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5G 통신망 구축… 민간·학계·스타트업 모두 개방
  • ▲ K-시티 주요 시설.ⓒ국토부
    ▲ K-시티 주요 시설.ⓒ국토부
    차체를 스티로폼으로 만든 로봇카가 뒤따라오고, 승합차 뒤에 숨은 자전거 탄 더미(실험용 인체 모형)는 차량이 다가오자 갑자기 튀어나온다. 유령이라도 씐 듯 핸들을 돌리지 않았는데도 방향을 바꾸는 자동차까지….

    유령의 집이나 테마파크의 모습이 아니다. 10일 문을 연 자율주행차 실험도시 '케이-시티(K-City)'에 가면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실제 도로환경 재현·반복 실험 가능

    국토교통부는 이날 경기 화성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K-시티 준공식을 했다. 행사에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정렬 국토부 제2차관, 박순자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을 비롯해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기업·기관 관계자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준공식 후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 SK텔레콤, KT, 현대자동차 등 9개 업체·기관이 제작한 자율주행차 12대가 K-시티를 달렸다. 자동주차와 원격호출·출차, 무단횡단 보행자 인식·정지, 어린이보호구역 자동감속, 교통신호 인식, 고속도로 나들목·요금소 통과 등 11가지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였다.

    K-시티는 국토부가 125억원쯤을 투입해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주행시험장 내에 32만㎡(11만평) 규모로 구축했다. 여의도 면적(2.9㎢)의 8분의 1 수준이다.

    지난해 8월 착공한 후 1년4개월 만에 준공했다. 조속한 기술개발 지원을 위해 지난해 11월 고속도로 환경을 우선 구축했다.

    자율주행 때 발생할 수 있는 대부분 상황을 실험할 수 있게 고속도로, 도심, 교외, 주차장, 커뮤니티 등 5가지 실제 환경을 재현했다. 나들목, 신호교차로, 터널, 철도건널목 등 35종의 실험시설을 갖췄다.

    특히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5G 통신망을 구축했다. 자율주행차와 도로 인프라 간 초고속·대용량의 실시간 통신을 통해 차량의 센서 한계를 극복하는 자율협력주행과 인포테인먼트 기술개발도 가능하다.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기업, 대학, 연구기관, 새싹기업 등은 K-시티의 모든 환경을 사용할 수 있다. 대학은 주말에 무료사용이 가능하다. 사용신청·예약은 교통안전공단 홈페이지에서 하면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자율주행차는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기술"이라며 "완성된 K-시티가 자율주행 시대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 기술조사업체인 내비건트 리서치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관련 세계 시장규모는 2020년 210조원, 2035년 13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자율주행차 관련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기술개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자율주행차 기술개발 경쟁에서 앞서려면 실제 상황과 유사한 환경에서 반복·재현실험할 수 있는 시험장이 필요하다. 미국은 M-시티, 일본은 J타운 등을 구축, 운영 중이다.
  • ▲ K-시티 내 무단횡단 어린이 보행자 출현 상황.ⓒ뉴데일리DB
    ▲ K-시티 내 무단횡단 어린이 보행자 출현 상황.ⓒ뉴데일리DB
    ◇로봇카 등 통해 주행안전성 높여

    이날 K-시티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로봇카다. 로봇카는 변신로봇이 아니다. 운전자 없이 주행하는 게 자율주행차와 흡사하다. 하지만 자율차는 아니다. 자율차가 인식-판단-제어 3단계를 거쳐 주행하는 반면 로봇카는 프로그램된 값에 따라 제어만 가능하다. 주행 중 장애물이 나타나면 자율차는 이를 판단해 멈추거나 피해가지만, 로봇카는 장애물이 정해진 경로에 나타날 때 최악에는 충돌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K-시티에는 1세트의 로봇카가 있다. 일반 자동차형 로봇카와 구동장치 위에 스티로폼으로 차체를 만들어 얹은 로봇카가 짝을 이룬다. 로봇카는 현재 수입에 의존한다. 로봇카는 자율차 주행을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 입력된 경로에서 ±2㎝ 오차 범위로 움직이며 주행 중 끼어들기 등으로 자율차를 사고직전 상황까지 몰아붙인다. 이를 통해 급정지는 물론 차량이 부딪혔을 때 자율차 내 장비나 운전자의 안전 관련 사항을 점검한다. 자율차 개발에 있어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인 셈이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로봇카는 충돌실험을 위해 있는 게 아니다. 충돌 직전 상황을 연출해 자율차가 안전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하는 핵심적인 구실을 한다"고 설명했다.

    K-시티에서 자율차는 다양한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며 주행안전성을 높이고 있었다. 비상자동제동장치를 시연하는 코스에선 시속 40㎞로 터널을 빠져나오던 자율차가 출구쪽에 고장 나 멈춰있는 차량을 발견하고 급제동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서울대학교가 개발한 자율차는 카메라와 레이더, 라이더 등 센서를 통해 정보를 받아들이고 판단해 고장 차량 앞 7m쯤 앞에 멈춰섰다. 서울대 관계자는 "센서 감지범위가 60~100m"라고 설명했다.

    무단횡단하는 어린이에 대응하는 커뮤니티 구간에선 승합차 뒤에 있던 더미가 시속 5㎞ 속도로 도로에 뛰어드는 돌발상황을 연출했다. 어린이보호구역이라 자율차가 시속 30㎞의 저속으로 움직이는 상황이긴 했어도 자율차는 더미를 인식하고 멈춰선 뒤 더미가 지나간 뒤에야 다시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관계자는 "설정된 시나리오에 따라 자율차도 입력된대로 움직이는 거 아니냐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면서 "주행코스를 돌다 보면 신호 등 주변 여건이 매번 바뀐다. 2주 전부터 K-시티에서 본격적인 시험주행에 나섰는데 공사 차량이나 인부 등이 수시로 움직이는 불규칙적인 상황에서도 자율주행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 ▲ K-시티 내 비상자동제동장치 평가 시연 모습.ⓒ뉴데일리DB
    ▲ K-시티 내 비상자동제동장치 평가 시연 모습.ⓒ뉴데일리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