 사업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 아니며, 유가에 따라 변동성이 크다고 판단해 루브리컨츠가 제시한 밴드가 다소 높은 가치 책정이라고 봤다.

    이로 인해 루브리컨츠는 IPO와 관련해 세 번째 고배를 마셨다. 지난 2012년과 2015년에 이어 또다시 상장에 실패한 것이다. 회사 측은 네 번째 도전에 대해선 아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루브리컨츠의 모회사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상반기 IPO 철회 이후 현재 상장과 관련된 사안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사업 내실을 다지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SK그룹의 IPO 계획은 시작부터 틀어졌다. 첫 번째 타자가 쓸쓸히 경기장을 떠나자, 시장의 이목은 다음 타자 ‘SK건설’에 집중됐다.

    SK그룹의 지주사인 SK㈜와 SK디스커버리는 각각 SK건설 지분 44.48%, 28.25%를 보유하고 있다. SK건설은 SK디스커버리가 지난해 지주사로 전환하자, 현행 법을 준수하기 위해 올해 사업계획서에 IPO 추진안을 포함시켰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계열사가 아닌 기업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할 수 없다. 상장을 통해 SK㈜와 SK디스커버리 중 한 곳의 주식을 시장에 내놔 지분구조를 자연스럽게 정리하려 했다.

    하지만 라오스에서 발생한 예기치 못한 사고로 IPO 과정은 사실상 올해 진행하기 어려워졌다. SK건설 측도 사고 수습에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어 상장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것.

    SK루브리컨츠와 SK건설의 올해 상장 과정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다음 주자로 나설 계획이던 SK실트론과 SK E&S, SK바이오팜 등의 일정도 꼬이고 있다.

    증권가는 비상장된 이들 기업이 최근 ‘깜짝 실적’을 내면서 조만간 상장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비상장사는 IPO를 통해 상장 과정을 거치면 기업가치를 재평가 받고, 평가된 가치에 따라 사업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실적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상장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진원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SK실트론은 올해 3분기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SK E&S 역시 좋은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며 “SK바이오팜도 신약승인신청 작업이 순항 중이어서 곧 IPO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SK실트론과 SK E&S, SK바이오팜 측은 현재 IPO와 관련된 내용을 검토하는 단계이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이 중 SK바이오팜은 앞서 기업설명회(IR)를 통해 내년께 상장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도 여전히 구상 단계에 머물고 있다. 올해 IPO 시장 등판에 실패한 루브리컨츠와 건설의 영향이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SK㈜ 관계자는 “그룹 내 비상장회사들이 각각 IPO를 준비하고 있지만 상세한 내용은 파악이 어렵다”며 “시장 상황과 여건 등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상장 과정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상장을 철회한 SK루브리컨츠는 회사채 발행으로 사업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이달 중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으로 투자자금 모집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