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한진그룹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펼친데 이어 한진그룹을 겨냥한 듯한 정책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런 조치가 자칫 대한항공을 비롯한 항공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로 번질까 우려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한진家에 대한 조사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자 국토부, 국세청, 국민연금 등을 동원해 한진그룹을 정조준한 정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항공사 임원이 관세포탈, 밀수 등 범죄를 일으키거나 사회적 물의를 빚은 경우 운수권을 받지 못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항공사업 제도개선안을 내놨다.
기존에는 항공관련법을 위반했을 시에만 항공사 임원자격이 박탈됐으나 제도개편안에는 배임·횡령 등 형법, 공정거래법, 조세법처벌법, 관세법 위반까지 범위를 확대했다.
허희영 항공대학교 교수는 “임원의 일탈이 사망자가 발생한 항공기 전파사고와 같은 취급을 받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해외에서는 자국 항공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데 국내는 갈수록 규제만 심해지고 있어 경쟁에서 밀릴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최근 외항사 성장에 따라 국내 중·장거리 노선의 외항사 점유율은 2011년 32.8%에서 2017년 38.2%로 6%p 가량 상승했다. 단거리 노선 또한 외항사 점유율이 2017년 32% 수준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제재조치에 이어 지난 28일 국세청은 횡령과 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는 기업에 대해서는 탈세 여부를 정밀 분석한다고 밝혔다.
한승희 국세청장은 “대기업 일가의 자금 사적유용, 고소득층의 해외자산 은닉 통한 호화·사치 생활 영위 등 조세정의를 훼손하는 불공정 탈세 행위에 엄정 대응해 공정과세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공고히 할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총수일가의 갑질 논란과 횡령 배임 혐의로 재판 중인 한진그룹이 타깃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사모펀드 KCGI가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며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한 가운데 국민연금은 수탁위 회의를 거쳐 한진그룹에 대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여부에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바로 국민연금의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를 행사하겠다고 밝히면서 혼란이 일고 있다.
이에 국민연금은 29일 밤 긴급회의를 열었으나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 연임에 대한 반대의결권 행사 판단을 유보했다.
지분 10%이상을 보유한 투자자가 경영참여에 나서기 위해서는 6개월 내 단기매매차익을 반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 11.7%를 보유하고 있으며 경영참여에 나설 경우 100억원 이상의 차익을 반환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도 10%룰 적용에 예외를 두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국민연금의 경영참여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기업의 경영에 참여한다는 것은 월권”이라며 “사모펀드와 정부가 힘을 모아 민간기업 경영권을 침해하는 것은 나쁜 선례로 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민연금은 오는 2월 1일 회의를 거쳐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