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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내일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를 결정한다.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를 통한 경영권 참여에 나설 경우 정부의 기업 길들이기가 물꼬를 트기 때문에 재계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31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오는 2월 1일 오전 8시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회의를 열고,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을 행사 여부와 범위에 대해 결정한다.
국민연금 기금위 수탁자전문 책임위원회는 최근 1~2차 회의를 거쳐 한진그룹 주주권 행사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했다.
23일 열린 1차 회의에서는 대한항공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에 대해 9명의 위원 중 2명이 찬성하고 7명이 반대했다. 한진칼에 대해서는 5명이 경여참여 주주권 행사를 반대했다. 2차회의에서는 경영참여 여부는 재논의 되지 않았다.
수탁위에서 경영참여에 반대하는 것은 단기매매차익 반환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정확한 수치가 추정되지 않았으나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에 경영참여할 경우 최소 100억원 이상의 단기매매차익을 반환해야 한다.
자본시장법상 이른바 10%룰에 따르면 지분 10%이상을 보유한 투자자가 단순투자 목적에서 경영참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6개월 내 단기매매차익을 반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 11.7%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또한 10% 룰 적용에 대한 예외는 없다고 못 박았다.
허희영 항공대학교 교수는 “항공산업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국민연금이 대한항공 경영참여를 통해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며 “이번에 국민연금 경영참여가 통과될 경우 앞으로 제 2, 제 3의 한진그룹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연금이 현재 1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대한항공을 비롯해 81개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297개사다.
이처럼 국민연금의 경영참여에 대해 재계 및 전문가들이 비관적 견해를 보이고 있으나 변수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공정경제전략회의에서 스튜어드십코드 행사를 적극 행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회의에서 “공정경제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책임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를 통해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하게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국민연금 수탁위의 1차 회의에서 경영참여 반대 의견이 나온 직후 나온 발언이라 업계에서 상당한 파장이 일었다.
금융위 역시 10% 룰 적용에 대한 예외는 없다고 언급한 다음 날 국민연금 경영참여에 단기매매차익을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지난 30일 금융위는 국민연금이 경영참여 선언 후 6개월간 주식을 팔지 않으면 매매차익 반환 문제도 비켜갈 수 있고, 적극적 주주권도 사용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재계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 발언 이후 정부 기관들이 갑자기 국민연금의 한진그룹 경영참여로 일제히 방향을 틀고 있다고 지적했다.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국민연금을 앞세워 한진을 비롯한 기업들을 길들이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꼼수를 부리면서까지 강행할 경우 후폭풍이 더 거셀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