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진흥공사 법정자본금은 5조원…출자된 자본금은 현재 2조8000억원에 불과중소선사 지원·친환경 선박 확대 약속… "해운업 장기 경쟁력 제고 노력할 것"
  • ▲ 해양진흥공사는 5일 오후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선사와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공사 사업설명회'를 개최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
    ▲ 해양진흥공사는 5일 오후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선사와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공사 사업설명회'를 개최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
    '해운산업 재건' 과제를 안고 출범한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자본금 확충을 위해 공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나 아직 구체적인 사항은 확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자본금 확충에 대한 필요성은 알고 있지만, 해운업계 사정을 고려해 좀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해양진흥공사는 출범 3개월을 맞아 5일 오후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선사와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개최했다.

    출범 이후 처음 개최되는 설명회인 만큼, 이날 행사에는 국내 해운사뿐 아니라 국내·외 금융기관 등 총 78개 기관에서 150여명 이상이 참석했다.

    박광열 한국해양진흥공사 혁신경영본부장은 자본금 관련 "부득불 공사채를 발행해야 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시점과 액수는 내부적으로 고민 중에 있어서 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해양진흥공사는 해운산업 재건을 목표로 국적 선사들의 신조 발주 지원을 위해 법정자본금 5조원 규모로 지난 7월 출범했다. 국적 1위 선사인 현대상선뿐만 아니라 중소 선사들이 겪고 있는 유동성 위기를 해소해 주는 것을 첫번째 과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출범 초기부터 자본금 확충이 풀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해양진흥공사의 법정자본금은 5조원이지만 출자된 자본금은 현재까지 2조8000억원에 불과하다. 당초 예상한 3조1000억원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자본금 대부분이 현물 출자로 이뤄진 점도 우려를 낳고 있다. 해양진흥공사는 현재 당장 쓸 수 없는 현금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를 의식한듯 박 본부장은 "가능하다면 현물보다는 현금 위주로 법정자본금 5조원을 채워가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자본금이 더 필요하다면 한국해양진흥공사 법을 개정해 법정 자본금을 늘리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한국선박해양(1조원)과 한국해양보증보험(5500억원)의 자본금에 정부의 항만공사 현물출자 지분(1조3500억원) 및 현금출자 2000억원을 합해 3조원 이상이 모아질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해양진흥공사도 해운사 지원을 늘리기 위해서는 자본금을 현 수준보다 더 확충해야한다는 데 동의했다. 박 본부장은 "신용등급 '트리플A'를 유지한다는 조건 하에 어느 정도까지 공사채를 발행할지 고려하고 있다"며 "지금은 초기라 크게 걱정할 필요없다"고 자신했다.

    해양진흥공사는 '해양진흥공사법 제14조(사채의 발행 등)'에 따라 해양진흥공사는 납입자본금의 400%까지 공사채를 발행할 수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해양진흥공사가 총 3조1000억원 안팎 규모로 공사채를 발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황호선 초대 사장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정부와 협의해 법정자본금 5조원을 확충하되 현물 보다는 현금출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법정자본금의 확대는 공사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국회 및 정부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마음이 급한건 해운사들이다. 현대상선의 경우 지난달 28일 총 3조1530억원 규모의 친환경 컨테이너선 20척 건조 본계약을 국내 조선 3사(대우조선해양 2만3000TEU급 7척 총 1조2100억원·현대중공업 1만5000TEU급 8척 총 1조830억원·삼성중공업 2만3000TEU급 총 8600억원)와 체결했다. 다만, 구체적인 자금지원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공사 투자사업 기본방향과 한국해운연합(KSP) 참여 선사의 신조발주 지원, 중고선 매입 후 재용선 사업(S&LB), 항만터미널 지원 등의 해운선사를 위한 다양한 투자 지원방안이 공개됐다.

    특히 해양진흥공사는 중소선사 지원에 특히 신경쓰겠다고 강조했다. 김종현 해양진흥공사 해양투자본부장은 "황호선 사장 역시 신용평가가 낮지만 발전 가능성이 있는 중소선사에 대해서는 리스크를 무릅쓰더라도 적극적으로 지원하자는 게 공사 방침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친환경 선박과 관련해서도 지원을 지속할 것을 약속했다. 김 본부장은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 설비가 구비된 선박 확보가 필요하다"며 "점차 신조지원 대상과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해양진흥공사는 향후 선사에 대한 금융지원 뿐 아니라, 산업진흥센터 운영을 통해 해운사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선박투자에 따른 위험관리를 강화하는 등 국내 해운업의 장기 경쟁력 제고에도 노력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