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원, 고등교육재단 통해 성장한 인재에 ‘무대’ 마련고등교육재단, 포럼 개최 축소… 장학사업 매진 예정
  • ▲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8월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최종현 선대 회장의 20주기 추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SK
    ▲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8월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최종현 선대 회장의 20주기 추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고(故) 최종현 선대 회장의 뜻을 이어 비영리 공익재단 ‘최종현 학술원’ 설립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종현 선대 회장이 설립한 한국고등교육재단과 영위사업 및 임원진 구성이 같아 사실상 재단명만 다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최종현 학술원 설립을 위해 사재인 SK㈜ 주식 20만주(약 520억원)를 출연했다. 또 SK그룹의 지주사인 SK㈜도 450억원 규모의 소유 토지를 내놓는다. 총 1000억원 규모의 학술원은 이르면 다음달 출범할 예정이다.

    학술원은 지난달 창립총회를 열어 정관을 확정한 바 있다. 최태원 회장이 이사장을, 박인국 한국고등교육재단 사무총장이 초대원장을 맡는다. 이사진은 현택환·정종호 서울대 교수 등이 내정됐다.

    SK 관계자는 “최종현 학술원의 연내 출범을 목표로 기금 마련 등 관련 절차가 꾸준히 진행 중이다”며 “아직 공식 출범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술원은 국제 학술 협력 네트워크를 활용한 글로벌 전략과 과학기술 혁신에 관한 융·복합 연구, 국내외 학술연구 및 국제포럼 등 학술교류 사업을 중점 수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국고등교육재단이 진행 중인 공익사업과 유사하다. 고등교육재단은 지난 1974년 최 선대 회장이 세계 수준의 학자를 양성해 학술발전을 통한 국가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설립한 비영리 공익법인이다. 그간 3700여명의 장학생을 지원했다. 이 중 740여명은 해외 명문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80% 이상이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 재단은 최태원 회장이 이사장으로 취임한 1998년 이후부터 국제학술사업을 신설, 아시아 각국의 유능한 학자들을 초청해 국내 학자들과 협력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 중국과 아시아 국가에 17개 연구센터를 운영해 베이징포럼과 상하이포럼 등 세계적 수준의 학술포럼 사업을 통해 국제학술교류 증진에 기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최종현 학술원과 한국고등교육재단에 큰 차이가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 학술원과 고등교육재단의 이사장이 모두 최태원 회장이며, 사실상 운영을 총괄할 학술원의 초대원장으로 박인국 고등교육재단 이사장이 내정됐다. 

    SK 측은 최태원 회장이 최종현 선대 회장의 영향으로 교육 관련사업에 큰 관심을 보인다고 밝혔다. 또 올해가 최 선대 회장의 20주기인 만큼 최태원 회장이 부친의 유지에 따라 학술원 설립을 주도했고, 초대 이사장에 취임한다고 전했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은 최종현 학술원과 공익사업이 중복되지 않도록, 그간 진행해왔던 포럼 개최 등을 축소할 방침이다. 설립 초기부터 진행해온 장학사업에 업무역량을 집중시킨다는 것.

    재단 관계자는 “설립 목적처럼 인재 양성을 위해 장학사업에 더욱 매진할 예정”이라며 “학술원은 고등교육재단이 40여년간 장학사업을 통해 성장한 인재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학술포럼 개최 등에 집중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최태원 회장은 지난 8월 최종현 선대 회장의 20주기 추모식에서 “최종현 선대 회장은 100년 후를 위해 사람을 키운다는 생각으로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해 많은 인재를 육성했다”며 “선대 회장의 뜻을 잇는 동시에 고마움에 보답하고자 최종현 학술원을 설립하겠다”고 공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