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메시지, 일방적 전달 아닌 고객들의 소통과 공감, 참여에 초점"인스타그램·페이스북·유튜브 등 소셜 활용한 타깃 마케팅 주효
  • ▲ (좌측부터)11번가 '십일절'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김은정 브랜드마케팅팀 매니저, 성준현 매니저, 이영진 팀장. ⓒ뉴데일리경제
    ▲ (좌측부터)11번가 '십일절'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김은정 브랜드마케팅팀 매니저, 성준현 매니저, 이영진 팀장. ⓒ뉴데일리경제
    유통업계의 전통적인 비수기로 꼽히는 11월을 연중 최대의 쇼핑 축제로 만든 11번가의 '십일절 캠페인'이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부상하고 있다.

    11번가는 지난해 '십일절(11월 11일)' 당일, 거래일 기준 사상 최대 거래액인 640억원을 돌파했고 올해는 1000억원 돌파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경쟁 온라인 유통업체들도 비슷한 시기에 쇼핑 행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십일절'이 국내 최대 규모로 꼽힌다. 

    뉴데일리경제는 최근 11번가 본사에서 십일절 캠페인을 이끌고 있는 브랜드마케팅팀원들을 만나 '십일절'에 숨겨진 마케팅과 콘셉팅의 비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영진 11번가 브랜드마케팅팀 팀장은 "십일절은 갑자기 만든 행사가 아니라 11번가가 태어난 그 날부터 사내에 이미 존재했던 이름"이라며 "사명을 따라 매년 11월마다 쇼핑 행사를 기획했는데 2016년부터 소비자들에게도 십일절로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내부 직원끼리 '십일절'이라고 부르던 11월 행사를 소비자를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콘셉트와 메시지가 확실했기 때문에 '십일절'은 론칭 3년여 만에 소비자들에게 확실한 각인을 남겼다. 지난해 11월 11번가가 엠브레인과 함께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브랜드 인덱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모바일 쇼핑몰 행사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이라는 질문에 '11번가+십일절'(21.9%), '블랙프라이데이'(19.5%) 순으로 집계됐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알리바바가 만든 중국의 광군제 등 쇼핑 축제들은 유통 비수기 시즌을 새롭게 마케팅 해 글로벌 유통 지도를 바꿔놓았다. '십일절'도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한국의 11월 유통 지도를 바꾸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팀장은 "십일절은 한 해 동안 열일한 나를 위해 선물을 주자는 명확한 스토리를 갖고 있다"며 "메시지가 명확했기 때문에 마케팅을 하면서도 본질과 핵심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타깃이 열일한 나 라는 개인이다 보니 소비자들의 참여와 공감이 그 어떤 마케팅보다 중요했다"며 "우리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고객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닌, 고객들이 참여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는 것이 전략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11번가는 TV나 포털사이트 대신 god 출신 방송인 박준형의 유튜브 채널인 '와썹맨'을 통해 '십일절'을 알리고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열일일기' 캠페인을 펼치는 등 소비자들의 참여와 공감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소셜과 디지털 채널을 집중 공략했다. 
  • ▲ (좌측부터)11번가 '십일절'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김은정 브랜드마케팅팀 매니저, 이영진 팀장. 성준현 매니저, ⓒ뉴데일리경제
    ▲ (좌측부터)11번가 '십일절'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김은정 브랜드마케팅팀 매니저, 이영진 팀장. 성준현 매니저, ⓒ뉴데일리경제
    김은정 브랜드마케팅팀 매니저는 "소셜 캠페인을 기획했을때 확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무엇인가가 견인 해주길 바랐다"며 "타깃들이 관심있어하는 콘텐츠가 뭘까를 고민하던 중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던 박준형의 와썹맨과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대놓고 하는 PPL이었지만 와썹맨의 방송 스타일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십일절 메시지를 전달해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당시 와썹맨의 유튜브 구독자 수는 100만명이 안됐지만 현재 150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고 와썹맨 방송 후 열일일기 캠페인 참여율도 크게 늘면서 소셜의 확산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11번가가 '와썹맨'과 함께 진행한 방송은 9일 기준 78만 뷰를 넘어섰고 '열일일기' 캠페인 참여 건수는 1만2000건을 돌파했다.

    김 매니저는 "열일일기는 고객이 직접 카피라이터가 돼 열일한 나를 위한 쇼핑 아이디어를 내고 콘텐츠를 자신의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직접 올려야하기 때문에 초반 목표를 2주간 5000건으로 설정했다"며 "고객들이 의견을 내고 소통하고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는 취지였는데 예상밖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고객들의 재참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성준현 브랜드마케팅팀 매니저는 "대부분의 기존 쇼핑 행사 마케팅은 할인, 최저가, 경품 등 끝나면 사라지는 휘발성이 강했다"며 "십일절은 그런 마케팅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고객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브랜드를 제시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11번가와 함께 십일절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SM C&C의 최진혜 팀장은 "페이스북은 정보 전달, 인스타그램은 아주 개인적이면서도 소중한 순간을 기록하는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트렌드를 확인했다"며 "이처럼 각 채널의 특성과 유저들의 취향에 적합한 채널을 선택하고 그 타깃에 맞는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따라 마케팅 전략을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영진 팀장은 "젊은층의 조금은 이해할 수 없는, 시시각각 변하는 코드를 읽어내야하기 때문에 마케팅 전략도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복잡해지고 있다"며 "온라인 회사 특성상 분위기가 자유로운 덕분에 소위 B급 감성, 병맛 코드를 마케팅에 접목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 ▲ 하우성 11번가 마케팅그룹장. ⓒ뉴데일리경제
    ▲ 하우성 11번가 마케팅그룹장. ⓒ뉴데일리경제
    11번가는 앞으로 '십일절'을 블랙프라이데이, 광군제 같은 국내 최대의 쇼핑 축제로 만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하우성 11번가 마케팅그룹장은 "십일절 마케팅에는 연중 최대 비용과 시간, 노력이 들어간다. 이렇게 많은 돈을 써서 왜 이 행사를 하느냐고 묻기도 한다"며 "십일절 행사는 표면적으로 보면 단발성 같지만 이로인해 새롭게 유입되는 고객과 잔존 고객들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우리 고객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단순 이벤트 이상으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중국의 광군제 등 글로벌 최대 쇼핑 축제는 모두 민간이 주도하는 행사"라며 "11번가도 십일절을 통해 11월을 국내 최대의 쇼핑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편 11번가의 '십일절'은 매년 11월 1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되는 국내 최대 온라인 쇼핑행사로 올해는 1638개 브랜드가 참여하는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된다. 지난해 '십일절' 거래액은 전년 대비 37% 증가한 640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