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미투 제품, 업계 다양성 해칠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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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BQ

    치킨업계에 사이드메뉴 '치즈볼'의 인기가 높아지자 BBQ가 '크림치즈볼'을 출시하며 사이드메뉴 경쟁에 참전했다. 소비자들의 수요가 높아진 시장에 대한 활성화가 예상되지만, '미투(ME TOO)' 제품의 허용 범위를 둔 의문이 남아 업계 혼란이 예상된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제너시스BBQ는 이달 초 신메뉴 '레드 서프라이드'와 함께 사이드메뉴 '크림치즈볼'을 출시했다. BBQ 크림치즈볼은 올리브오일로 바삭하게 튀긴 크림모짜렐라 치즈볼이다.

    문제는 새롭게 출시한 크림치즈볼이 앞서 이미 인기를 얻고 있는 bhc치킨의 '달콤바삭 치즈볼', 네네치킨의 '네네볼' 등에서 인기인 기존 치즈볼과 유사하다는 점이다. BBQ의 아이덴티티인 올리브오일과 크림모짜렐라치즈를 내세우고는 있지만, bhc 달콤바삭 치즈볼과 비교하면 외관은 구별하기 쉽지 않다. 가격은 5개에 5000원으로 같다.

    bhc가 최근 출시한 시즈닝을 뿌리는 치즈볼 '뿌링치즈볼'과 유사하게 BBQ도 치즈 시즈닝을 추가할 수 있다.

  • ▲ ⓒbhc치킨
    ▲ ⓒbhc치킨
    bhc의 달콤바삭 치즈볼은 2014년 출시했지만 최근 SNS 등을 통한 입소문을 타고  지난해 8월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200% 증가할 정도로 뒤늦게 매출 고공행진을 이뤄냈다. 이와 함께 2015년 출시된 네네볼 역시 소비자들의 관심 대상에 올랐다.

    치즈볼의 인기와 함께 치킨업계의 사이드메뉴 경쟁 역시 가열됐다. 과거 치킨을 주력으로 하던 업계였지만 최근 들어 메인 메뉴인 치킨과 잘 어울리는 사이드메뉴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 가운데 BBQ의 크림치즈볼 출시는 이미 인기를 얻은 제품과 유사한 제품을 내놓는 이른바 '미투' 제품의 허용 범위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

    이에 대해 bhc 관계자는 "각자 브랜드에 맞는 고유 신제품을 개발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무분별하게 비슷한 메뉴가 출시된다고 해도 소비자들은 고유의 맛을 선호하기 때문에, bhc는 시그니처 메뉴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BBQ 관계자는 "bhc 치즈볼과 BBQ의 크림치즈볼은 완전히 다른 제품"이라며 "따라 만든 메뉴가 아니라 BBQ가 원래부터 진행해온 치즐링 치킨 등 치즈 관련 메뉴 연구의 일환으로 출시된 신메뉴"라고 반박했다.

    이같은 미투제품 논란은 이미 업계 내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앞서 네네치킨은 bhc의 '뿌링클'이 자사의 '스노윙 치즈' 치킨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네네치킨은 bhc 뿌링클 치킨에 대한 성분 조사 결과 18가지 성분 가운데 16개 원재료가 ‘스노윙 시즈닝’ 성분과 동일하고 나머지 2개 성분은 스노윙 시즈닝 성분과 똑같다고 주장했다.

    치즈치킨 역시 2009년 출시된 네네치킨 스노윙 치즈를 시작으로 업계 트렌드로 자리잡은 메뉴군이다. 네네치킨은 2017년 1월, ‘스노윙 치즈치킨 조리방법’을 국내에 뒤늦게 특허 출원했다. bhc의 뿌링클 치킨은 2014년 11월에 출시됐다.
  • ▲ 스노윙치즈 치킨. ⓒ네네치킨
    ▲ 스노윙치즈 치킨. ⓒ네네치킨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3부(박원규 부장판사)는 네네치킨의 특허권 침해 금지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네네치킨이 소송에서 이길 수 없었던 가장 주된 이유는 특허권을 둘러싼 모호한 기준이다. 음식 특허권에는 그 음식만의 독특함과 차별성이 전제된다. 차별성은 세부적으로 봤을 때 재료와 구성 비율이 기존과 다르면 인정된다. 음식 제조 과정에서 발명한 새로운 공법 역시 인정된다.

    이 때문에 음식의 특허는 다른 특허와 비교해 독창성을 판별하기 어렵다는 맹점을 가진다. 네네치킨이 스노윙 치즈 치킨으로 특허를 출원했을지라도 뿌링클은 같은 '치즈 치킨' 군에 속할 뿐 재료와 구성 비율, 제조 과정이 조금만 달라도 다른 메뉴라고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식품·외식업계의 미투 제품 허용 범위가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미투 제품의 잇따른 출시가 시장 확대보다는 연구개발을 소홀히 할 수 있는 악순환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식품과 외식업계는 트렌드가 워낙 빨리 변하기 때문에 트렌드에 발맞춘 신제품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어떤 히트제품이 탄생했을 때 다른 업체들이 모두 이를 쫓아가는 형태의 이른바 미투 메뉴 경쟁이 치열해지면 연구개발에 힘을 쏟는 업체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고, 업체 각각의 아이덴티티가 흐려지거나 차별성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더 다양하고 획기적이 제품이 나올 기회를 잃을까 염려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