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철거가 편익 더 커"… 세종보 등 사실상 해체 결정전문가 "엉터리 경제성 분석"… 수질·생태 통계 비교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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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각에선 정부가 잘못된 통계를 인용해 경제성 분석을 엉터리로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세종·죽산보 철거 제시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이하 위원회)는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금강과 영산강의 5개 보 가운데 금강 세종보와 영산강 죽산보를 해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금강 공주보와 백제보는 각각 부분 해체와 상시 개방, 영산강 승촌보는 상시 개방 결론을 냈다.
위원회는 세종보의 경우 과거 농작물 재배지역이 도시지역으로 편입되면서 보 영향범위 내에 농업용 양수장이 운영되지 않고 보가 없어도 지역 물 이용에 어려움이 생길 우려가 크지 않다고 했다. 반면 수질·생태는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위원회는 보 해체 비용보다 수질·생태 개선 등 편익이 커 해체가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보 해체는 가동보, 고정보, 부대시설 등 보 구조물을 철거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주보도 수질·생태 개선의 편익이 보 해체 비용이나 소수력발전 중단 등의 비용을 웃돈다며 해체를 제시했다. 다만 위원회는 보 상부에 지은 교량(공도교)의 하루 차량 통행량이 3500대에 달하는 점을 고려할 때 교통 불편이 예상된다며 물흐름 개선을 위한 부분 해체 방안을 내놨다. 위원회는 공도교 안전성과 백제문화제 등 지역 문화행사에 대한 의견을 추가로 수렴하기로 했다.
백제보는 보 개방 기간이 짧아 충분한 실측자료가 확보되지 않았다고 위원회는 설명했다. 위원회는 금강 물흐름 개선을 위해 상시 개방을 제시했다. 다만 백제보는 현재 수막 재배 등 물 이용 수요가 많아 상시 개방에 앞서 물 이용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영산강 승촌보는 보가 없어지면 수질·생태 개선이 예상되나 해체의 경제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위원회는 지속적인 수질 개선 등을 위해 상시 개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죽산보는 보 설치 후 쌓인 강 저층 퇴적물의 유입과 하굿둑 영향 등으로 수질 개선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됐다. 하지만 위원회는 보 설치 전 환경여건을 고려하면 보 해체에 따른 편익이 크다며 해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하굿둑으로 인한 물흐름의 제약과 황포돛배 등 지역 문화관광 여건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위원회는 이날 제시한 5개 보 처리 방안에 대해 의견수렴을 거친 후 오는 6월 시행되는 물관리기본법에 따라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또한 한강과 낙동강의 보에 대해서도 이번과 같은 평가체계에 따라 조사해 처리 방안을 연내 제시할 계획이다.
홍종호 위원장은 "이번 보 처리방안은 금강과 영산강의 자연성 회복에 이바지하면서 지역주민과 미래 세대가 혜택을 누리도록 고심한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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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4대강 보 첫 해체 결정은 철거 비용과 수질·생태 개선 효과 등의 편익을 놓고 경제성을 따져 결론 내렸다.
위원회에 따르면 금강 세종보의 경제성은 2.92, 공주보와 백제보는 각각 1.08, 0.96으로 나왔다. 영산강 승촌보는 0.89, 죽산보는 2.54로 조사됐다. 철거 비용과 철거에 따른 물 이용 대책 비용을 해체 이후 수질 개선, 유지·관리비 절감 등의 편익과 비교했을 때 기준치인 1.0보다 많이 나온 세종보와 공주보, 죽산보가 해체 대상으로 분류됐다는 것이다.
철거비는 세종보 115억원, 공주보 533억원, 백제보 415억원, 승촌보 439억원, 죽산보 250억원 등 총 1700억원으로 추산했다. 물 이용 대책비용은 백제보 237억원, 승촌보 300억원 등 총 1011억원이다.
문제는 편익으로 따진 수질과 생태계 등의 가치를 환산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환경부가 엉터리 통계로 편익을 부풀렸다고 지적한다.
박석순 이화여자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정부 통계가 잘못됐다"며 "국민을 속이려고 꼼수를 부렸는데 논란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먼저 수질 통계가 엉터리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지난해 봇물을 빼는 바람에 인(P)이 늘고 온도가 오르면서 녹조가 3~4배 늘었다"며 "금강의 경우 수질 악화가 확실하게 나타나지 않은 것은 물 가뒀을 때 가뭄이 심해 그 차이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SCI(과학기술논문 인용 색인지수)급 국제 학술지 '환경공학과학' 올해 1월호에 '대규모 하천 복원 프로젝트에 의한 수질 변화의 통계적·시각적 비교' 논문을 실었다. 논문은 4대강 사업 전인 2009년과 사업 후인 2013년 금강 하류 수질을 국가측정망 관측 자료를 통해 분석했다.
수질평가지표인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은 2009년 3.50ppm에서 4대강 사업 이후인 2013년 2.17ppm으로 38% 개선됐다. 화학적 산소요구량(COD)도 8.0ppm에서 5.86ppm으로 26.8%, 총인(TP)은 0.153ppm에서 0.064ppm으로 58.2% 개선됐다. 녹조를 보여주는 클로로필a(Chl-a) 농도는 55.81㎎/㎥에서 29.23㎎/㎥로 47.6% 개선됐다. 박 교수 설명으로는 금강은 4대강 중 유일하게 상류에는 보가 없고 하류에만 3개의 보가 있어 같은 기상 조건에서 상·하류 수질을 비교할 수 있다. 논문은 4대강 사업 이후 보 건설과 강바닥 준설로 수질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환경부의 보 경제성 분석에서도 금강 하류의 백제보는 다른 보와 달리 철거 이후 수질이 오히려 악화(-285.78)하는 것으로 나왔다. 4대강 16개 보를 천편일률적으로 재단할 수 없다는 방증인 셈이다.
박 교수는 "수질·생태 평가 지표에 저서성 대형무척추동물 건강 등을 포함했는데 보를 개방하니 강 본류에 맹꽁이 등 지천·하천에 살 생물이 뒤섞인 것을 두고 환경부는 생태계가 좋아졌다며 편익을 크게 준다"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환경부가 통계를 인용하는 오류도 지적했다. 그는 "환경부가 수질 통계를 낼 때 보를 설치해 관리수위로 유지하며 조사한 4년간 평균자료와 보 개방 이후 수개월의 모니터링 자료를 비교한다"며 "두 집단의 키를 비교하면서 한쪽은 100명, 다른 쪽은 400명을 비교 대상으로 삼은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수질을 비교하려면 지난해 봇물을 빼기 전 1년의 자료를 가지고 월별로 따져야 한다"면서 "키를 비교한다면 어린이는 어린이와 비교해야지 어른과 비교하면 되겠느냐"고 했다.
박 교수는 치수(홍수 피해 방지)와 이수(가뭄 때 물 활용)는 말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그는 "보를 설계할 때 200년 빈도의 홍수량을 고려한 것으로 안다"며 "준설을 충분히 했기 때문에 홍수조절능력은 따질 필요도 없다. 바보가 아니면 누가 비가 오는 데 보 문을 닫고 있겠느냐"고 부연했다. 반면 봇물을 빼면서 이수는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4대강 사업 이전에 수질이 더 나빴다는 것은 2017년 환경부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었다.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장석춘 의원은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정부가 시인할 것은 시인해야 한다"며 "환경부로부터 받은 2006년 하천 수질 목표달성 현황 자료에 따르면 4대강 사업을 벌이기 전인 1993년부터 2005년까지 13년간 물관리 종합대책에 28조6000억원을 썼지만, 수질은 더 나빠졌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총 142개 조사지점 중 수질 목표를 달성한 곳은 52개로 전체의 36.6%에 그쳤다"면서 "잦은 집중호우로 고랭지의 토사 등이 유입되고 가뭄으로 하천 유량이 줄어 오염도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4대강 사업은 그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홍수 예방과 수자원 확보 등의 종합적인 목적으로 시행된 것"이라고 역설했다.
장 의원은 녹조와 관련해선 "4대강 사업 이전에도 녹조는 발생했고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문제도 아니다"며 "미국은 언론과 시민단체가 녹조의 원인을 유속 탓으로만 돌리지 않고 강으로 유입되는 축산 폐수 등 오염물질과 일조량, 기온에서 주된 원인을 찾는다"고 지적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