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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 12억도 안 되던 아파트를 박원순 시장 말 한마디에 14억에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어요. 그런데도 집주인이 안 팔았으니 말 다했죠."
지난 7월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용산 통합개발 계획 발표 이후 여의도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회상하며 전재민 공감 공인중개사무소 대표(사진)가 한 말이다. 그는 여의도에서만 12년째 공인중개업을 하면서 이곳 주민들과 '동고동락'하고 있다.
당시 여의도 주민들 사이에선 40년된 낡은 아파트가 곧 초고층 주거 단지로 바뀔 것이란 기대감이 부풀어올랐다고 한다. 하지만 박 시장은 7주만에 여의도 개발을 전격적으로 보류하겠다고 발표했다. 박 시장 발언 이후 공교롭게도 서울 집값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하자 정부가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결국 애꿎은 여의도 시민들만 피해를 본 셈이다.
전 대표는 "수도물에서 녹물이 나올 정도로 오래된 아파트가 많은데도 재건축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며 "호가만 2억~3억원씩 올랐다가 최근엔 매물 자체가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1975년 지어진 여의도 대교아파트 전용 95.5㎡ 1층을 6월만 하더라도 11억9000만원에 거래를 성사시켰다. 하지만 박 시장 발언 이후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면서 거래가 거의 끊겼다. 현재도 14억~15억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특히 인근 장미·대교·한양아파트 모두 지은 지 40년 이상 지나면서 매매가격은 높은 데 반해 전세가격이 낮은 것도 투자자로선 부담이다. 현재 대교 전용 95.5㎡ 전세가 3억~4억원선에서 거래된다.
그는 "정부 규제로 대출도 어려워 10억원 이상 여유자금이 있지 않는한 여의도 재건축 투자는 어렵다"면서 "집주인들도 급할 게 없어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지켜보자는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귀띔했다.
다만 주민들은 보류된 통합재개발이 언제 재개될지 몰라 불안해 하는 모습이었다. 인근에서 만난 한 아파트 주민은 "이곳은 재건축만 되면 강남 만큼 가격이 오를 걸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몰라 답답하다"고 푸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