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기관들 내년 경제성장률 2% 중후반대로 전망…"한국 경제 위축 국면 진입"기업들은 일감몰아주기 논란 해소에 주력…오너들은 민간 외교관 역할 자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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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내외적 불확실성으로 국내 기업들의 어려움이 날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과 미국의 금리인상 등 글로벌 악재에 정부의 규제 압박까지 겹치면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어려운 국내외 경제여건과 불확실한 금융환경이 지속되면서 향후 기업 활동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4분기에 이어 내년까지 경제 전망은 밝지 않다.

    실제로 국내 연구기관들이 보는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은 비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경제전망보고서에서 "한국 경제가 이미 수축 국면에 진입했다"면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예상했다. LG경제연구원은 이보다 낮은 2.5%로 전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한국 경제의 성장률을 3%대로 예상했던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아시아개발은행(ADB) 등도 최근 들어서 차례로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체감 경기도 얼어붙고 있다. 특히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 따른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의 수출 의존도는 미국과 중국에 집중돼 있다. 고율관세 부과 대상이 확대되면서 괜한 불똥이 튀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통상마찰 심화와 금리인상 기조 확산 등 불확실한 요인들이 적지 않아 기업의 수출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며 "혹시나 사업별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가 있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국내 상황은 더 좋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익 편취 규제의 기준을 상장·비상장 구분없이 20%로 일원화하고 해당 회사가 지분을 50% 이상 보유한 자회사로 강화했다. 규제 대상 기업은 231개에서 601개로 대폭 늘어나게 됐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는 "미·중 무역전쟁, 유가상승, 미국 금리인상 등 대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한국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 최근의 경기지표를 중심으로 한국경제가 장기적 불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 사정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정위 규제 피하려 분주한 기업들…오너들은 '민간 외교관' 자처


    주요 대기업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논란 해소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최근 LG그룹은 물류계열사 판토스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다. 판토스에 대한 LG 총수 일가 지분은 19.9%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아니지만 불필요한 오해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SK그룹은 SK해운을 사모펀드(PEF)인 한앤컴퍼니에 매각하기로 했다. 차입 부담과 업황 부진으로 인한 어려움도 있었지만,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사전에 해소하기 위한 목적도 포함된 것으로 분석된다. SK해운은 지주사인 SK(주)가 지분 57%를 가진 비상장사다.

    이에 앞서 CJ그룹도 손경식 CJ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조이렌트카를 매각해 일감 몰아주기 대상에서 대부분 벗어나게 됐고, 한화그룹도 한화S&C와 한화시스템의 합병으로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자유로워졌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대기업 오너들이 풍부한 인적 인프라를 바탕으로 민간 외교관으로 활약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미·중 무역갈등에 대해 "CJ가 미국에 파는 물건들이 있는 만큼,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당연히 영향이 있다"며 한·미 동맹을 강조했다.

    손 회장은 한·미 관계에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밴플리트상'을 받은 소감으로 "CJ는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에서 매년 한류 축제를 개최하고 있는데 미국 내 참석자가 2012년 1만2000명에서 올해 14만4000명으로 크게 늘어났다"며 "한미 동맹이 잘 유지되고 지켜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화 김승연 회장도 미국 정계 대표 인사와 만나는 등 민간 외교에 힘쓰고 있다. 김 회장은 에드윈 퓰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회장과 만나 "한·미 FTA 재협상 타결을 통해 양국 간 통상분야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한국 산업계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한·미간 긴밀한 협력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