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에 대한 예기치 못한 부작용 발생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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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들어 대형유통채널을 규제하는 법안 발의가 활발하다. 그런데 대형유통채널은 물론 영세상인까지 ‘행복해졌다’는 말이 들리지 않는다. 왜일까. 전문가들은 갑을(甲乙) 프레임에 갇혀 진짜 해결책을 찾는 데 실패했다고 꼬집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강자와 약자 구도의 이차 방정식이 아닌 새롭게 ‘상생 프레임’을 짜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통규제의 모순점을 짚어보고 선진국에서 이미 경험한 유통산업구조 변화의 흐름을 통한 해결 방안 등을 上·中·下 세 편에 나눠 들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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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유통업계에 고강도의 규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정책 방향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해외에서는 유통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갑을 규제해 상대적으로 을을 보호하는 ‘갑을(甲乙)’ 프레임을 씌어 오히려 시장경제의 원리에 반한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국내 유통사가 규제에 신경 쓸 동안 글로벌 업체들은 온·오프라인 매장의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유통규제, 소비자 더 불편해졌다유통산업발전법이 시행된 지 6년이 지난 현재. 규제를 둘러싼 갑론을박은 계속되고 있다. 규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전통시장과 영세상인들이 실질적으로 혜택을 보고 있다는 증거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을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할 뿐 아니라 ‘갑을 프레임’의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닌 병(丙)과 정(丁) 등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한국체인스토어협회의 ‘대형소매점 영업제한의 경제적 효과 분석’에 따르면 대형유통업 규제로 협력업체 납품 감소분(1942억원)과 소비자 불편(3200억 원)으로 인한 손해액이 발생하였다. 이에 비해 재래시장·소형슈퍼마켓 매출은 474억~525억 원 증가에 그쳤다. 오히려 마트 소비자가 지난해 편의점과 인터넷몰, 홈쇼핑 등으로 이탈하면서 다른 유통채널이 각각 18%, 11% 성장했다.이러다보니 재래시장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는 취지 아래 만들어진 개선책이 오히려 일자리 감소 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예상치 않았던 부작용을 야기하는 상황이다. 유통업계는 규제의 적정성과 실용성에 대해 재검토 작업이 요구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유통업계 관계자는 “복합 쇼핑몰· 편의점·드럭스토어 등 새로운 업태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온라인 매출이 점점 늘고 성장해 가는데, 대형마트만 규제한다고 전통시장이 활성화된다는 확실한 자료가 없다”며 “해마다 붉어지는 선거철 표심 얻기가 아니라 실효성에 대한 검토가 먼저 이뤄져야 할 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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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통업계 “줄줄이 규제 완화… 온·오프라인 강화”유통 대기업 규제법을 시행했던 프랑스와 일본 등 선진국들은 소비자의 편익 보호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유통 규제를 철폐하고 있다.한국경제연구원의 ‘프랑스·일본 유통 산업규제 변화 추세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와 일본은 일찍이 유통 산업에 대해 출점 제한과 영업시간 제한 등 유통 규제법안을 시행한 바 있으나 지나친 유통 규제로 영업 활동의 자유와 경쟁이 제한된다는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일본은 지난 2000년, 프랑스는 2008년을 기점으로 사업 조정 중심의 규제를 철폐했다.프랑스의 경우 기존 유통 규제 법안에서 강조한 대규모 점포 출점 규제가 유통산업을 심각하게 왜곡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이를 철폐하고 지난 2008년 ‘경제현대화법’을 도입해 유통 산업의 진입 규제를 완화했다.일본의 경우 ‘대규모소매점입지법(대점법)’을 통해 대형 유통 업체를 엄격히 규제했으나 1990년대 이후 영업시간 제한이 소비자 편익을 해친다는 여론과 규제에 대한 대외적 반발에 부딪혀 지난 2000년 이를 폐기했다. 현재는 유통업체의 영업시간과 연간 휴일 일수를 규제하지 않고 있다.이기환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유통 업체 규제는 불편을 겪는 소비자와 타격을 입는 협력업체, 대규모 상점 주변 상권을 간과하고 있다”면서 “해외 사례를 보면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 강화는 규제 우회를 통해 무력화되기 쉽고 인터넷 거래와 배달 서비스가 활성화한 상황에서 물리적 상점에 대한 영업 규제는 불필요한 부작용만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