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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한 국가장학금 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다자녀 가구 신청자 10명 중 2~3명은 '소득구간'으로 인해 혜택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 3명 이상인 가구에 대해 다자녀 국가장학금이 지원되지만, 4인 가족을 기준으로 소득구간을 산정하면서 가구별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정부는 모두를 위한 정책을 펼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0일 뉴데일리경제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한국장학재단 '다자녀 국가장학금 수혜 인원 및 탈락 사유'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8학년도 다자녀 장학금 수혜 인원은 1학기 17만8965명, 2학기는 15만8272명으로 작년 한 해 33만7237명이 혜택을 받았다.
반면 1·2학기 수혜 대상에서 제외된 대학생 19만2834명 중 65.9%(12만7065명)는 소득구간 9분위 이상으로 장학금을 수령하지 못했다.
2014년 첫 선을 보인 다자녀 국가장학금은 셋째아이 이상 대학생에게 지원됐고 학기별 수혜인원은 2016학년도 1학기 4만7083명·2학기 3만9786명, 2017학년도 1학기 5만3712명·2학기 4만6052명 등 연간 10만명 미만 수준이었다.
지난해부터는 대학에 재학 중인 형제·자매로 지원을 확대하면서 다자녀 장학금 수혜 인원이 이전보다 3배가량 늘어났지만, 소득구간 기준을 '소득연계형 국가장학금'과 동일하게 적용하면서 탈락 인원은 2016학년도 1·2학기 2만2072명, 2017학년도 1·2학기 2만4834명보다 5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소득구간은 월 소득인정액으로 소득과 자동차 등 재산을 환산한 금액으로 산출되며 8구간은 922만7072원 이하, 국가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없는 9·10구간은 각각 1384만608원 이하·1384만608원 초과된 경우다.
작년 7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9년 기준 중위소득(월)'은 4인 가구 461만3536원, 5인 가구 546만7040원, 6인 가구 632만544원 등으로 가족 수에 따라 산정됐다.
반면 다자녀 국가장학금의 소득구간은 4인 가족으로 설정되면서, 부양하는 자녀가 3명 이상인 경우 지출이 많아 소득을 늘려야 하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 측은 "소득구간은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모든 복지 사업은 가구원 수를 고려하지 않고, 부모와 당사자만 해당되도록 하고 있다. 다자녀 가구의 경우 소득구간이 같다. 가구원 수를 다 적용하려면 형제 소득도 포함되어야 한다. 상황이 다르다보니 교육부에서 4인 가족 기준으로 해왔다"고 말했다.
회사원 박모씨(54)는 "1993년생인 첫째는 대학을 졸업했고 둘째는 대학생, 셋째는 올해 고교 3학년이다. 자녀 3명 이상인 가구가 많지 않지만 등록금 부담에서 덜게 해주겠다면서 소득구간은 8분위까지만 잡아놨다. 세금 납부 등 국가를 위해 헌신했는데 기준 충족이 안됐다며 혜택을 못받는 상황이 억울할 정도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는 "자녀 3명을 키우면 그만큼 많이 벌어야 한다. 어렵게 일하며 현재 위치를 만들었는데, 소득구간 때문에 연간 천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마련해야 한다. 결국 빚을 지고 살아야 하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자녀 국가장학금에 대한 소득구간 책정에 대해 교육부는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가 재정은 한계가 있다. 다 바꾸려고 하면 큰 틀이 무너진다"면서 "5인 이상 가구가 불리하다는 민원이 들어오고 있지만 유불리가 있다. 소득은 본인(학생)과 부모만 확인하기에 5인 가족이 불리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전년도 일반대 평균 등록금은 연간 671만원으로 올해 동결 추세 등을 감안하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녀 3명이 모두 대학에 다닐 경우 가구당 연간 2천만원이 넘는 학비를 내야하며 의학, 예체능, 공학계열의 등록금은 700만~900만원대로 그만큼 부담이 높아진다.
연간 다자녀 국가장학금 최대지원금액은 기초~3분위는 520만원, 4~8분위의 경우 450만원이다. 반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다자녀 가구의 학생들은 등록금을 손수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출산율 높인다며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다자녀 가구에 대한 등록금 지원 제도는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셈이다.
다자녀 장학금에 대한 정책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힌 교육부는 "전반적인 조사를 하고 있다. 합리적으로 할 수 있는지 확인 중"이라면서 "국민 소통, 법령 마련 등이 있어야 한다. 계속 준비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직장인 A씨(41)는 13년 뒤 셋째를 포함해 자녀 3명 모두 대학을 다니게 된다. 그는 "자녀 수가 3명이면 출산율을 높인 것인데, 소득구간을 떠나서 기준을 책정해야 하지 않나 싶다. 국가가 출산을 장려하면서 외진 곳은 안 보는 듯하다.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자녀 부양 등에 있어 힘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생 2명이 대학생인 B씨(27·여)는 "정부가 제대로 혜택을 주지 않으면서 생색만 내려는 거 같다. 정확한 지원이 아닌 기준만 제시하고, 국민이 따라주길 바라고 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출산 정책, 지원 방안으로 황당함만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