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격식 타파 시동… 구내식당 식사 등 소통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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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의 기업문화가 신동빈 회장의 경영복귀 후 또 한번 변곡점을 맞았다. 총수의 해외 출장길에서 그간 지속돼왔던 ‘공항환송’ 풍토가 사라진 것.13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의 총수 환송은 지난 10월 23일을 기점으로 사라졌다. 당시 신 회장은 김포공항에서 일본으로 향했다. 롯데 고위 임원들은 집행유예 출소 이후 첫 번째 해외출장을 떠나는 그를 공항에서 환송했다. 계열사 임원과 지주 직원들은 신 회장이 공항에 도착하기 1시간 전부터 기다렸고 배웅했다. <관련기사 뉴데일리경제 11.01, 총수 3인3색 공항 이용법>반면 최근 출장길에선 달라진 모습이 나타났다. 신 회장은 지난 3일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현지 사업 등을 점검하기 위해 5박6일 일정으로 출국했다. 이때 총수를 환송하는 롯데 인원은 비서실 수행인력 등이 전부였다.몇몇 기업에서는 여전히 총수에 대한 과도한 의전활동이 행해지고 있다. 모 기업의 경우 총수가 기공식과 같은 공식행사에서 장갑을 껴야할 경우, 수행인력이 미리 착용해 따뜻하게 해놓는다. 내부 회의의 경우에는 총수의 신장과 평소 필기습관 등을 고려해 의자와 펜, 노트의 위치까지 미리 조정한다.의전으로 분류될 수 있는 롯데의 총수 공항환송이 사라진 것은 신 회장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권위나 허례허식을 경계하는 실용주의적 가치관을 지닌 것으로 유명하다. 이에 따라 그동안 이어져왔던 의전활동을 멀리하기 위해 환송 문화를 없앤 것으로 파악된다.과거 롯데는 상명하복과 군대식 기업문화가 만연한 조직이었다. 딱딱한 일본식 문화가 기업 곳곳에 깃들어 재계에서도 사내 분위기가 좋지 않은 기업으로 꼽혀왔다.그러나 신 회장이 2010년대 중반 경영전면에 나서면서 롯데는 환골탈태하기 시작했다. ‘바르고 건강한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 사람 중심의 기업문화를 만들겠다고 천명한 롯데다. 조직 내부에서의 대화를 강화해 일본식 수직적 문화를 혁파했고 수평적 소통문화로 탈바꿈하고 있다.롯데 유통 계열사의 한 직원은 “신동빈 회장이 기업문화를 바꾸겠다고 선포한지 4~5년이 지났다”며 “이 기간 ‘롯데=군대’라는 기업 이미지가 많이 개선됐다. 또 일본식 직급·호칭 체계도 변화됐고 임직원들의 처우와 복지제도도 많이 나아졌다”고 전했다.롯데는 지난 2015년 9월 기업문화의 과감한 개혁을 위해 외부 전문가와 내부 경영진이 참여한 ‘기업문화개선위원회’ 1기를 출범시켰다. 출범 3년차를 맞은 현재 일과 가정의 조화로운 균형을 위한 ‘워라밸’을 위해 전 계열사에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고, 남성 의무 육아휴직 등을 활성화했다.한편, 신동빈 회장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구내식당에서 임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종종 식사를 함께한다. 대화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등 ‘소통경영’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