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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손들을 위해선 층수가 다소 낮아지더라도 (서울시 변경안을) 받아들여야겠지요. 다만 아파트를 팔려면 10년 보유, 5년 거주 등의 조건은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울 용산구 원효로4가 산호아파트 맞은편에 위치한 청암 공인중개소의 양현숙 대표는 최근 산호아파트의 재건축을 바라보며 이 같이 말했다. 특히 당초 35층에서 서울시 변경안에 따라 조정 중이다.
이 아파트는 아파트 이름과 한강변이라는 입지 덕분에 '용산의 진주'로 불렸다. 지난해 6월 조합이 설립된 이후 지난 8월 말에 사업 시행인가를 받았다. 현재는 최고 12층, 6개동에 상가 포함 총 555가구 규모.
다만 2006년 재건축추진위원회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만 해도 한강 조망권을 둘러싸고 주민 간 갈등이 있었던 곳이다. 이후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으로 꼽혔던 용산국제업무지구(용산역세권개발) 사업이 좌초된 이후 덩달아 재건축이 불투명해졌다가 최근 다시 속도가 붙고 있다.
양현숙 대표는 "지난해 조합설립을 인가받을 때 주민동의율이 90%를 넘을 정도로 의견일치를 이뤘다"며 "산호는 한강조망이라는 입지적인 장점이 있고 인근 단지 중 재건축이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재건축이 완료되면 모든 가구에서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지난달 전용면적 86㎡ 8층이 14억원에 중개됐다. 지난 4월 전용 78㎡(7층)이 10억9000만원에 거래됐던 것에서 3~4억원 올랐다. 지난 1월엔 전용 103㎡(11층)가 9억7000만원에 실거래 됐다.
양 대표는 "올 초만 하더라도 평당(3.3㎡) 3000만원 하던 것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용산 통합개발을 발표한 이후 3500만~4000만원 선까지 뛰었다"며 "다만 매매조건이 까다로워 매물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단지의 경우 10년 이상 보유·5년 거주 요건을 가진 1가구 1주택 조합원에 한해 지위 양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500여가구 중 이 조건을 충족해 매물로 나온 물건은 4~5가구에 불과하다.
양 대표 역시 인근 산천동 '리버힐 삼성'의 원주민이었다. 이후 시공사와 행정법 소송에 참여하면서 부동산에 관심을 갖게 됐고 2007년부터 부동산중개업을 하고 있다.
그는 "용산 개발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수십개의 '떴다방'이 생겨 시세만 올려놓고 떠났다"며 "이태원, 성수동, 강남까지 발품을 팔아가면서 단골손님 위주로 묵묵히 영업을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