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남북교역 86.6% 소화해수부 구상 남포·해주항 경제특구와 선도적 교류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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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인천항만공사(이하 공사)에 따르면 과거 참여정부 시절 남북 총 교역 규모의 86.6%를 인천항이 담당했었다. 이 중 60%는 인천~남포항 항로를 이용한 교역량이다.
공사 관계자는 "2002년부터 5·24 조치로 남북교역이 끊긴 2011년까지 총 4434만t의 물동량을 인천항에서 처리했다"며 "이 시기 5만8445TEU(1TEU=6m 컨테이너 1개)의 컨테이너 화물도 처리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남봉현 공사 사장은 "과거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앞으로 남북 간 경협이 재개되고 인천~남포뿐 아니라 인천~해주 해상운송도 연결된다면 자연스럽게 인천항을 이용한 '북한의 환적화물'은 많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며 "공사도 남북교류 재개에 대비해 법·제도의 제약사항을 사전 검토하고 과거 사례를 분석해 실효성 있는 사업을 준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남북 경협을 인천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동력으로 삼겠다는 포부다.
인천항은 2016년 268만TEU에서 지난해 304만8000TEU로 컨테이너 처리량이 늘면서 세계 57위의 컨테이너 처리항만에서 49위로 8단계나 수직 상승했다. 2025년 이내 연간 400만TEU를 처리하는 세계 30위권 항만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인천 신항에 1-2단계 신규 컨테이너 부두 개발을 계획 중이다. 현재 210만TEU인 인천 신항 하역능력을 2025년 341만TEU(인천항 전체로는 417만TEU)까지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기자들과 만나 항만 개발 등 남북 경협 사업에 관한 비전과 구상을 제시했다. 김 장관은 10·4 선언에 담겼던 항만 개방과 개발을 언급하며 "큰 항만에 개성공단 모델을 (접목하는) 연계 협업사업을 구상한다"며 "남과 북이 동해관광·서해경제 공동특구를 합의했는데 해주·남포항 경제특구처럼 항만과 항만배후단지를 활용해 원자재를 실어가고 생산물을 실어내오는 방안을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또한 북한 모래 반입과 관련해선 "북측에서 남포·해주항 개발을 긴급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들었다. 이들 항이 항만으로써 제대로 기능하려면 하구지역 모래를 파내 큰 배들이 드나들 수 있게 적정 수심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라며 "준설사업도 많은 예산이 드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으로 북에서 오랫동안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서로 이익이 된다면 꽤 많은 양의 모래를 수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었다.
인천항은 과거 인천~남포 항로로 대북교역의 관문 기능을 수행했던 경험이 자산이다. 경협이 재개되면 다른 지역 항만에 앞서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남 사장은 "실효성 있는 교류협력을 준비하고자 지난 5월4일과 6월21일 '남북경협 확대 시 인천항의 역할'을 주제로 전문가 세미나를 열었다"며 "의견을 수렴해 단기·중장기 사업을 분리해 추진할 예정으로, 현재 내부적으로 ▲남포항 현대화 ▲해주 모래 수입 ▲남북 크루즈(유람선) 사업을 산학과제와 연계해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남 사장은 "남포항 사업은 대형 선박을 댈 수 있게 열악한 항만시설을 현대화하는 것으로, 북한이 다양한 국제항로를 개설하면 인천항의 환적 등 대북교역 물동량이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해주지역 모래 수입에 대해선 "항만개발을 위한 준설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모래를 수입하면 남측의 건설자재 수급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 사장은 남북 크루즈 사업의 경우 "물자 교역이 아닌 민간인의 교류 통로를 만드는 것으로, 북한의 개방 확대를 통한 민간교류 상시화는 물론 인천항 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공사 관계자는 "인천항은 중국과 남북을 삼각으로 잇는 크루즈 관광상품을 운용하기에 적격"이라며 "중국과 인천을 잇는 4박5일 크루즈 여행상품의 경우 조기 매진된 사례도 있고 북한 관광에 대한 관심이 커 수요는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남북 철도 연결사업에서도 인천항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한다. 공사 관계자는 "철도·도로 연결사업은 시간과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뱃길을 통한 교류가 활발할 수밖에 없다"며 "철도도 북측 구간을 여러 개로 쪼개어 사업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관련 기자재를 운반하는 데 뱃길을 이용할 가능성이 크고 인천항은 그 관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현재로선 남북 경협은 시기상조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이다. 남 사장도 "남북 경협은 국제사회의 역학관계 등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