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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 이후 숨죽이고 있던 모피아(재무관료+마피아)들이 다시 협회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이뤄진 공공금융기관 최고경영자 인사에서 기획재정부출신 관료, 이른바 낙하산 인사가 강세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관피아 척결에 기대를 걸었던 금융권에서도 개혁의 퇴보를 우려하는 상황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선출된 김근수 신용정보협회장은 기재부 출신이다. 김 신임 회장은 행정고시(23회)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기획재정부 국고국장을 거쳐 차관급인 여수세계박람회 사무총장, 10대 여신금융협회장을 역임했다.
전임 신용정보협회장은 김희태 전 우리아비바생명(현 DGB생명) 사장으로 첫 민간출신 신용정보협회장이었다. 우리은행 경영지원본부 집행부행장을 거쳐 2009년 중국 현지법인 행장을 역임한 김 회장은 2011년 우리아비바생명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민간 출신으로 금융과 보험 업무에 정통한 금융전문가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차기 협회장은 또 다시 관 출신으로 회귀했다.
지난달 18일 취임한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 역시 기재부 출신이다. 행정고시 32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기획재정부 국고국장,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 등을 지낸 관료 출신이다.
지난 6월 취임한 신용보증기금 윤대희 이사장도 재정경제부 출신으로 친문 경제통으로 불린다. 윤 이사장은 1975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줄곧 정부에서 일했다. 30년 이상을 경제관료로 일하면서 노무현 정부 시절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까지 올랐다.
전임 이사장인 황록 전 우리은행 부행장은 임기를 절반 이상인 1년 9개월을 남겨놓고 올해 1월 돌연 사퇴했다.
황 이사장은 지난해 5월 정권 교체 이후에도 중소기업 금융지원과 관련한 대외 협약을 맺는 등 활발한 행보를 이어왔다. 그러나 정치권과 정부 등에서 황 이사장에게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직간접적 압박을 가하자 버티지 못하고 자리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보증기금은 정권의 보은인사로 이사장이 선임되거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중도 사퇴하는 일이 반복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은행 출신 인사들이 금융공공기관에서 약진했으나 관피아 부활에 점점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로 비관료 출신으로 첫 저축은행중앙회장에 오른 이순우 회장은 우리은행 출신이다.
이 회장은 1977년 상업은행으로 입행해 2013년에는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우리은행장을 겸직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회장의 임기가 올해 연말까지인데다 관피아 부활 기조가 맞물려 차기 저축은행장에 또다시 관 출신이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한동안 잠잠했던 관피아가 다시 부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중앙회장은 금융위원장이 임명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