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공대·이화여대·고려대 등 10억 이상 수익명지전문대·서강대·경복대 등 10억 이상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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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대 학교법인이 적립금을 유가증권에 투자하고 있지만 실제 수익률은 극히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익 창출 방안으로 증권 투자에 나선 법인 가운데 절반 이상은 투자원금이 줄거나 수익률 0%를 기록했다. 나머지 대학들도 1% 미만의 미미한 수익률을 보였다.
9일 뉴데일리경제가 한국사학진흥재단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2017회계연도 사립대 교비회계 적립금 금융투자 현황' 자료 분석 결과 2017년 3월~2018년 2월 기준 일반대 법인 42곳, 전문대 법인 20곳은 증권투자 수익률이 평균 0.8%와 -9.7%에 그쳤다.
사학진흥재단 관계자는 "수익률은 투자원금을 합친 금액과 평가차액을 분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사립대 272곳(일반대 148개교·전문대 124개교, 제주 지역 제외)의 누적적립금은 10조3694억원, 전체 적립금에서 유가증권 투자원금 규모는 14.25%(1조4779억원)를 차지했다.
2007년부터 사립대가 적립금을 활용한 증권 투자가 가능해졌다. 당시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부)는 규제 완화로 대학 재정 확충을 위해 투자를 하용한 바 있다. 현행 사립학교법에서는 등록금회계에서 비등록금 회계로 전출된 적립금 상당액을 제외한, 적립금을 2분의 1 한도에서 △채무증권 △지분증권 △수익증권 △투자계약증권 △파생결합증권 △증권예탁증권 등의 취득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내역별 투자원금을 살펴보면 국채·지방채증권 등 채무증권과 수익증권이 각각 7371억원, 6132억원으로 큰 비중을 차지했고 이외 파생결합증권(726억원), 지분증권(288억원), 증권예탁증권(232억원), 투자계약증권(30억원) 등은 전체 투자액의 약 9%였다.
1억원 이상 투자한 사립대 법인 일반대 40곳, 전문대 20곳 가운데 16곳, 8곳은 0.1% 이상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인 일반대는 20곳, 전문대는 11곳이었다. 아예 수익률이 발생하지 않은 법인은 일반대 4곳, 전문대 1곳으로 증권 투자에 나선 전체 사립대 법인 가운데 절반 이상은 손해를 입거나 변화가 없었다.
일반대 중 영남대(영남학원)가 -96.6%로 가장 큰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고 경동대 법인 -33.8%, 선문대(선학한원) -13.1%, 우송대(우송학원) -9.7%, 경남대(한마학원) -8.9%, 서강대 법인 -8.3%, 삼육대(삼육학원) -7.9%, 용인대(단호학원) -7.4%, 광주대(호심학원) -4.8%, 초당대(초당학원) -4.2% 등도 투자원금 대비 평가액이 줄었다.
명지전문대(명지학원)은 -56.1%로 전문대 중 손실 비율이 가장 높았고 동아보건대(봉석학원) -45.9%, 경복대 법인 -33.8%, 신성대(태촌학원) -26.2%, 김포대(김포학원) -13.8%, 순천제일대(순천성심학원) -13.5%, 계명문화대(계명대) -8.5%, 구미대(구미교육재단) -4.4%, 마산대(문화교육원) -4.2%, 한국영상대(인상학원) -2.8% 등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다.
감리교신학대(감리교신학원), 대전가톨릭대(천주교대전교구대지학원), 동신대(해인학원), 숙명여대(숙명학원) 등 일반대 법인과 대원대(민송학원) 등 전문대 법인은 수익률 0%를 기록했다. -
전문대 가운데 영진전문대(영진교육재단)가 9.0%로 가장 높았고 전주기전대(전주기독학원) 6.6%, 청강문화산업대(청강학원) 2.3% 등 2% 이상의 수익률을 보였다.
투자원금보다 평가액이 늘어난 홍익대(홍익학원 0.9%), 이화여대(이화학당·0.9%), 연세대 법인(0.6%), 차의과학대(성광학원 0.5%), 서경대(서경대학원 0.4%), 인하대(정석인하학원 0.2%) 등 일반대와 대림대(대림학원 0.60%), 진주보건대(한가람학원) 등 전문대 법인의 수익률은 1% 미만이었다. 작년 2월께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1.5%로 이를 감안하면 증권 투자의 수익이 미미한 수준인 셈이다.
가장 많은 투자원금을 기록한 법인은 이화학당으로 2951억원으로 집계됐고 홍익학원(2554억원), 연세대 법인(1475억원) 등은 1천억원 이상을 증권에 투자했다. 이들 법인의 누적적립금 규모는 2017회계연도 기준 홍익학원 7565억원, 이화학당 6831억원, 연세대 법인 5687억원으로 나란히 1~3위에 오른 바 있다.
투자원금을 기준으로 포항공대 법인이 76억원 늘었고 이화학당 27억원, 홍익학원 23억원, 고려중앙학원 16억원, 연세대 법인 9억5천만원 등 평가액이 올랐다. 반면 명지전문대 명지학원(-119억원), 경복대 법인(-45억원), 한마학원(-26억원), 봉석학원(-25억원), 경동대 법인(-11억8천만원), 서강대 법인(-11억1천만원) 등은 10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다.
A법인의 한 관계자는 "증권투자는 원금 보장에 대한 우려에 섣불리 나서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안정적인 자산 운용을 위해 은행 정기예금에 적립금을 투자할 정도로 조심스러움이 있다"고 말했다.
B대학 관계자는 "적립금을 투자해 수익이 발생한다면 괜찮겠지만,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증권투자는 부담감이 높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