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개월 거래량, 전년比 80% 급감임대수익률도 최저… '집주인-세입자' 운명 역전
  • ▲ 자료사진.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 부동산 밀집 상가. ⓒ연합뉴스
    ▲ 자료사진.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 부동산 밀집 상가. ⓒ연합뉴스

    9.13대책 발표 6개월이 지나면서 주택시장이 갈수록 얼어붙고 있다. 이사철인데도 거래절벽은 여전하고 낮아진 임대수익률로 집주인과 세입자의 운명마저 역전됐다. 당분간 매도자와 매수자 간의 가격 줄다리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회복 기미도 점칠 수 없는 상황이다.

    1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분석 결과 이달 거래량은 647건으로, 하루 평균 49.7건이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3월 일 평균 거래량 445건의 11.1% 수준에 불과한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9월 이후 이러한 거래절벽 현상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1만2229건을 기록한 이후 9.13대책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같은 해 11월 3533건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석달간 거래량은 5741건으로, 전년동기 2만9599건에 비해 80.6% 급감했다.

    이처럼 거래절벽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9.13대책 이후 매도자와 매수자간 신경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매도자는 지난해 급등한 가격을 기준으로 다소 저렴한 가격에 집을 내놓는 반면, 매수자는 급등하기 이전 가격을 기준으로 집을 알아보고 있는 만큼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집값 약세장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매수자는 집값이 더 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크고 매도자 역시 더 이상 집값을 낮추기 힘들다는 생각에 거래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부동산전문가들도 시장에서 작동하던 투기심리는 많이 꺾였지만, 실제 정부와 매수자가 원했던 하락 안정은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부동산학)는 "집값이 꺾인 게 눈에 띄거나 체감할 정도는 아니고 아직까지 9.13대책 효과가 충분하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값은 9.13대책 발표 이후 4개월간 0.98%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대책 발표 이전 4개월간 3.25%, 직전 1년간 9.18% 오른 것에 비하면 아직 하락폭이 미미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도 "서울 부동산은 9.13대책 이후 쭉 내리막인 것은 맞다"며 "전문가 통계를 보면 2월 말 기준으로 서울 전체는 약 10% 하락, 강남권 중심의 동남권은 최고점 대비 20%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조금 더 하락해야 할 것"이라며 "대부분 시민은 아직도 주택가격이 상당히 높다고 생각하고 주거비로 지출되는 비용이 생활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크다고 인식한다"고 말했다.

    임대수익률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부동산114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전국 오피스텔 연도별 임대수익률 분석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수익률이 4.98%로, 5%선이 무너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임대수익률을 집계한 2002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하지만 올해 입주물량도 8만8714실로, 2004년 이래 가장 많은 물량이 예고되면서 수익률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다.

    2월 신규 임대사업자도 5111명만 등록하면서 1월에 비해 21.9% 감소했고, 신규 임대등록 주택 수도 1만693채로 29.8% 줄어들었다.

  • ▲ 자료사진. 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 ⓒ연합뉴스
    ▲ 자료사진. 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 ⓒ연합뉴스

    집값 하방 압력에다 임대수익률마저 저하되면서 집주인과 세입자의 운명도 뒤바뀌었다.

    지난달 한국은행의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가 2013년 통계 조사 이후 역대 최저를 기록한 가운데 집을 보유하면서 소득이 높을수록 향후 집값 하락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은행 부동산연구포럼이 CSI를 분석한 결과 9.13대책을 전후해 자가-임차가구의 주택가격 전망 흐름이 달라졌다. CSI는 기준점 100보다 높은 경우 1년 뒤 주택가격이 지금보다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뜻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2014년 이후 지난해 9.13대책 이전까지는 자가 가구의 주택가격 전망지수가 임차가구보다 높았다. 집주인들은 임차인보다 주택가격 상승 가능성을 크게 본 것이다.

    그러나 9.13대책 발표가 예고된 지난해 8월 이 지수가 자가의 경우 108가구, 임차는 110가구를 기록하면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역전됐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가 예고되면서 집을 소유한 사람일수록 집값 하락 확률을 더 높게 본 셈이다.

    이후 지난해 11월 임차가구가 103일 때 자가 가구는 99를 기록하며 지수가 100 이하로 떨어진 데 이어 올해 2월에는 자가 83, 임차 86으로 지수가 더 낮아졌다.

    윤수민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실 책임연구원은 "통상 자산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가 반영돼 자가 가구의 전망지수가 임차가구보다 높게 나타나는 게 보통인데, 다주택자 규제가 강화되고, 무주택 실수요자 중심으로 정책 방향이 전환된 9.13대책을 계기로 자가 보유자들의 가격 전망이 임차가구보다 상대적으로 더 부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소득수준별로도 소득이 높을수록 집값 하락 전망을 높게 점쳤다.

    지난달 기준 월 소득 100만원 미만 가계의 주택가격 전망지수는 96, 100만~200만원은 91로, 평균 지수 84를 웃돌았지만 500만원 이상 소득자는 78로 떨어져 한은이 이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100만원 미만 소득자와 500만원 이상 소득자의 전망지수 격차도 지난해 8월 3포인트에 그쳤으나, 9.13대책이 발표된 지난해 9월 13포인트로 벌어진 뒤 올해 2월에는 18포인트로 확대됐다.

    윤수민 연구원은 "자가 보유, 고소득자의 가격 전망이 부정적인 만큼 투자심리가 한풀 꺾이고 무주택 실수요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된 것으로 보인다"며 "전반적인 주택가격도 당분간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4월 말 발표될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매매시장에 단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공시가격 인상폭이 커지면서 6월1일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일 이전인 5월에 집을 내놓거나 증여, 또는 임대사업등록 등의 의사결정을 하려는 사람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시가격이 오르더라도 집값이 오른 것에 비교하면 수익률 관점에서 다주택자들의 부담이 크지 않아 급매물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거래가 완전히 마비가 되다보니 모든 것이 삐꺼덕거리고 있다"며 "4월에 있을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본 뒤 거래를 하자는 것이 시장 분위기인 것 같지만, 그렇더라도 전체 흐름을 보면 주택시장이 살아나기는 당분간 힘들 것 같다"고 내다봤다.