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인원·분야 등 자체 집계
  • ▲ 교육부 '2017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취업률 1위'를 강조한 대학들이 수십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 교육부 '2017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취업률 1위'를 강조한 대학들이 수십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일반대·전문대 등 고등교육기관 취업률이 발표된 후, 대학들이 지역·인원·분야 등 여러 기준을 따져가며 '1위' 타이틀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취업률 우수 대학 등 마치 공인받은 듯한 문패를 내걸거나, 타 학교보다 우월하다고 강조하는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29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2017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조사' 결과가 발표된 후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졸업생 취업 현황' 자료 등을 바탕으로, 각 대학에서 졸업자 취업률을 강조하고 나섰다.

    앞서 지난해 3월 교육부, 한국교육개발원은 2017년 2월, 2016년 8월 졸업생의 취업 여부를 2017년 12월31일 기준으로 조사한다고 밝히면서 '취업률 1위 대학' 등 무분별한 광고를 자제해줄 것으로 대학들에 요청했다.

    하지만 취업률 자료가 공개된 뒤 기다렸다는 듯이 대학 유형, 졸업생 수, 지역 등 자체적으로 기준으로 순위를 산정한 뒤 '취업률 1위'에 올랐다며 자축하고 있다.

    자칭 '취업률 1위' '최고'라고 강조한 대학은 호원대, 중원대, 수원여대, 대구한의대, 경복대, 경동대, 호남대, 부산가톨릭대, 영진전문대, 신성대, 제주대, 가야대, 목포해양대, 동명대, 동아대, 한림성심대, 전북과학대, 숙명여대, 호서대, 우송대, 한국관광대 등 수십곳에 달한다.

    과거 취업률 조사에서는 학교 규모에 따라 일반대의 경우 졸업생 3천명 이상은 가 그룹, 2천명 이상~3천명 미만 나 그룹, 1천명 이상~2천명 미만 다 그룹, 1천명 미만은 라 그룹으로 분류했다. 전문대는 가(2천명 이상)·나(1천명 이상~2천명 미만)·다(1천명 미만) 그룹으로 나눴다.

    반면 이번 조사에서는 졸업생 수에 따른 현황은 공개되지 않았으며, 순위 역시 등장하지 않았다. 교육부가 공식적으로 학교별 취업률 순위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대학들은 각종 기준을 제시하며 '1위' 등극을 자축하고 나선 상태다.

    예를 들어 A지역에서 졸업자 수에 따라 그룹을 선정하면 일반대, 전문대는 각각 4개교, 3개교가 1위에 오르게 된다. 한 지역에서만 7개 대학이 취업률 1위가 되는 셈이다. 이와 별도로 거점국립대·사립대·도립대 등으로 분류하고, 유지취업률·해외취업·학과 등을 선별하면 취업률 1위 대학의 숫자는 더욱 늘어난다.

    부산가톨릭대, 호원대, 가야대, 숙명여대, 호서대, 중원대, 동아대 등은 지역 1위를 강조하고 있으며 목포해양대, 제주대 등 국립대마저도 설립 유형, 지역 등을 기준으로 취업률 1위를 공고히 할 정도다. 서정대는 아예 '취업률 우수 대학'이라고 자체적인 문패마저 만들었다.

    수원여대는 전문대를 포함해 전체 여대 중 1위 취업률을 강조하고 있다. 이화여대 등 일반대보다 취업률이 높았다는 것으로 학제 자체를 무시하고 별도 기준을 만들어 자축했고 영진전문대와 한국관광대는 해외취업자 수가 전국, 수도권 1위라고 앞세우고 있다.

    대학들의 취업률 1위 자체 지정은 수년간 'O년 연속' 등을 내세우며 해마다 이어졌고, 이전 취업률 결과가 발표된 뒤 서경대는 총장이 나서 '전국대학 유사학과 대비 취업률 우수학과 선정'이라며 컴퓨터과학과에 표창장을 수여했고 김천대는 대구경북지역 사립대 취업률 우수 1위 달성을 자축, 동아대는 '취업률 우수학과 시상식'을 자체적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물론 취업률이 높은 대학의 경우 학생 취업 역량 강화 등에 대한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너도나도 1위를 내세우는 상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에서는 (취업률) 결과만 발표한다. 2015년 이후 취업률 순위는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률 우수대학 지정 등은 "전혀 없다"며 취업률 1위를 사용하는 부분에 대해 "홍보 차원에서 그런 거 같다"고 답했다.

    대학가에서는 취업률 1위 내세우기에 대해 곱지 못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다만 취업률이 대학 평가 지표에 포함되고, 홍보 요소로 쓸 수밖에 없는 현실을 꼬집기도 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취업률 1위 대학'은 사실 기준을 정해놓고 강조되고 있는 것"이라며 "대학 알리는 차원에서 취업률이 강조된 듯하다"며 씁쓸함을 보였다.

    또 다른 대학의 한 관계자는 "여러 평가 지표에서 취업률이 포함된다. 경제 상황에 따라 취업 시장이 달라지는데 대학이 졸업생을 대신해 취업을 시켜줄 수 없는 노릇이다. 반면 취업률은 대학을 평가하는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