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형 인턴·농촌 정비… 정부發 알바 5.9만개고용세습 외면… 질 좋은 일자리 확대 물 건너가
  • 문재인정부 출범이래 8번째 일자리 대책이 나왔으나 '고용참사'에서는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새 정부 출범이래 두 달에 한 번꼴로 '대책'을 내놓은 셈인데 벌써 일자리에 쏟은 자금만 80조원에 달한다. 정부는 작년과 올해 본예산 외에도 2년 연속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으로 각각 11조원, 3조8천억원을 쏟았다. 여기에 일자리 안정자금 3조원까지 더하면 54조원에 이른다. 정부가 24일 내놓은 '최근 고용·경제 상황에 따른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의 26조원까지 더하면 무려 80조원이 된다.   


    ◇ 체험형 인턴·농촌 생활정비… 정부發 아르바이트   

    문제는 정부가 내놓은 맞춤형 일자리 5만9천개를 두고 정부가 세금을 들여 꼭 마련해야 할 필요한 일이 맞느냐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그마저도 공공기관, 고용 산업위기 지역 등에 청년과 50~60대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2~3개월짜리 초단기 아르바이트 수준에 머물러 '통계용 일자리'라는 지적이 많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불 켜진 빈 강의실을 찾아 소등 업무를 하는 국립대 에너지 절약 도우미 1000명, 산과 전통시장의 화재를 감시하는 인력 1500명, 라텍스 침대에서 생활방사선이 검출되는지 측정하는 인력 1000명, 소상공인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줄여주는 제로페이 홍보안내원 960원 등이 있다. 

    이밖에도 공공기관 체험형 인턴이 5300명, 교통안전 시설물 실태조사업무에도 8000명이 투입된다. 

    이러한 단기 일자리를 위해서는 연말까지 1900억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올해 남는 예산을 최대한 활용해 새로운 예산 투입은 필요없다는 입장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연말을 시계로 정하긴 했으나 내년에도 (일부) 연장해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무슨 일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 고용세습 외면… 질 좋은 일자리 확대 물 건너가 

    정부가 단기 일자리에 급급한데는 지난 3분기 기준 실업자수가 106만5천명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래 최대수준을 기록한 영향이 크다. 또 9월까지 취업자수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폭은 10만1천명에 그치면서 증가폭은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기둔화에 따라 올해 경제성장률이 2.7%로 예상되는 점도 부담이다. 미중 무역전쟁에 외부 악재까지 겹겹이 쌓이면서 한국 경제를 둘러싼 위기설은 계속되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역시 "미중 통상마찰,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등 대외리스크까지 확대돼 경제 및 고용 상황이 단기간에 개선되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단기간'에 고용 상황 개선이 어렵다는 진단을 내리고도 처방은 '단기 고용'에 집중했다. 지금껏 질좋은 일자리로 치켜세우던 '공공기관 정규직' 일자리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에서 촉발된 고용세습 의혹이 매일같이 추가되고 있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 가운데 기존 직원의 친인척이 포함됐다는 의혹이 일파만파 번지는 형국이다. 

    특히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화 선언 이후, 중앙정부, 공공기관 내에서 1년 만에 10만명 이상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이 과정에서 공개경쟁 채용은 1만5천개에 불과했다. 이런 와중에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는 총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26일 총파업을 선포하고 오는 27일 청와대 앞에서 비정규직 철폐 결의대회를 연다. 

    이에 김동연 부총리는 "고용승계 문제에 대해 엄중하게 보고 있고 위반 사안이 발견되면 엄벌에 처하겠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드러난 의혹에 대해 먼저 확실하게 확인한 뒤 조사를 확대 검토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